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순봉이 집합을 외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주 방송된 KBS2 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피하려하는 자식들의 모습에 결국 폭발하고 만 아버지 차순봉(유동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드라마 속 차순봉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식들을 끔찍이 여긴다. 혹시나 자식들이 끼니를 거를까 깨우는 것은 물론 황급히 출근하는 차강심(김현주 분)에게 아침 대용 식품을 챙겨주기도 하고 서로 으르렁거리며 만날 때마다 언성을 높이는 차강재(윤박 분)과 차달봉(박형식 분)를 말리기까지.
그러나 6회까지 방송된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순봉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만 할뿐이다. 자식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자식들은 그렇지 않다. 피곤하다는 것을 핑계로 닫은 문을 열지 않고, 자는 척을 한다. 자식들 중 누구도 아버지 차순봉을 생각하지 않는다.
자식들이 해야 하는 역할은 강서울(남지현 분)의 몫이 되었다. 그러나 강서울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차순봉을 ‘아버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주무세요”라는 말만 반복하는 자식들과는 달리, 강서울은 쓸쓸히 방으로 돌아가는 차순봉에게 밝은 미소로 “안녕히 주무세요”하고 싹싹한 인사를 건넨다. 우울한 기색이 역력했던 차순봉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어쩌면 아버지들이 바라는 건 이처럼 단순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은 이 ‘단순한’ 것조차 하지 않았다. 누나 차강심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냥 잠깐 사귀는 애”라고 설명하는 것이 그렇게 피곤한 일이었을까. 물론 아버지와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짧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짧은 설명이라도 했다면 차순봉이 폭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작은 ‘서글픔’이 쌓여 ‘분노’가 되어버렸다. 차순봉이 명령조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것은 냉랭하거나 신경질적이거나 귀찮다는 대답뿐이니 말이다.
그런데 차강재는 그 ‘서글픔’을 알아주기는커녕 “차 씨 집안과 연을 끊겠다”는 폭탄선언을 퍼부었다. 차순봉이 헛웃음을 터뜨릴 만 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드라마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 현실 속에서도 이러한 갈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족 간의 갈등을 ‘과장 없이’ 가져온 ‘가족끼리 왜 이래’가 드라마적인 요소인 ‘불효 소송’이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