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 과연 4번째 통신사업자가 꼭 필요한 걸까요?
KMI(한국모바일인터넷)는 지금의 이동통신시장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우리가 바꿔보겠다`는 당돌한 꿈을 가진 곳입니다.
지난 2010년부터 정부에 4번째 사업자를 신청했던 KMI는 재무적인 문제로 4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통신사업을 위해서는 사회 전체에 구축될 통신망 관련 인프라가 중요한데 이를 위한 초기자본금 확보가 관건입니다
2010년 4천 억에 불과했던 초기자본금은 6번째 도전인 2014년에는 두 배가 넘는 8천5백억 원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총 3조 원에 가까운 추가 조달계획을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초기자본금이 많고 적고의 문제보다는 정부가 KMI를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더욱 중요합니다.
KMI는 4번을 도전했지만 번번이 탈락했고 5번째 도전이었던 지난 3월에는 신용보증기금에 맡길 돈 279억 원을 제때 구하지 못해 본심사는 올라가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KMI의 6번째 도전을 불투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우여곡절
6번째 도전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됐습니다.
KMI측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부에 주파수 할당을 신청했던 지난 5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보자`는 내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5년을 계속했던 도전에 이제는 배수진을 치고 준비에 임했던 겁니다.
5번째 도전의 발목을 잡았던 보증금 279억 원도 거뜬히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5번이나 실패했던 KMI를 믿고 현금을 내놓는 사람들의 바람은 오직 네 번째 통신사업자의 출범이었습니다.
◆ 왜 KMI가 필요한가? `비정상의 정상화`
이통3사가 보조금 등의 마케팅으로 1년에 지출하는 금액은 8조 원에 달합니다.
100만 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풀어서도 고객을 유치해 오려는 이유는 그래도 장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다보니 번호이동을 통한 불법보조금이 난무하고 정부의 경고와 영업정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객을 뺏어오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한 달 평균 가계통신비 부담이 OECD국가 중 세계 2위일 정도로 우리의 통신비는 비싼 편입니다.
그런데도 통신비를 내리지 않는 이유는 3사 모두 높게 책정된 통신비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때문.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새로운 요금제는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실 금액의 큰 차이가 없습니다.
LTE라는 속도를 앞세워 요금제만 점점 비싸지고 있는 겁니다.
KMI의 가장 큰 목적은 이 부분을 개선하는데 있습니다
공종렬 KMI 대표는 "지금의 LTE와 음성통화 등을 이통3사 수준과 똑같이 쓰기 위해서는 한 달에 3만 6천 원이면 충분하다"며 "이건 싸게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정상인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지금 통신요금의 절반 가까이를 줄일 겠다는 계획입니다.
더욱 중요한 건 이통3사가 굳건히 유지해오던 `비싼 요금`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통3사는 네 번째 통신사업자의 출범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품질이나 서비스면에서 이통3사가 우위를 차지할수는 있지만 값싼 요금제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수록 지금의 5:3:2 구조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알뜰폰으로 안돼?
비싼 통신요금 대신 싼 요금을 원했던 사람들을 위해 `알뜰폰`이 생겨났습니다.
이통사들의 영업정지 기간동안 알뜰폰은 점유율을 꾸준히 늘렸고 지금은 약 5%를 차지할 정도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뜰폰은 유.무선 전화를 주로 쓰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한 상품이지만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할 상품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과 동영상 등 데이터를 쓰는 일이 많습니다.
알뜰폰은 데이터 망을 이통3사로부터 빌려쓰기 때문에 이 부분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이통3사가 자회사를 앞세워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긴 했지만 역시 데이터 이용 무제한을 감행할 수는 없습니다.
KMI는 음성전화와 데이터 무제한까지 모두 합쳐 한 달 3만원 대면 충분하다는 계획을 밝힌 겁니다.
알뜰폰의 싼 가격과 이통사의 혜택을 합쳐보겠다는 거죠.
◆ 가능성은? 예측불가
이번주 내에 미래부에서 모든 판가름이 날 예정입니다.
미래부는 해당분야와 관련이 있는 전국의 대학교수 수십명을 심사위원으로 선출해 3일간 심사를 하게 됩니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결과"라며 "정부 내부의 분위기와 심사위원들의 분위기는 또 다른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도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KMI는 이미 배수진을 친 상태로 6번째 도전에 나섰습니다.
통신시장을 바꿔놓을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지 또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될지는 이제 심사위원들 손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