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 원작이 음악극 ‘두결한장’으로 탄생... 김태형 연출가

입력 2014-09-22 18:27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은 2012년에 개봉한 퀴어 영화다. 작품은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풋풋하게 그려냈다. 개봉 당시에는 독립영화 흥행 수준인 약 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는 2014년 또 한 번 관객과 만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화는 음악극의 형태로 무대에 오른다. 9월 27일 개막을 앞둔 음악극 ‘두결한장’에는 원작 영화를 제작한 김조광수가 총감독으로 참여한다. 이외에도 작품에는 대학로에서 내로라하는 창작진이 힘을 더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연출은 연극 ‘모범생들’, ‘연애시대’, 뮤지컬 ‘아가사’ 등을 선보인 김태형이 맡는다. 대본은 연극 ‘나쁜자석’, ‘클로저’, 뮤지컬 ‘빨래’ 등을 연출한 추민주가 함께한다. “영화를 보고 작품의 매력을 발견했다”는 김태형 연출과 함께 음악극 ‘두결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들의 사랑과 마주하다

음악극 ‘두결한장’은 김조광수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게이’와 ‘레즈비언’의 사랑이다. 원작 영화는 남자와 여자의 결혼식으로 시작해 한 번의 장례식을 거친 후 동성(同性)의 결혼으로 끝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무엇이 영화 ‘두결한장’과 김태형 연출을 연결 지었을까. 바로 배우 박정표다. 그는 원작 영화에서 ‘티나’ 역을 연기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태형 연출과는 연극 ‘모범생들’로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박정표 배우가 영화 ‘두결한장’에 출연을 해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다. 물론 영화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야기가 예쁘고 아름답게 그려져 좋은 영화라 생각했다. 이후 추민주 작가에게 전화를 받고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 추민주 작가가 영화 ‘두결한장’을 공연으로 제작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다. 본인도 충분히 연출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작품의 대본만 맡고 함께할 연출가를 찾고 있었다. 추민주 작가와는 대학 동기다. 서로 함께 작품을 하자는 이야기를 종종 해왔다. 한 작품 안에서 연출과 작가로 만나 작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친한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음악극 ‘두결한장’을 채워 넣는데 큰 공을 세웠다. 추민주 연출과의 오랜 인연과 탄탄한 믿음은 작품에 합류하게 하는 결정타를 날렸다. 연출을 맡게 된 계기, 작품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추민주 작가의 대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화는 추민주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이야기를 재탄생됐다. 김태형 연출은 “추민주 작가가 대본을 맡고 영화에서 연극으로 옮겨지니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대본에는 영화에 없던 상황들이 추가됐고, 그런 부분이 영화와 다른 느낌으로 섬세하게 잘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원작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추민주 작가의 문장으로 깊이를 더했다. ‘울림 있는 이야기’는 작품의 매력을 배가 시켰고 김태형 연출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단번에 작품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작품의 연출은 원작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에 집중하며 진행됐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그가 연출을 하며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든든한 길라잡이가 되었다.

“원작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레즈비언’은 사회적인 필요에 의해 결혼을 한다. 정상적인 혼인관계는 아니지만 그들은 제도를 통해 얻을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안정성을 얻는다. 그들이 얻은 것은 집과 아이의 입양 등이 있다. 연출을 할 때는 작품이 들려줄 이야기가 기본적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것을 잘 풀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영화 ‘두결한장’은 성소수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작품은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태형 연출은 그것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가치”라고 설명했다. 이야기 중심축은 ‘게이’와 ‘레즈비언’ 등 성소수자 캐릭터가 담당한다. 작품 안에서 그들의 사랑은 이성애자들의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알콩달콩 사랑하고, 사랑하다 아프기도 한다. 그들도 마찬가지다. 작품은 이러한 사랑의 과정을 로맨틱하게 그려낸다.

“일반적으로 퀴어 영화는 성소수자의 아픔과 고통, 소외, 편견으로 인한 고통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원작 영화는 이와 달리 그들의 사랑을 예쁘고 설레게 그려냈다. 연출을 할 때는 그런 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동성을 사랑한다’라는 점이 다를 뿐이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러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싶었다.”



영화, 음악극으로 무대에 오르다

음악극 ‘두결한장’은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작품은 새로운 창작진을 만나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고 새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이 원작 영화와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묻자 그는 “캐릭터가 달라졌다”라고 답했다. 원작 영화에는 ‘민수’와 ‘석’의 사랑, ‘효진’과 ‘서영’의 사랑, ‘티나’의 눈물겨운 외사랑이 오밀조밀 배치돼 그려진다. 캐릭터의 변화는 음악극 ‘두결한장’을 원작 영화와 닮은 듯 다른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게 돕는다.

“영화에서 ‘민수’는 비겁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취하면서 동시에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민수’는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어느 순간 이러한 관계, 흐름을 알고 힘들어한다. 영화는 ‘민수’가 일련의 과정을 겪고 ‘나는 게이다’라고 커밍아웃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무대로 옮길 때는 ‘민수’가 비겁함을 누르고 당당하게 자기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석’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소멸됐다. 원작 영화에서 ‘석’ 역은 배우 송용진이 분했다. 음악극 ‘두결한장’은 남자 주인공인 ‘석’을 과감히 삭제하고 그 자리에 ‘티나’를 앉혔다. ‘티나’는 영화에서 ‘민석’을 짝사랑하는 ‘게이’로 등장했다. ‘석’이 가지고 있던 캐릭터와 사건은 각각 ‘티나’와 ‘서영’에게 나눠졌다. 이로써 작품은 집중도를 높이여 이야기를 탄탄히 다져나갔다.

그 외에도 달라진 점은 많다. 영화에는 편집상의 이유 등으로 ‘레즈비언’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적게 그려진다. 이번 공연에서도 물론 ‘게이’의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영화보다는 ‘레즈비언’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김태형 연출은 ‘석’의 캐릭터를 나눠 가진 ‘서영’을 통해 ‘레즈비언’의 이야기의 비중을 높여나갔다. 이를 위해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장치다. 극 안에서 ‘음악’은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 또는 정서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음악과 곁들어진 인물들의 움직임은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포인트로 자리매김한다.

“음악극이라는 타이틀은 컴퍼니의 제안으로 진행됐다. ‘음악극’은 상대적으로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공연 형식인 것 같다. 연극이면 연극, 뮤지컬이면 뮤지컬의 형식을 갖춰야 하는데 ‘음악극’은 그런 점에서 어중간하다. 그럼에도 ‘음악극’ 형식은 작품 안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장면에서 인물들의 정서를 드러낼 때, 사건이 진행될 때 음악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했다. 무대 위에는 피아노 연주자가 함께한다. 배우들은 어떤 장면에서는 뮤지컬 장면처럼 노래한다. 극은 ‘게이’ 합창단 ‘지보이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노래 부르는 장면이 많다.”

작품은 연극에 노래를 더한 ‘음악극’이지만 출연 배우 중에는 뮤지컬 무대 경험이 없는 배우들도 눈에 띈다. 김태형 연출은 “음악과 노래 실력을 진지하게 따지지 않았다”며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그의 캐스팅 기준은 오로지 “캐릭터와 어울리는 배우”에 맞춰졌다. 이번 공연은 음악극 형태를 취하지만 배우들이 뛰어난 노래 실력을 뽐낼 필요는 없었다.

“물론 출연하는 배우가 노래를 잘하면 더 좋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극 중 노래하는 장면은 합창처럼 주요 배우들이 함께 나와 부르기 때문에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괜찮다. 대신 연기로 그 순간만큼은 정말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표현할 수는 있어야한다. 굳이 뮤지컬 배우로만 캐스팅 하려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뮤지컬 배우 경력이 많은 배우들도 이번 작품에 함께한다. 그들이 중심을 잘 잡아줘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또 다른 캐스팅 기준은 ‘성소수자들을 향한 이해’였다. 김태형 연출은 많은 배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캐스팅을 진행했다. 그 시간은 배우들이 성소수자들의 이야기에 편견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왔다. 캐스팅은 많은 편견을 갖고 있지 않은 배우, 혹은 지금은 내가 생각이 다르지만 대본을 읽고 공연을 하고 난 후에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보여준 배우들 위주로 윤곽을 잡아 나갔다.

“그렇게 캐스팅된 배우들이 이번 공연을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각자 자기의 캐릭터에 맞게 연기해주고 있다. ‘게이’를 게이답게, ‘레즈비언’을 레즈비언답게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들을 희화화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배우들은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적절한 선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진실 되게 ‘게이’의 사랑을 무대로 옮기기 위해서는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김태형 연출은 직접 ‘게이’와 ‘레즈비언’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채워나갔다. 그는 직접 만나는 것으로도 모자라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게이바를 찾아가며 적극적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이러한 과정은 그들의 이야기를 오해 없이 전달하고, 정확하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드라마에 ‘게이’가 나오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아프고, 슬픈 존재로 그려진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들의 삶과 모습은 몹시 희화화 된다. 저희 작품에도 그들을 마주하는 두 가지 측면이 모두 나온다. 그러나 너무 심하게, 그들의 상처를 슬프게 표현하거나 희화화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야기는 실제 인터뷰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극 중 ‘서영’의 직업은 다큐멘터리 촬영 기자다. 그가 촬영한 영상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만난 인물들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김태형 연출은 음악극 ‘두결한장’ 외에도 드라마와 연극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을 여러편 선보였다. 그는 그러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한가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의 목표는 “원작을 보지 않아도 공연만으로 충분히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공연은 공연의 문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작을 보지 않아도 공연만으로도 재미있게 연출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러한 바람은 이번 작품에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김태형 연출은 명쾌하고 단호하게, 원작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도 작품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 나아가 작품을 관람할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공연의 테마는 크게 두가지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의 이야기에는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관객이 작품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무언가를 깨닫게 했다.

“작품은 ‘남들도 이렇게 사는 구나’, 혹은 ‘아 저 사람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그런 부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나와 다르지 않고 비슷하다는 것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봐줬으면 기쁠 것 같다. 공연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열린 마음으로 공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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