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취재] 뮤지컬 '구텐버그'...브로드웨이 진출기

입력 2014-09-24 10:39   수정 2014-09-25 11:02



뮤지컬 ‘구텐버그’ 프레스콜이 9월 23일 오후 2시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과 질의응답, 포토타임 순으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은 ‘버드’ 역의 허규와 ‘더그’ 역의 정원영이 무대에 올라 뮤지컬 넘버 ‘난 까막눈’, ‘구텐버그 송’, ‘오늘밤 이 순간’을 선보였다. 이어 ‘버드’ 역의 장승조와 ‘더그’ 역의 김종구가 뮤지컬 넘버 ‘Come With Me’, ‘난 지옥에 갈거야’, ‘뜬소문’으로 장면 시연을 마쳤다. 질의응답은 창작진과 배우로 나뉘어 진행됐다. 창작진 인터뷰 시간에는 김동연 연출과 양주인 음악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배우 인터뷰 시간에는 허규, 정원영, 장승조, 김종구가 함께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2013년 한국 초연됐다. 작품에는 신인 뮤지컬 작곡가 ‘버드’와 작가 ‘더그’가 등장한다. 작품은 이들의 브로드웨이 진출을 향한 열정을 ‘극중극’ 구조로 풀어낸다. 두 사람은 활자 인쇄술의 혁명가 ‘구텐버그’(구텐베르크)를 소재로 뮤지컬 ‘구텐버그’를 제작한다. 이를 위해 ‘버드’와 ‘더그’는 자신들의 작품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줄 프로듀서를 찾아 나선다.

무대에는 ‘버드’와 ‘더그’를 연기하는 두 명의 배우와 한 명의 피아노 연주자가 함께한다. 두 배우는 20여 개가 넘는 캐릭터를 오고 가며 열연을 펼친다. 이들은 모든 등장인물과 플롯을 책임지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작품은 미니멀한 세트와 최소한의 소품만을 활용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 2014년 뮤지컬 ‘구텐버그’에 새롭게 합류했다. 소감이 어떤가.

허규: 뮤지컬 ‘구텐버그’는 시종일관 행복함을 전해주는 공연이다. 여기에는 반론할 여지가 없다. 작년에는 객석에서 관객의 입장으로 공연을 봤다. 그때도 그렇고 올해 대본으로 작품을 접했을 때도 꽤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무대에 오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즐겁게 공연에 임하고 있지만 묘한 긴장감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기운이 빠질 정도로 힘든 작품이다. 그만큼 성취감이 남달라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다.

김종구: 뮤지컬 ‘구텐버그’는 재미있는 것은 다 재미있고, 힘든 것은 다 힘들다. 이 상황이 마냥 재미있다. 극 안에서 보여줘야 하는 역할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분량이 많아 연습할 때 진땀을 흘렸다. 예를 들어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는 멀티맨 역이 있고, 남자 역이 나오고 그 남자가 ‘김종욱’ 역도 소화한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그 모든 역을 제가 다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너무 행복한데 분량이 많아 맛있게 역할을 소화하는 것이 어렵다.

- 장승조 배우는 작품을 하면서 ‘어깨에 날개가 돋아난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만큼 땀을 많이 흘린다. 이유가 있을까.

장승조: 땀을 흘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생각을 해봤다. 아무래도 ‘버드’와 ‘더그’가 가지고 있는 꿈 때문인 것 같다. ‘버드’라는 인물이 표현하고자 한 것, 배우 장승조가 표현하고자 한 것, 뮤지컬 ‘구텐버그’가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은 결국 꿈과 희망이다. 때문에 저는 얼마나 더 열정적으로 그것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버드’의 입장으로 보면, 그는 이 공연을 팔기 위해 ‘더그’와 5년 동안 작품을 하나하나 준비했다. 결국에는 시연 장소를 빌려 공연을 하게 됐다. 그 순간이 이들에게는 얼마나 행복하며, 많은 프로듀서가 이들의 공연을 알아주기를 바라는지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함께한다.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며 연기하는가.

정원영: 작품은 꿈을 위해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 첫 설렘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적인 연기가 아니다. 진심이 아니면 안 된다. ‘더그’를 연기할 때 간절한 설렘이 중요한데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인물들이 보여줘야 하는 설렘은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이 있어 든든했다. 저는 그 부분보다는 조금 더 오래 연습한 ‘더그’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버드’와 ‘더그’의 연습기간을 5년이 아닌 7~8년으로 잡고 더 준비한 인물로 그려나갔다. 이들도 분명 서툰 부분도 완벽하게 하려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을 제 무기로 가져가자고 생각했다.

첫 공연을 올리고 나서는 재관람 관객들에게 재미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오래된 맛집은 기본 레시피를 살려 그 본연의 맛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한 맛집은 손님에 따라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는다. 이처럼 저도 무대에서 순수하게 그들의 입장에서 작품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느낌을 살리려 매 순간 집중하고 있다.



- 그동안 멀티맨 역을 많이 왔다. 작품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방법이 있다면.

김종구: 멀티맨 역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배우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센스가 좋아야한다. 저는 센스가 별로 없는 배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찰을 많이 했다.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때는 추상적인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줌마’ 역을 연기하게 되면 저는 동네 슈퍼 아줌마 말투를 보고 따라했다. ‘할아버지’ 역이라면 우리 할아버지인지 복덕방 할아버지인지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는 그들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 조금 나아졌다. 주위에 있는 진짜 사람들의 모습을 진짜로 관찰하고 따라하려고 노력하면 다양한 색으로 인물을 표현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 초연배우로서 김종구, 허규 배우에게 전수해준 노하우가 있는지.

장승조: 전수를 했다기보다는 연기적인 부분들은 연습하면서 같이 만들어 나갔다. 오히려 저와 정원영 배우가 두 배우에게 더 많이 배웠다. 저희는 초연을 함께했기 때문에 초연에 대한 추억이 아련하게 있다. 그 추억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이번 공연에 합류했다. 돌이켜보니 설렘보다는 익숙함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두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익숙함을 덜어내고 다시 순수하고 깨끗하게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초심을 마지막 공연 날까지 잘 유지해서 작품을 처음 본 관객도, 재관람 관객 모두에게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전해주고 싶다. 그것이 지금 제가 풀어야 하는 가장 큰 숙제가 아닌가 싶다.

정원영 : 저희가 초연을 했다고 해서 어떤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희가 해준 말은 연습도 많이 하고, 대본을 계속 봐야 한다는 것뿐이다. 아무래도 출연 배우들이 모두 남자다보니 캐릭터를 소화할 때 한계가 있다. 딸, 소녀, 아줌마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기왕이면 자세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다고 말해줬다. 작품 안에서 모자가 마법을 보여주기 때문에 모자를 믿고 자세나 행동을 바꾸는 것이 좋다. 장승조 배우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도움을 주기보다는 그들의 만들어낸 신선한 분위기와 설렘에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

허규: 전수해 준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본인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 많은 것을 알려줬다. 예를 들어, 제가 대본이 안 외워진다고 말하면 녹음해서 계속 들어보라고 툭툭 던졌다. 그래서 음악 듣는 것처럼 계속 들으면서 연습했다. 장승조 배우 같은 경우에는 모자를 예쁘게 쓰는 법, 모자를 한 번에 많이 쓸 때 잘 쓰는 법, 어떻게 하면 모자를 빨리 벗을 수 있는 지 등 다양한 것들을 전수해줬다.

- 뮤지컬 ‘구텐버그’를 연기하며 힘든 점이 있다면?

허규: ‘사다리를 옮기고 모자를 쓴다’는 것을 글로만 보다가 무대에서 직접 해보니 정말 다르더라. 동선 자체를 머리에 넣고 몸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힘들었다. 연습을 많이 했지만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연기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 작품이 저의 7번째 작품인데 뮤지컬 ‘구텐버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배우로서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것 같다. 일종의 수련과 같다. 힘들지만 뿌듯하다. 기쁘게 참여하고 있다.

‘버드’ 역은 순수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순수예술가다. 그러나 ‘버드’는 ‘수도사’도 연기해야 한다. 저는 목소리가 다른 남자에 비해 높은 편이다. ‘수도사’ 역은 카리스마 가 있어야 하는데 목소리가 이러니 캐릭터를 잡을 때 고민이 많이 됐다. 총 48회 공연을 하는데 이대로 하다가는 목소리에 금방 이상이 생길 것 같고 적정선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우려했던 것은 목소리다. 이 작품에는 극중 남자가 여자 목소리를 낼 때 느낄 수 있는 재미 같은 것이 있다. 제 목소리가 톤이 높아 그러한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까지는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매력은 무엇인가.

정원영: 연습할 때는 허규 배우와 많이 연습했다. 저와 장승조 배우가 이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하여 다시 함께하게 됐는데, 그때 저희가 허규 배우를 추천했다. 허규 배우와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당시에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났지만 같은 역에 캐스팅됐다. 허규 배우의 장점은 좋은 의미로 ‘순수하다’라는 것이다. 어린이처럼 깨끗한 느낌이다. 허규 배우가 작품을 준비하며 많은 것을 고민했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마음이 ‘버드’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장승조: 김종구 배우는 다리가 굉장히 얇고 길다.(웃음). 무대에 함께 서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부분을 김종구 배우가 집어줬다. 물론 ‘콕콕’ 집어준 것은 아니다. 김종구 배우와 같이 호흡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부분이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가면 안 되겠구나’, ‘이게 내가 초연에 젖어 있는 내 모습이구나’라는 것이 공연 중에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김종구 배우는 연기할 때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다. 뮤지컬 ‘구텐버그’의 목표는 감동을 관객에게 전해주고 그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를 북돋아 주는 것이다. 그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김종구 배우가 그것을 저에게 가르쳐줬다. 지금은 굉장히 행복하고 즐겁게 무대에 오르고 있다.

- 뮤지컬 ‘구텐버그’ 각색할 때 특별히 신경 쓴 것이 있다면.

김동연 연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원작 속 코미디를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게 각색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 부분을 배우들과 함께 고민하며 풀어나갔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는 아이가 약을 먹어야 하는데 글을 읽지 못하니 ‘젤라빈’을 약인 줄 알고 먹는다. 결국 아이는 죽는다. 그 부분을 연습을 하고 각색을 하면서 배우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거기서 나온 것이 ‘아이약’을 읽지 못하고 ‘아이셔’를 먹어 살지 못했다는 설정이다. 이외에도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를 활용해 많은 부분이 각색됐다.

극 중 슐리머 마을은 모든 것이 다 이뤄지는 장소다. 원작에서 등장하는 이발사와 손님은 한국 공연에서 ‘지킬앤하이드’와 ‘스위니도트’로 각색됐다. 이런 부분이 관객들이 봤을 때, 패러디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원작에는 없는 부분이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손이 가요, 손이 가’ 등의 익숙한 멜로디를 가지고 온다든가, ‘함께 즐겨요’ 등과 같이 광고 CM송을 넣어 편곡을 했다. 작품을 국내화 해 관객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다 같이 고민했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리딩공연 콘셉트를 어떻게 유지할지도 신경 써야했다. 엔딩 장면도 각색이 많이 됐다. 원작에서는 무대에 프로듀서가 모자를 쓰고 ‘버드’와 ‘더그’랑 노래를 부르며 해프닝처럼 끝난다. 한국 공연에서는 객석에서 프로듀서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무대에는 올라오지 않는다. 프로듀서는 객석에서 그림자로만 존재한다. ‘버드’와 ‘더그’는 무대 가운데 문이 열리면 꿈을 가지고 다시 자신들의 세계로 떠나는 느낌으로 끝난다. 엔딩은 원작과 다른 부분이지만 관객들이 감동을 많이 받아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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