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39)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가 있을까. 차태현은 자신의 인기 비결이 `연예인 같지 않음`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20년 가까이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 등 다방면에서 자신의 몫을 단단히 챙기며 활동하고 있는 진정한 연예인이다. 그런 그가 영화 `슬로우비디오`(감독 김영탁)에서 남들은 보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까지 포착하는 동체 시력을 지닌 여장부 역을 맡았다. `동체 시력`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이번 작품, 그리고 요즘 보기 힘든 `착한 영화`라는 평을 일찌감치 듣고 있는 `슬로우비디오`에서 그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 지루한(?) `탁 감독 영화`에 출연하는 까닭
`슬로우비디오`는 차태현이 김영탁 감독과 `헬로우고스트`(2010)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그는 "김영탁 감독에 대한 100% 신뢰는 없다"고 말했지만, 흥행 여부를 떠나 감독과 배우가 한 작품 이상 인연을 맺고 함께하는데 신뢰가 배제됐을 리 없다. 특히 김영탁 감독을 `김 감독`이 아닌 `탁 감독`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차태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탁 감독은 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오버하지 않고 센 거 싫어하고... 담백하고 깔끔하게 풀어가는게 탁 감독의 색깔이다. 그런 감성이 나와 잘 맞는다. 이번 작품은 여장부의 성장기라기보다는 김영탁의 성장기다. 전작(헬로우고스트)에 비해 정말 잘 만든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생각보다 영화 반응도 좋고 욕을 먹을 것 같지는 않은데 흥행으로 이어질지가 정말 궁금하다."
차태현은 시종일관 "탁 감독의 영화는 지루하다"며 툴툴댔다. `슬로우 비디오`의 시나리오가 재밌다는 사람은 아내를 비롯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차태현은 그 재미없는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은 단 한 명이었다. 그가 지루한(?) 김영탁 영화에 출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작품을 결정하기 전에 여러 의견을 듣는 편인데 아무도 시나리오를 보고 재밌다고 안 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시사회를 보더니 그제야 내가 왜 이 작품을 했는지 알겠다고 하더라. 탁 감독 특유의 시나리오가 어렵다. 슥슥 읽히는 게 아니라 되짚고 곱씹으며 읽어야 이해가 간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이상할 수도 있고."
배우가 감독에게 영화가 `이상하다`, `지루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두 사람이 감독과 배우이기 이전에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온 동갑내기 친구이기에 가능하다. "탁 감독은 대중적인 영화를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나와 달수 형(오달수)이 마니아적인 감성을 대중성있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탁 감독이 스타 감독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데 이번 작품이 잘 되면 새로운 평가를 받을 것 같다. 편집을 거치면서 작품이 많이 재밌어졌다. 맨 처음 나온 버전은 정말 아니었다. 계속 의견을 조율하며 편집 과정을 거쳤더니 평점이 확 올라가더라. 탁 감독은 아쉬웠는지 계속 사람들이 왜 `감독 버전`을 이해 못하냐고 탄식했다.(웃음)"
탁 감독과 차태현의 전작 `헬로우고스트` 역시 감독과 차태현 단 둘만이 재미있다고 했단다. 그러나 `헬로우고스트`는 3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판권을 사가 곧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차태현은 이 모든 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창 `헬로우고스트`를 촬영할 때 `인셉션`을 봤었다. 영화가 참 신선하고 좋았다. 그걸 보고 탁 감독과 술을 마시며 `우리 다 같은 감독이랑 배우인데... 누구는 저런 작품을 만드는데 우린 뭐하냐`며 한탄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린 와이어에 사람 네 명을 매달아 업고 다니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랬던 작품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줄은 정말 몰랐다. "
◆"`차태현스러움`이 장점이자 단점...조정석 보고 충격 받았다"
차태현의 연기는 편안하다. `차태현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차태현의 영화를 본다`는 말이 있을만큼 그의 특색 있는 연기와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그러나 차태현이 `늘 비슷한 연기를 한다`는 평도 있다. 자신을 향한 엇갈린 두 가지 시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사실 차태현스럽다는게 굳어진 것 같아 고민이 많다. 나는 연기를 할 때 어떤 역할에 빠져든다기보단 그 배역을 차태현화 시킨다. 그게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다 비슷해 보이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내가 비슷한 캐릭터를 해도 아직까지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동료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도 꾸준히 자극을 받는다고 밝혔다. 특히 `관상`의 조정석을 봤을 땐 가히 충격적이었다고. "`관상`에서 조정석이 송강호 선배 옆에서 춤을 추며 들어오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감독 생각인지 본인의 애드리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조정석의 생각일 것 같았다. 오히려 강호형이 그걸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웃기고 재밌고 잘하더라. 그럴 때면 `나는 이러고 있어도 되나`하는 생각이 더러 들기도 한다."
차태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고 귀띔했다. "이 작품은 내가 기존에 했던 코미디가 아니다. 어찌 보면 내겐 기회였다. 해보지 못한 포인트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기존의 내 코믹연기에 사람들이 더 웃어줄지라도 새로운 방식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의 흥행 여부가 정말 궁금하다. 잘 된다면 내 연기 폭을 넓히는데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신선하게 와서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사진= 영화 `슬로우비디오` 스틸컷)
한국경제TV 박선미 기자
meili@bluenews.co.kr
◆ 지루한(?) `탁 감독 영화`에 출연하는 까닭
`슬로우비디오`는 차태현이 김영탁 감독과 `헬로우고스트`(2010)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그는 "김영탁 감독에 대한 100% 신뢰는 없다"고 말했지만, 흥행 여부를 떠나 감독과 배우가 한 작품 이상 인연을 맺고 함께하는데 신뢰가 배제됐을 리 없다. 특히 김영탁 감독을 `김 감독`이 아닌 `탁 감독`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차태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탁 감독은 고집이 있는 사람이다. 오버하지 않고 센 거 싫어하고... 담백하고 깔끔하게 풀어가는게 탁 감독의 색깔이다. 그런 감성이 나와 잘 맞는다. 이번 작품은 여장부의 성장기라기보다는 김영탁의 성장기다. 전작(헬로우고스트)에 비해 정말 잘 만든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생각보다 영화 반응도 좋고 욕을 먹을 것 같지는 않은데 흥행으로 이어질지가 정말 궁금하다."
차태현은 시종일관 "탁 감독의 영화는 지루하다"며 툴툴댔다. `슬로우 비디오`의 시나리오가 재밌다는 사람은 아내를 비롯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차태현은 그 재미없는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은 단 한 명이었다. 그가 지루한(?) 김영탁 영화에 출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작품을 결정하기 전에 여러 의견을 듣는 편인데 아무도 시나리오를 보고 재밌다고 안 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시사회를 보더니 그제야 내가 왜 이 작품을 했는지 알겠다고 하더라. 탁 감독 특유의 시나리오가 어렵다. 슥슥 읽히는 게 아니라 되짚고 곱씹으며 읽어야 이해가 간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이상할 수도 있고."
배우가 감독에게 영화가 `이상하다`, `지루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두 사람이 감독과 배우이기 이전에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온 동갑내기 친구이기에 가능하다. "탁 감독은 대중적인 영화를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나와 달수 형(오달수)이 마니아적인 감성을 대중성있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탁 감독이 스타 감독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데 이번 작품이 잘 되면 새로운 평가를 받을 것 같다. 편집을 거치면서 작품이 많이 재밌어졌다. 맨 처음 나온 버전은 정말 아니었다. 계속 의견을 조율하며 편집 과정을 거쳤더니 평점이 확 올라가더라. 탁 감독은 아쉬웠는지 계속 사람들이 왜 `감독 버전`을 이해 못하냐고 탄식했다.(웃음)"
탁 감독과 차태현의 전작 `헬로우고스트` 역시 감독과 차태현 단 둘만이 재미있다고 했단다. 그러나 `헬로우고스트`는 3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판권을 사가 곧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차태현은 이 모든 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창 `헬로우고스트`를 촬영할 때 `인셉션`을 봤었다. 영화가 참 신선하고 좋았다. 그걸 보고 탁 감독과 술을 마시며 `우리 다 같은 감독이랑 배우인데... 누구는 저런 작품을 만드는데 우린 뭐하냐`며 한탄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린 와이어에 사람 네 명을 매달아 업고 다니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랬던 작품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줄은 정말 몰랐다. "
◆"`차태현스러움`이 장점이자 단점...조정석 보고 충격 받았다"
차태현의 연기는 편안하다. `차태현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차태현의 영화를 본다`는 말이 있을만큼 그의 특색 있는 연기와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그러나 차태현이 `늘 비슷한 연기를 한다`는 평도 있다. 자신을 향한 엇갈린 두 가지 시선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사실 차태현스럽다는게 굳어진 것 같아 고민이 많다. 나는 연기를 할 때 어떤 역할에 빠져든다기보단 그 배역을 차태현화 시킨다. 그게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다 비슷해 보이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내가 비슷한 캐릭터를 해도 아직까지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동료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도 꾸준히 자극을 받는다고 밝혔다. 특히 `관상`의 조정석을 봤을 땐 가히 충격적이었다고. "`관상`에서 조정석이 송강호 선배 옆에서 춤을 추며 들어오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감독 생각인지 본인의 애드리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조정석의 생각일 것 같았다. 오히려 강호형이 그걸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웃기고 재밌고 잘하더라. 그럴 때면 `나는 이러고 있어도 되나`하는 생각이 더러 들기도 한다."
차태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고 귀띔했다. "이 작품은 내가 기존에 했던 코미디가 아니다. 어찌 보면 내겐 기회였다. 해보지 못한 포인트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기존의 내 코믹연기에 사람들이 더 웃어줄지라도 새로운 방식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의 흥행 여부가 정말 궁금하다. 잘 된다면 내 연기 폭을 넓히는데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신선하게 와서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사진= 영화 `슬로우비디오` 스틸컷)
한국경제TV 박선미 기자
meili@blu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