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웃음으로 말하는 ‘보험시대’

입력 2014-09-23 11:00   수정 2014-09-28 18:05



‘생명보험, 의료보험, 실비보험, 교육보험, 상품보험, 다리보험…’

바야흐로 ‘보험’의 시대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만들어지는 보험만 보아도 우리의 사회상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다. 보험은 위기에 대비해 들어놓는 ‘선한 목적의 것’이지만, 간혹 비합법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타인에 의해 악용되기도 한다. 이젠 ‘보험’ 자체가 하나의 세계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는 바로 이 ‘보험’을 소재로 한다. ‘보험’은 익숙한 말이지만 뮤지컬계에서는 꽤 낯선 소재다. 창작뮤지컬과 만난 ‘보험’은 어떤 모습일까. 작품은 의외의 시너지를 내며 웃음과 함께 관객의 배꼽을 잡는다.

‘완전보험주식회사’의 한보장 팀장은 ‘뚱뚱OK’ 다이어트 보험을 기획한다. 그는 홈쇼핑 판매로 승승장구 하게 되지만, 곧 보험 청구자들이 늘어나며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그때, 그의 앞에 한때 부부였던 신다정이 연구개발팀으로 스카웃 돼 들어온다. 위기를 느낀 그는 이혼 사실을 숨긴 채 새로운 보험 연구 개발에 열을 올린다. 한보장은 이혼과 관련된 잠재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혼보험’을 기획하기에 이른다.



작품은 뻔하지만 유쾌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시종일관 객석에서는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소재의 사회성은 ‘살짝’만 건드린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으로 무대를 채운다. ‘멀티맨의 대명사’ 임기홍은 종횡무진 무대를 누빈다. 살아 날뛰는 그의 코미디 감각은 관객의 잠자던 웃음까지 끌어올릴 기세로 세차게 객석을 몰아친다. 여기에 ‘독특한 캐릭터의 대명사’ 백주희의 합세는 천군만마다. 두 사람의 조합이 얼키고설킬 때마다 객석에선 거침없는 웃음이 ‘풋!’하고 터져 나오고 만다.

주제는 가볍지 않다. 뮤지컬 ‘완전보험 주식회사’에는 현 세태가 담겨있다. ‘다이어트 보험’을 통해서는 ‘외모지상주의’가, ‘이혼보험’을 통해서는 쉽게 사랑하고 헤어지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비친다. 그 뿐인가. 이혼 확률을 ‘이혼유전자’를 통해 판단한다는 설정도 쉽게 넘어갈 수 없다. ‘마음’이 아닌 ‘확률’로서 사랑을 판단하는 시대의 각박함이 입 안을 쓰게 만든다.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에는 훈훈함이 있고, 감동 코드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수줍은 달콤함과 소극장만의 오밀조밀한 느낌도 충만하다. 색색의 고운 조명들은 박스 형태의 무채색 무대에 갖가지 색을 입힌다. 작지만 화려하고, 수수하지만 깨알 같다. 다만, 이야기의 중심이 웃음 위주로 흐르면서 배치된 ‘감동 코드’들이 조금 ‘뻔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번 공연은 배우들의 의기투합이 빛을 발한다. 5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친 작품은 그동안 숱한 위기를 이겨내며 무대 위에 올랐다. 배우들은 딴딴한 호흡으로 웃음과 감동을 적재적소에 매만진다. 초연 멤버들의 파이팅 넘치는 연기대결도 볼거리다. 이번 초연 무대에는 ‘멀티’ 역을 마다치 않은 홍지민을 비롯해 임기홍, 정상훈, 박훈, 백주희, 김현진, 정재헌, 김효연 등의 배우들이 무대에 함께한다.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는 11월 2일까지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에서 공연된다.

사진=백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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