[인터뷰] 진이한, 조용히 쌓아올린 이 남자의 내공

입력 2014-07-07 17:32  


진이한(37·본명 김현중)은 MBC ‘기황후’와 ‘개과천선’을 통해 무게감 있는 일약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로써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는 진이한이라는 배우가 주는 신뢰가 기대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이한의 이러한 성공가도는 우연이 아니었다. 뮤지컬 무대, 많은 단역과 조연, 그리고 주연급에 이르기까지 켜켜이 쌓아올린 내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영민하리만치 자신의 길을 잘 닦아온 진이한의 연기 인생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 진이한 “‘개과천선’ 한 24부작 해야 하지 않을까?”

진이한은 ‘개과천선’을 아쉬움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했다. 걸출한 연출부와 스태프들, 그리고 배우들까지 이른바 3합을 완성시키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개과천선’은 결방으로 인해 2회 조기종영의 아픔을 맛봐야했다. 50부작 긴 호흡의 ‘기황후’ 이후 쉴 틈 없이 ‘개과천선’에 합류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진이한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진이한은 “‘개과천선’ 쫑파티 때도 작가님이 전지원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더라. 시놉시스에 있었던 설정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당초 6부부터 등장할 분량인데 12부부터 나오게 됐다. 전엔 존재감이 없다가 갑자기 등장하니 시청자들도 어리둥절했을 거다. 그런 것들이 아쉬웠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사건들을 다루다보니 그 안에서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다루다가는 산만할 수도 있는 거다. 작가님이 적절하게 잘 쓰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이한의 말대로 굵직한 사건들과 김석주(김명민 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개과천선’은 벅차보였다. 회차에 대한 아쉬움을 묻자 진이한은 “한 24부작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배운 점도 많았다. 진이한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였던 것 같다. 오히려 내 단점도 알게 됐다. ‘개과천선’으로 인해 한층 더 좋은 배우로 거듭날 수 있던 기회가 생겼던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 진이한의 터닝 포인트에는 항상 사극이 있었다?

진이한에게 잊을 수 없는 사극 두 편이 있다. 그의 데뷔작이자, 다시 배우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던 ‘한성별곡’(2007)과 30%대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로 그를 대세반열에 올려놓은 ‘기황후’(2013)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하지원의 제 3의 남자라고 불릴 만큼 후반부에 큰 비중과 존재감을 보였던 ‘기황후’ 속 탈탈을 진이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진이한은 “원래 중후반에 비중이 커지는 것은 알고 있었고 숙부인 백안(김영호 분)을 죽이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원래 보다는 작가님이 무게를 많이 실어준 것 같다. 정경순 작가님의 경우, 가닥이 잡히지 않을 때 전화하면 바쁜 와중에도 1시간 씩 통화를 해준다. 한희 감독님은 ‘닥터진’ 때 인연으로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다. 그러다보니 나 또한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내 나름대로의 애드리브도 반영할 수 있었다. 그걸 또 적절히 사용해주셔서 좋았다. 고마웠던 기억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진이한에게는 곽정환 감독의 ‘한성별곡’도 참 의미 깊은 작품이었다.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섰다가 29세 당시, 개인적인 사정과 고민으로 연기를 잠시 그만뒀던 진이한은 연기에 대한 갈망 하나로 다시 드라마 판으로 뛰어들었다. 당초 ‘한성별곡’의 작은 배역 오디션을 위해 곽감독을 만났던 진이한은 당시 이것저것 즉흥 연기를 시키는 곽감독을 의아하게 여겼다고. 그러나 이내 진이한은 ‘한성별곡’의 주인공으로 낙점되고 다시 한 번 연기할 수 있게 됐다.

진이한은 벅찬 얼굴로 그때를 떠올리며 “너무 놀랐다. 곽정환 감독의 말이 그때의 극중 박상규가 나와 비슷하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이놈이라면 박상규를 표현할 수 있겠다. 너무 비슷하다’고 했었다. 그래서 신인임에도 과감히 기용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감독이 느꼈던 배우 진이한의 절박함은 ‘한성별곡’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드라마 현장 분위기 원리 등 아무것도 몰랐다. 지금이라면 박상규를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땐 많이 어색했다. 상투가 들리든, 구레나룻이 떠 있든 고춧가루가 끼든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건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엔 그런 것들을 오히려 신선하게 봐주셨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외모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캐릭터를 찾아가는 순수한 마음만큼은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곽정환 감독도 한희 감독도 내겐 전환점을 열어준 감독이다. 사극에 대한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 무겁고 진중하다고? 진짜 진이한을 벗겨라

2007년 ‘한성별곡’ 이후 쉬지 않고 꾸준히 활동해온 진이한은 “1~2년 해서 반짝 스타가 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평생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활동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 작품성이 있고 느낌이 좋은 작품을 선택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큰 배우이니만큼 배역에 대한 욕심도 컸다.

‘한성별곡’, ‘몽땅 내 사랑’, ‘기황후’ 등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 온 진이한에게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악역도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넌지시 묻자 진이한은 “본래의 내 모습은 진지하다. 그러나 진지함 속에서 간혹 웃음코드가 있다. 그런데 그런 편안한 모습들을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완벽한 악역을 맡는다면 다들 날 너무 무서워할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학교 후배들 또한 ‘안 받아줄 것 같다’고 인사를 기피했을 정도라고. 이에 진이한은 ‘몽땅 내 사랑’에서 같은 밝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황후’, ‘개과천선’으로 1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진이한은 개인적인 시간과 자기개발의 시간을 가지면서 재충전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재충전 뒤에는 다시 시청자들이 믿고 보는 배우 진이한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시청자들에게는 계속 믿음이 가는 배우로 남아있고 싶다. 겸손한 게 아니라,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믿고 보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사진=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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