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사내 유보금 과세 ‘논란’··재계 강력 ‘반발’

입력 2014-07-18 17:31  

<앵커>
정부가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대해 과세 방침을 밝히자, 재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고 가계 소득을 늘려주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유보금 과세 카드를 빼들었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취재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산업팀 유은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1> 사내 유보금이 무엇이고 지금 기업들이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먼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먼저 사내 유보금에 대한 개념 정리를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보면 기업에 쌓여있는 돈인데요, 그런데 이 돈이 현금으로만 있지 않다는데 논란의 핵심이 있습니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이익 중 배당되지 않고 회사내부에 남아 있는 것으로 현금도 있지만 공장 기계설비 토지 등에 투자한 돈도 포함된 개념입니다.
대략 전체 사내유보금 중 20% 미만이 현금성이고 나머지 80%는 이미 연구개발이라든가 유무형자산을 위해 이미 사용된 돈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통상 기업의 순이익 규모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기업 사내유보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모두 현금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논란이 한 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10대 대기업이 갖고 있는 유보금은 모두 518조원 정도인데 5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유보금이 가장 많은 삼성이 약 182조원, 현대차가 70조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이 모두 현금이 아니라 앞서 설명드린대로 이미 투자된 것이 80% 이상이라는 겁니다.
참고로 포춘 글로벌 500 소속 우리기업의 현금비중은 5.7%로 외국 평균 8.0% 보다 낮음
주요국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현금비중(현금/자산, 2011년) : 평균 8.0%, 미국 8.6%, 일본 9.0%, 독일 6.4%, 영국 7.2%, 프랑스 7.7%, 한국 5.7%
우리나라 매출액 상위 10개 기업의 현금성 자산규모는 105.6조원으로 미국의 약 1/3 수준에 불과
국내 기업 유보금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대기업들이 일단 수익을 많이 낸데 비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쌓아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국내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질문2> 듣고 보니 핵심은 사내유보금이 100% 현금이 아니라는 것인데, 정부가 그런데 왜 사내 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재계의 반발 이유를 함께 설명해 주시죠.
<기자>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선장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내각이 출범했지요.
출범하자마자, 기업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혔는데요,
최경환 부총리가 사내유보금 개념을 모르거나 오해해서 과세 방침을 밝히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의도는 경기활성화 내수활성화를 위한 나름의 방책인데 과거 정치권에 있을때는 최 부총리가 이런 과세에 반대 입장이었다가 내각에 들어가자 마자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어찌보면 고육지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가계 소비 지출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해야겠는데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하니, 일단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최근 수치상으로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든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세의 으름장으로 기업투자를 좀 더 유인하고 배당이나 임금 등을 늘려 가계소득 증대를 꾀하는 것이고 만약 이런 방향에 기업들이 호응을 하지 않으면 세금을 거둬 정부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정부 입장에서는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는 셈.
하지만 대기업들은 유보금 과세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유보금은 현금이 아니고 이미 공장이나 기계 토지 등에 투자됐기 때문에 과세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유보금의 투자 비중은 약 84.4%. 그러니까 현금성 유보금은 나머지 15.6%.
또한 이중과세의 문제도 있습니다. 유보금이라는 것은 이미 기업이 거둔 수익에 대해 세금을 다 내고 남은 돈인데 여기에 또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어서 이중과세라는 얘기.
특히 유보금 과세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더 늘리는 결과가 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업의 투자와 수익창출 의욕을 꺽어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아니라 역행하는 조치라는 것.
다른 측면으로는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대기업의 경우 주로 외국인 주주들이 많아 배당을 늘린다 해도 국내 소비 증진 보다는 외국인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가능
전경련과 경총 등 재계는 이에 따라 유보금에 과세를 할 게 아니라 기업 투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각종 규제를 풀어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이 해답이라고 주장.
경제적 효과가 큰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 각종 지원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
예를 들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 유지, R&D 세액공제율 확대,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대상 확대, 법인 지방소득세 공제감면 유지 등이 있다.

<질문3>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나요?
<기자>
최근 유보금 과세 문제가 논란이 되게 된 이유는
지난 16일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시작.
“기업 사내유보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음. 과세나 인센티브 등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를 구상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논란 본격 시작.
그러나 유보금 과세 관련 입법 추진은 대기업의 투자유도를 명분으로 지난해 하반기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인영 의원이 발의한 내용이 있음.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이 과세 방안을 추진하면 이미 야당이 발의한 법안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추진할 수 있는 상황.
다만 재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정부도 마냥 밀어부칠 수는 없는 상황.
정부 입장에서 보면 약간 일종의 ‘꽃놀이패’ 같은 성격이 있음.
실제 과세하는 방안까지 가지 않더라도 어쨌든 경제부총리의 이런 언급만으로도 기업투자 유도의 효과가 있기 때문. 그러나 과도한 기업부담 지우기로 이어지면 경기회복에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경제계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음
실제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최 부총리 언급대로 인센티브 안도 함께 잘 검토될 필요가 있음.
투자와 고용은 결국 기업이 하는 건데 채찍만으로는 한계.
정치권에서 여론몰이 또는 인기영합적 정책 추진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 필요.

<앵커>

네,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산업팀 유은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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