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문소리, "홍상수 감독, 삶을 깊이 들여다본다"②

입력 2014-10-02 18:49  






◆ `자유의 언덕` 따뜻하고 동화같은 영화

문소리는 극중 애완견으로 출연한 ‘꾸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촬영 당시 NG 한 번 안 낸 꾸미를 “좋은 파트너”라고 극찬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자유의 언덕’에 대해 소소한 에피소드를 늘어놓던 문소리에게 의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배우 본인의 의상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배우들이 의상을 챙겨 가면 홍상수 감독이 선택했다고.

“제가 오늘 뭐 입고 가냐고 물으면 감독님이 3번 입고 나오라고 하세요.(웃음) 예전에는 전날에 다음날 제가 촬영할지 알려줬는데 이번에는 당일 아침에 전화 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나오라고 하면 차출돼서 나갔죠. 그래도 메이크업 안 해도 되고 헤어숍 안 들려도 되고 출발하면 되니까.(웃음) 어떤 날엔 대본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어요. 저는 집이 머니까 휴대전화로 대본을 보내주면 그걸 보고 현장에서 촬영하고 그랬죠. 영어로 2페이지 넘어가면 가면서 차안에서 제대로 앉아 있지를 못해요. 미친 사람처럼 막 외우는 거죠.”

문소리는 이번 ‘자유의 언덕’을 보면서 “따뜻한 영화”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단다. 하지만 다들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좋았다고. 처음 볼 때는 눈물이 났고, 두 번째에는 웃었다. 특히 “나도 만날 사람은 있어야지”라는 대사에 여자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단다. 또한 극중 카세 료가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문소리는 스스로 무엇을 할 때 두려움이 사라지고 안정감을 느끼는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하하’때도 ‘좋은 것만 보고 살자’라는 대사가 있었어요. 사람이 자기가 한 말을 탐구하는 자세로 체화 하면서 사는 게 쉽지 않잖아요. 감독님은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태도로 사세요. 아침에 쓴 그 대본이 다른 대본보다 퀄리티가 떨어진다거나 그러진 않아요. 감독님이 그 생각을 누구보다도 오래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옆에서 봤으니까 더 확신해요. 사는 모습 보면 누구보다 그 생각을 오래하셨고 깊숙하게 들여다봐요. 오늘 네가 왔니, 여기서 하자, 급하게 결정되어도 이야기에 깊이가 생겨요. 무언가 만들어져요. 감독님이 건강이 안 좋아져서 1년째 금주 중이에요. 얼른 건강해지셔서 맥주 한 잔 하면서 감독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그래요.”



◆ 부산국제영화제, 감독 문소리? 조연출 문소리?

문소리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일본의 국민배우 와타나베 켄과 사회를 맡았다. 또한 자신이 연출한 단편 영화 ‘여배우’가 와이드앵글-단편 쇼케이스 부문에서 상영된다. 문소리는 “떨리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을 도와준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위해 상영될 기회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을 위한 보답이라고. 문소리의 남편인 장준환 감독은 “애썼다”고 말해줬단다.

“남편이 보기엔 많이 모자랄 거예요. 만드는 중에는 조언을 구하지 않았어요. 촬영 날 매니저 차가 사고가 나서 할 수 없이 남편을 깨워서 북한산에 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어요. 그게 유일한 현장 방문이었죠. 그마저도 슛 들어가기 전에 돌아갔어요.(웃음) 편집할 때 1차 2차 편집하고 물어본 적은 있는데, 그때 조언해주더라고요.”

문소리는 올해 촬영을 한 적이 없단다. 이렇게 작품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이라고. ‘만신’ ‘자유의 언덕’ ‘관능의 법칙’이 올해 개봉되다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문소리는 이내 “올해처럼 돈 안 되고 바쁜 해는 처음이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또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존재감 있게 생각해주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솔직히 힘들기도 했어요. 1학기 때는 대학원 열심히 다녔어요. 힘들면 뭘 더 해야 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단편 영화 조감독을 맡아서 하기도 했죠. 굉장히 열심히 해서 악랄한 조감독으로 현장에서 이름을 떨쳤어요.(웃음) 밤을 새고 앓고 그랬는데 ‘부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에 갔어요. 같은 대학원 동기 작품인데 제목은 ‘이사’예요. 제가 찍은 ‘여배우’에는 배우로 나오는데 거기서는 감독이에요. 보은의 차원으로 조감독을 했죠. 영화를 공부하면서 스태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조감독 시키면서 현장에 끝까지 있겠나 싶었을 거예요. 사실 그 작품이 경쟁에 간 게 제 영화 트는 것 보다 기분이 좋아요.”

열심히 했지만 힘든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1학기가 끝나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문소리는 어느 순간 감사함을 느꼈다. 학교 다니는 것도 감사하고 ‘만신’ ‘자유의 언덕’ 개봉하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좋았단다. 문득 감독 문소리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하지만 “감독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과연 문소리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올까. ‘자유의 언덕’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문소리의 다음 발걸음이 기대된다.(사진=호호호비치)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sy7890@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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