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윤맘의 육아타임즈]육아에서 모르는 게 약인 이유

입력 2014-09-16 12:01  

좋은 엄마란 기준이 뭘까. 많이 아는 엄마가 과연 좋은 엄마일까? 요즘은 부쩍 이런 생각이 든다.


아기를 낳기 전 주변 아기 엄마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아이를 위해 별로 많은 것을 하지 않는 엄마를 보면서는 `난 저러지 말아야지`, 이것저것 다 찾아 하는 엄마를 보고는 `저건 꼭 배워야 해!`라고 생각하곤 했다.

육아는 사랑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자식은 남들보다 더 멋지게 하고 싶은 건 다 해주며, 남들이 하는건 우리 아기도 해야 한다는 바보같은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남들이 하는 좋은 건 무조건 다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옳지 않다는 걸 안 지 얼마 안 됐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육아에도 쓰일 줄은 몰랐다.

일단 초보 엄마인 나는 글로 육아를 배웠다. 엄마가 되기 전 육아책을 읽으며 "아~그렇구나. 이게 좋은 거구나,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라며 몇 번을 기억에 새겼다.

책에 나오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책에서 좋지 않다는 건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느 순간 아기의 생활에 규칙을 정해서 "이 시간엔 이걸 해야 하고~ 이 시간엔 자야지~웬만하면 이대로 하는 게 아기 발달에도 좋대"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억지스러운 육아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요즘은 너무 판에 박힌 일정에 나와 딸을 몰아넣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졸릴 때 스스로 자는 기특한 딸 가윤이인데, 나는 "밤 10시부터는 자야 해! 얼른 자! 왜 안 자는 거야"라며 어느새 짜증을 내고 있었다.

"저녁 10시부터는 반드시 자야 아이 성장 발달에 좋다"는 글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억지로 재우려 하지 않았을 텐데...돌쟁이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바보같아 보인다.

나는 괜스레 미안해지는 마음으로 자는 딸 모습을 보며 또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는 나쁜 엄마가 됐다.

또 아이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모두 다른 아이들 부럽지 않게 다 해주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전부 엄마의 대리만족인 듯하다.

그러지 말아야지 해도 지나가는 아이를 보고 `저 아이는 이 신발 있네, 우리 딸도 이쁜 거 사줘야지`하고 또 주문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솔직히 조그만 아기가 뭘 안다고...가윤이는 이게 좋은 건지 갖고 싶은지 알지 못하는데도, 내가 이걸 사고 내 딸이 입고, 신는 데 만족해서 `내 딸도 이건 있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가윤이는 그러지 않아도 이미 자기 의사표현이 확실하다. 이제 15개월차에 들어선 가윤이의 성장발달은 현재 개월수보다 빠르다. 이미 걸음마를 떼고 뛰어다니며 의사표현도 제법 한다. 하고 싶은 건 얼추 비슷하게 말하고, 갖고 싶은 건 줄 때까지 앞에서 물건을 가리키고 있다.

결국 가윤이가 갖고 싶다, 달라는 건 다 주다보니 이젠 한 번이라도 안 주면 그 때부터 집은 울음바다가 된다. 이렇게 의사표현이 확실하니, 조금만 있으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술술 얘기할 텐데 말이다.

문득 내 육아방식이 잘못돼도 너무 잘못돼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가 있다. 무조건 남들 육아의 좋은 것만 따라 하려고 조바심 내는 것처럼 바보 같은 일은 없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정말 육아에 대해 잘 몰라도 상관 없다. 내 육아 생활에 아이와 나, 우리 가족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오늘도 육아 참 잘하고 있는 것이리라.(정리=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예은 기자)


★tvN `푸른 거탑`, `코미디 빅리그`, `황금거탑`의 개그맨 정진욱과 그의 아내 송지연이 펼치는 ‘가윤맘의 육아 타임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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