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밥 사이버상 여자때문에'··英 취재윤리 논란 가열

입력 2014-09-29 14:43  

영국의 정치인이 미모의 여성으로 위장한 기자에게 노골적인 사진을 보냈다가 낙마하자

취재윤리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불거지고 있다.

브룩스 뉴마크 영국 내각부 시민사회담당 차관이 `스캔달`의 주인공으로

여성 보수당 지지자로 위장한 남성 프리랜서 기자와 온라인상에서 성적으로 노골적인 사진을 교환했다는

선데이 미러의 보도가 나오기 직전인 27일 사임한 것.



<사진설명=스캔달에 휘말려 사임한 브룩스 뉴마크 전(前) 차관(왼쪽)과

트위터에 `소피`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여성의 사진>

하지만 정작 보도가 나오자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선데이 미러에 대해 취재 방법이 정당하지 않다는

비판을 28일 일제히 제기했다.

선데이 미러에 기사를 기고한 프리랜서 기자는 트위터에 `소피`라는 이름의 20대 여성 보수당 지지자로 가장한 계정을 만든 뒤

수 개월에 걸쳐 최소 6명의 보수당 의원들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프로필에는 인터넷에서 구한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을 올려놓았는데 결국 낚싯밥인 셈이었다.

다른 의원들은 이에대해 정중하게 대했지만 유독 뉴마크 전 차관은 달랐다.

`소피`의 사진을 요구하더니 자신도 잠옷 바람으로 하체를 찍은 사진을 `소피`에게 보낸 것.

다섯 자녀를 둔 기혼자인 뉴마크는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달은 뒤 "나 외에 다른 사람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밝힌 뒤 사임했다.

그가 여성의 의회 진출을 확대하자는 보수당 캠페인을 이끌고 있어 파장은 더 더욱 컸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이번 사안이 취재 윤리에 어긋난다며 영국 독립언론윤리기구(IPSO)에

제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언론의 편집인 행동규약에는 `위장 취재는 일반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고

다른 수단에 의해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

이와관련, 언론관계 변호사인 샬럿 해리스는 "언론이 그냥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했다고 말하면

대중이 받아들이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소피` 이름으로 올려진 사진들은 당사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샤를린 태일러라는 이름의 여성은 자신의 일광욕 사진이 `소피`의 계정에 무단으로 올려졌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데이 미러는 취재 윤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의 의회진출 확대 캠페인을 벌여온 의원이 정치에 관심있는 젊은 여성으로 생각한 사람과

노골적인 사진을 교환한 것은 부적절하며 이에 대한 보도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설사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무작위로 다수의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벌인

이번 함정 취재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비교적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

언론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는 에반 해리스는 "함정 취재를 벌이기 위해선

사전에 취재 대상에 대한 합당한 의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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