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개그콘서트’는 미모의 경력직을 신인으로 뽑나

입력 2014-08-19 21:42   수정 2014-08-20 14:12



대개 우수한 경력직 사원을 뽑아도 당황스러운 일이 종종 있다. 원래 기대하던 것과 다른 면이 많아 놀라움을 주기 때문이다. 경력이란 단지 근무한 일정한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서 원하는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는 근무년수를 통해 회사를 옮기고,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 다시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할 찰나에 다른 직장으로 옮겨버린다. 이렇게 옮기는 사이 경력은 쌓이고 전문가처럼 보인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예뻐예뻐’를 통해 가늠해본다면, 이제 개콘이 경력직 사원을 뽑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런데 그 사원은 경력직이 아니라 엄연히 신인공채시험을 통해 선발됐다. 경력직사원 같다고 한 것은 이 사원이 신입인데도 몇 개월 만에 코너에 주연으로 투입됐기 때문이다. 다른 신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몇 년 동안 단역에 불과한 여성 개그맨은 부지기수다. 뭔가 이유가 있을 법하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그간의 경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회사, SBS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 경력이 과연 개콘에 맞는지 의문이었다. 아니 개콘의 신인급 개그맨이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딕션(diction)이 정확하지 않아 전달력이 낮았다.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 몸 개그였는데, 이는 적절하기보다는 오버액션으로 보였다. 과잉이라기보다는 말과 표정 그리고 몸짓이 어긋나 불일치해 보였다. 웃음의 포인트가 없어 같이 출연한 이들도 어색해했다. 마치 “이건 뭐지”라는 반응이 나왔다. 케이블의 실험적인 개그를 결합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지 그것도 아니니까 많은 이들은 순간 혼란스러웠다.

무엇보다 이는 개콘의 코드와는 맞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용서될 수 있어 보였다. 단번에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개그맨의 외모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코너 자체가 예쁜 여성의 두 얼굴을 다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콘은 여성 개그맨의 각선미를 부각시켰다.

따라서 다른 하나는 바로 외모로 추정된다. 누리꾼들은 많은 댓글을 통해 이 같은 점을 지적했고, 비판의 목소리도 개진했다. 여러 기사들은 이제 여성 개그맨도 예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 개그맨의 외모를 통해 화제를 끄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개콘 기획 전략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던 셈이다.

어느새 개콘에는 미녀들이 몰려 들어왔고 이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콘이 20%의 시청률을 오르락내리락 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다. 하지만 개콘은 미녀라는 이유로 시청자 앞에 내놓지 않았다. 수준은 높아져서 단지 외모만 가지고 개콘의 문을 두드리는 시대는 갔다고 생각돼왔다. 또한 비호감의 얼굴과 몸으로 자학과 가학적인 슬랩스틱 개그를 하던 때도 벌써 벗어났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예뻐예뻐’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다른 방송사 개그맨도 들여오는 것은 이런 점에서 낯설었다. 만약, 들어와도 일정한 적응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예 혁신과 실험성을 갖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는 기본 소양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개콘은 개그 자체에 대한 소명의 무대보다는 유명해지기 위한 발사대가 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은 아이돌그룹이 음악을 셀리브리티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 음악성이 저하됐다는 점과 같다. 그것이 이제 개콘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듯싶다. 어쩌랴 전 국민이 나이 직업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셀리브리티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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