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좋은 친구들’ 당신의 우정은 안녕하십니까

입력 2014-07-09 16:14  


완벽한 의리란 과연 있을까. 살면서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우정은 어쩌면 허울 좋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예기치 못한 극한 상황 속에서 우정은 시험의 대상이 되고, 함께 나눴던 공동체적 감정은 개개인의 사정으로 탈바꿈한다. 영화 ‘좋은 친구들’의 이야기다.

‘좋은 친구들’ 속 세 친구는 각기 다른 삶을 산다. 성격부터 생활패턴까지 접점이라곤 없어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시간과 추억이라는 연결고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기념일을 나누는, 그야말로 허물없는 친구 관계다. 오랜 시간 가족 그 이상의 관계를 유지해 온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친구들을 위로하고 지켜나간다. 인철(주지훈 분) 또한 마찬가지다.

적당한 속물근성을 가진 보험왕 인철은 사설도박게임장을 운영하는 부모와 등진 채 살아가는 현태(지성 분)를 위해 가짜 방화사건을 꾸민다. 이는 현태와 부모의 관계를 회복하고 민수(이광수 분)와 인철, 각각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일이었다. 민수의 되물음처럼 그야말로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달리 참혹했다. 모두를 위한 일은 모두를 위기로 몰아넣는 일이었으며 좋았던 친구는 잔혹한 타인으로 변질됐다.

‘좋은 친구들’의 재미는 이 아이러니함 속에서 발생된다. 우정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줄 줄 알았던 하나의 커다란 사건은 그동안 켜켜이 쌓아왔던 우정은 물론 그들의 추억까지도 훼손시킨다. 결국 이들 중 좋은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도윤 감독은 이 세 친구의 관계의 균열 과정을 상세하게 포착하고 그려낸다. ‘좋은 친구들’이 누아르라는 장르를 입고서도 관객들의 공감을 형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도윤 감독은 우리들 사이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구, 우정, 의리 등 보편적인 정서를 세 인물을 통해 날카롭게 통찰한다.


세 배우의 실제 성향과 캐릭터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했다던 이도윤 감독의 시도와 노력은 영화의 몰입도를 살리는 데에 꽤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극 설정 상 오랜 친구처럼 허물없는 관계를 연출해야했던 지성, 주지훈, 이광수 세 배우는 이도윤 감독의 주도하에 꽤 괜찮은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맏형 지성은 묵직하고 우직한 성격의 현태를 맡아 극의 중심을 적절하게 잡아주었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철 역을 맡은 주지훈은 ‘좋은 친구들’ 안에서 그야말로 자유롭게 뛰어 놀았다. 개봉 이후 주지훈은 한 단계 발전한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듯 싶다. 이광수는 민수 역을 맡아 예능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오랜 만에 본업에서의 매력을 뽐냈다.

칼부림과 피의 향연으로 점철된 전형적인 누아르의 낡은 틀을 과감하게 버리고 감성과 심리로 버무려 새로운 누아르를 만들어낸 신인감독 이도윤 또한 열연으로 재평가 된 세 배우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신선한 인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10일 개봉.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