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준우승' 이승우, 주심이 원망스럽지만 그것도 축구다

입력 2014-09-21 22:09   수정 2014-09-21 22:15

▲ U-16 남자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이승우가 20일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추가시간 5분도 다 지나서 주심의 종료 휘슬이 길게 울리고 결승전이 끝났다. 아쉽게 역전패한 우리의 어린 선수들 중 일부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후반전에 벤치로 물러난 한 선수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북한선수에게 다가가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그만큼 마지막 승부에서 이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고 억울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는 그 어느 것도 바꿔놓을 수 없다. 세상 사람들 누구나 공감할만한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말이다.

최진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16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0일 밤 8시 태국 방콕에 있는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AFC(아시아축구연맹) U-16 챔피언십 결승전 북한과의 맞대결에서 최재영의 전반전 선취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전에 내리 두 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은 물론 세계 축구팬들에게도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승우의 연속골 기록이 멈춘 것도 아쉬운 일이다. 아마도 이 경기가 끝나고 가장 안타까운 마음을 지닌 선수는 바로 이승우였으리라.

그는 경기 내내 북한 수비수들의 거친 몸싸움에 시달려야 했다. 충분히 예상된 이승우 수비법이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물론, 최진철호 전체도 그 고비를 제대로 뛰어넘지 못했다.

시리아를 7-1로 신나게 물리친 준결승전을 떠올려봐도 페널티킥으로 연속골 기록을 이은 이승우가 훌륭한 패스실력을 자랑하며 골보다 빛나는 도움 4개를 올렸다는 것에 주목했어야 한다. 거친 반칙으로 이승우의 발목부터 묶어놓겠다고 작정한 북한 수비수들 앞에서 여전히 이승우에게 의존하는 공격 방법은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나 다름없는 전술적 한계였던 것이다.

이승우만큼이나 능력 있는 장결희도 나란히 뛰고 있었고 체격 조건도 뛰어나고 드리블 수준이 남다른 미드필더 김정민도 있었지만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전술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승우는 넘어지고 자빠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해야 했다. 벌떡 일어나서는 주심에게 다가가 지나치게 고의적인 반칙을 카드로 엄벌해달라는 몸짓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하지만 그때 뿐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 점수판 1-1이 된 이후에 만들어졌다. 이승우의 폭풍 드리블이 북한의 골문을 제대로 위협했다. 그를 막아선 북한 수비수 마지막 한 명이 벗겨지는 순간 이승우는 어깨를 잡히며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김위성이 뒤따라오며 노골적인 잡기 반칙을 저지른 것이었다.

여기서 모하나드 카심 사라이(이라크)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일단, 북한 수비수 김위성의 반칙을 선언한 것이다. 여기서 초미의 관심사는 주심이 꺼내드는 카드의 색깔이었다. 하지만 노란색 카드 그뿐이었다. 이 판정 때문에 이승우는 다시 한 번 주심에게 다가가 잘못된 판정에 이의를 표현했다.

FIFA(국제축구연맹)의 공식 경기 규칙 `반칙과 불법 행위` 부분에도 명시된 것처럼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시킨 경우(공격수가 골을 향하여 움직이고 있을 때)"를 퇴장성 반칙 중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모하나드 카심 사라이 주심의 최종 판단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거나 관대한 것이었다.

축구에서 만약이라는 말이 허무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만약에 김위성이 이때 그대로 레드카드를 받고 쫓겨났다면 이후 경기 양상은 한국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분명 축구다. 주심이 카드를 꺼내는 것은 정말로 주심의 생각이 어디까지 미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속단할 일 아니다. 축구장에서 냉철한 판단력, 현명함이 절실한 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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