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홍보도 이들이 하면 달랐다.
짙은 홍보성 발언을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 ‘라디오스타’ MC들과 독특하고 친근한 영화 소개로 오히려 호감도를 높인 영화 ‘슬로우 비디오’ 팀이 만나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분명 영화 홍보인데 홍보보다는 폭로에 가깝다. 분명 지금까지는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이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는 오는 2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김영탁 감독과 배우 차태현, 김강현이 출연했다. 이날 ‘라디오스타’ MC들은 특유의 짓궂음을 발휘해 차태현의 전작이었던 영화 ‘바보’의 흥행을 두고 때 아닌 열띤 토론을 벌였다. 홍보 하나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 MC들 특성이야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했지만, 여기서 의외의 반응을 보인 건 ‘슬로우 비디오’ 출연진들이었다.
차태현은 ‘슬로우 비디오’ 팀의 섭외를 오히려 걱정하며 “쉬어가는 타임이 될 것 같다”고 먼저 자폭해 눈길을 끌었다. 차태현의 자폭에 가까운 폭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영탁 감독 영화에 대해 “아시다시피 한계가 있다”며 “죽어도 천만 영화는 찍을 수 없을 것”이라고 독설했다. 또한 “시나리오를 한참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더라. 어디가 웃음 포인트인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고 김영탁 감독도 자신의 영화의 지루함을 인정하며 “정말 성공해서 나중에 아주 길고 지루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마냥 물고 뜯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헬로우 고스트’에 이어 ‘슬로우 비디오’까지 김영탁 감독의 작품을 연달아 출연하게 된 차태현과 김영탁 감독 사이에는 끈끈한 우정이 있었다. 김영탁 감독은 “내 영화가 대중적인 이야기는 아닌데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차태현이라는 배우가 있어서 좀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태현 또한 다른 사람들은 자 모르는 우리 둘 만의 웃음 포인트가 있다며 김영탁 감독과의 공통점을 얘기했다.
지금까지는 본 적 없는 작품 홍보였다. 상투적인 좋은 말로 꾸며내는 홍보성 발언은 과감히 제외하고 영화의 본질이나 단점을 구체적으로 파고들었다.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자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부담스럽지 않게 이루어진 홍보는 오히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셈이 됐다. 이는 서로를 향한 굳은 애정과 믿음으로 이루어진 차태현과 김영탁 감독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의 힘 때문일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