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출근 女공무원 뇌출혈 사망··'공무상 재해'

입력 2014-08-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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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꼭두새벽에 일어나 장거리 운전을 해 일터로 출근하던 공무원이 뇌출혈로 사망한 것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숨진 윤 모(사망당시 39세)씨의 남편 이 모(45)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 등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윤 씨는 공립학교 급식실에서 식단을 짜고 식재료 등을 총괄 관리하는 경력 15년의 베테랑 영양사였다.

윤 씨 직무가 고단해지기 시작한 것은 2012년 3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으면서 부터였다.

일터와 집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거주지인 용인에서 학교까지 40㎞ 거리를 1시간씩 운전해 출퇴근을 해야 했던 것.

또 인근 초등학교까지 모두 3개 학교의 급식을 관리하고, 학생 대상 영양수업에 지역 교육지원청의 학교급식연구회 부회장까지 맡게 됐다.

오전 7시까지 학교에 나와 그날 사용할 식재료를 살피고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윤 씨는 매일 꼭두새벽 집을 나서야 했다.

1년 3개월여 동안 잠이 부족하고 피로가 쌓이는 생활을 반복하던 윤 씨는

2013년 6월 점심 급식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뇌출혈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그는 결국 일주일 뒤 숨을 거뒀다.

이 씨가 공단에 유족보상금 등을 요구했지만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사망"이라는 이유로 지급이 거부되자 소송을 냈던 것.

재판부는 윤 씨가 사망한 데는 장거리 출퇴근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공단의 판정을 뒤집었다.

고혈압과 당뇨병 등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을 갖고 있긴 했지만 과로와 스트레스가 사망의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출·퇴근에 각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상황에서 윤 씨는 영양수업과 연구회 부회장 일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흡연·음주를 거의 하지 않은 데다 뇌출혈 발병률이 낮은 39세 여성인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이런 업무환경이) 건강을 급속히 악화시켜 뇌출혈을 일으킨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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