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해무' 각자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부른 파국

입력 2014-08-13 08:31  

극단 연우무대 30주년 기념작 `해무`가 스크린에서 재탄생했다. `해무`는 바다에 끼는 안개로 항해 도중 해무가 찾아오면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 방향을 찾을 수도, 다른 무엇을 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모든 게 정지된 상태가 된다.

이 작품은 바다 한 가운데 해무에 갇힌 작은 배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극한의 시점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본성과 광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극중 해무는 망망대해에 존재하는 안개일 뿐 아니라 궁지에 몰린 이들의 불안감과 광기를 증폭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극장의 작은 무대에서 실연되던 이 작품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스크린에서는 과연 어떻게 표현됐을까.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 각본 및 제작 봉준호, 배급 NEW)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낡은 어선 `전진호`의 여섯 선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선장 철주(김윤석)는 폐선의 위기에 처한 `전진호`와 다섯 선원들을 위해 `밀항`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해무`는 원작이 동명의 연극인 것과 더불어 JYJ 멤버 박유천을 뺀 나머지 선원 역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베테랑 연극배우 출신이라는 특징이 있다. 뿐만 아니라 원작이 연극 `날 보러와요`인 영화 `살인의 추억`의 각본을 썼던 심성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봉준호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진작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소위 연극판에서 놀아본 이들이 연극이 원작인 이 작품을 스크린에서 얼마만큼 어떻게 그려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연극과는 다른 영화만의 특성을 충분히 살리며 영화 `해무`를 완벽하게 재탄생시켰다.



연극 무대는 제약이 많다. 시간, 무대 그리고 소품 등 모두 제한적이기 때문에 온전히 배우의 연기력에 의존한다. 연극 `해무`는 무대 위에 꾸며놓은 작은 갑판 위에서 모든 사건을 오롯이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력에 의존한 채 들려주기 식으로 진행된다. 영화 `해무`에는 그 배우들의 연기력과 더불어 다양한 볼거리가 더해졌다.

망망대해 위에서 수십 명 탈북자들의 아우성과 혼란에 빠진 선원들이 뒤섞인 아노미, 끝없이 밀어치는 파도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게 뒤덮인 해무. 이와 더불어 배우들의 깊은 내면연기는 러닝타임 내내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해무`가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했고, 또 대다수의 출연진들이 연극배우인 작품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논외로 쳐진 배우 박유천 역시 `해무` 속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 있어 식상한 수식어로 쓰이곤 하는 `OO의 재발견`이 아닌 진정한 박유천의 재발견이라 볼 수 있다. `해무` 속 박유천을 보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남다른 포스를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맞붙어 연기를 하다보니 그 역시 진정한 배우가 된 듯하다. 그에게 더 이상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는 무색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 영상미 등은 굵직한 볼거리이지만, 결코 가볍게 웃으며 볼 작품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마음엔 먹먹함과 찜찜함이 남는다.

이 극에는 악인이 없다. 절대악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사건은 계속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선장 철주(김윤석)에게 `전진호`는 그저 배의 의미가 아닌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하나의 가치였고, 동식(박유천)에게는 홍매(한예리)가 그와 같은 의미였다. 극중 일어나는 사건들은 등장 인물을이 다른 수많은 가치보다 상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각자 자신들만의 가치를 지키지 위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이를 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한 번쯤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8월 13일 개봉, 19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한국경제TV 박선미 기자
meili@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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