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부재…연극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

입력 2014-08-21 20:09  



무대 정 가운데 덩그러니 노래방 기계가 놓여 있다. 휑한 주변은 노래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소, 구름다리, 그네 등이 둘러싸고 있다. 연이어 등장한 배우는 바닥을 청소하느라 바쁘다. 배우 말로는 ‘놀이터가 화장실’이라는 게 이 공연의 ‘콘셉트’란다. 그리고 이 난해한 콘셉트에 대해 배우가 각종 불만을 목청껏 토로할 때 쯤, 무대에 또 다른 배우가 등장한다. 그리곤 노래방에서 ‘밥 좀 먹어도 되느냐’고 묻는다.

연극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이하 우노얘)는 공연의 콘셉트만큼이나 개성 강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만들어낸 10주년 퍼레이드 네 번째 공연이다.



에세이적 말하기

연극 ‘우노얘’는 에세이적이다. 무대에는 총 네 개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식으로 나열된다. 노래방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다양하다.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 대화가 어색한 아버지와 아들, 이제 막 헤어지려는 연인, 이별한 여자, 중년의 사랑 등이 펼쳐진다. 노래방 주인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인물이다. 그는 에피소드가 끝날 때 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혹은 우리 모두가 겪는 공통적인 경험들의) 상념들을 조곤조곤 늘어놓는다.

이 작품의 에세이적 면모를 강하게 하는 것은 일상적인 언어다. 극중 배우의 말이 대사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도 헷갈린다. 등장인물이자 화자인 노래방 주인은 일상 언어의 힘을 휘두르는 막강한 주요 인물이다. 그는 각기 다른 ‘소통의 어긋남 사례’들을 바라본 뒤 관객과 대화하듯이 이야기에 대한 주석들을 단다.

극본, 연출을 동시에 맡은 민준호는 ‘말’을 갖고 논다. 그는 전작 연극 ‘나와 할아버지’에서 소소한 에피소드와 따뜻한 감성으로 일상 언어의 힘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다. 그는 생활에 주둔해 있는 말들을 예리한 관찰력으로 포착하고, 정성스럽게 무대로 담아낸다. 일상 언어들은 격렬한 공감으로, 아픈 상처로, 진한 웃음으로 관객을 들었다놨다한다. ‘일상적인 말’을 녹여낸 배우들의 생활 연기도 작품의 결을 살리는 데 큰 몫을 한다.



‘넌 밥만 먹고 사니?’ 모순을 통해 보는 소통의 부재

연극 ‘우노얘’는 공간의 상징성을 독특하게 풀어낸다. ‘노래방’은 노래를 부르는 곳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노래방’에서 노래만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노래방에서 사랑을 속삭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며, 울분진 마음을 소리 높여 외쳐보기도 한다. ‘노래방’은 삶의 장소이며 동시에 우리의 일상 그 자체인 것이다.

작품은 장소의 모순적인 의미 부여를 통해 ‘소통’의 상징성을 입힌다. ‘놀이터가 화장실’이라는 콘셉트도 그렇다. 한 포털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아지트로 ‘화장실’이 꼽힌 적이 있다고 한다. ‘볼 일 보는 곳’이 ‘일상의 대피소’가 된 것이다. 놀이터는 인물 간의 거리를 드러내는 심상적 장소이자 감정의 배출구로 작용한다. 노래방 안에선 이별의 아픔을 견디느라 사투중인데, 화장실을 간 친구들은 웃고 떠들며 그네를 타는 식이다. 소통이 단절된 두 공간을 떠도는 인물들의 절규는 웃음을 유발하지만, 마음 안쪽의 풍경은 씁쓸해 진다.

극 중에는 익숙한 노래들이 등장해 듣는 맛을 더한다. 등장인물들은 상황에 맞게 자신의 사연이 담겨 있는 노래를 부른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아버지의 ‘My way’,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부르는 ‘너를 위해’,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너에게’, 애틋한 마음의 ‘You light of my life’ 등이 흘러나와 절절히 퍼진다. 배우들의 열창도 인상적이지만, 소통의 부재에 얹혀 있는 관객들의 마음을 천천히 소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명곡들의 향연도 귀를 기울일만 하다.

연극 ‘우노얘’는 10월 1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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