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미생' 냉혹한 현실에 던져진 우리 시대 슬픈 자화상

입력 2014-10-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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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이 냉혹한 직장 생활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냈다.

드라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보다 더 많은 능력을 원하는 시대, 냉혹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사회 초년생의 직장 적응기가 마음을 울렸다.

지난 17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에서는 바둑 프로 입단에 실패한 장그래(임시완)가 지인의 도움으로 대기업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 취업해 첫 출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스펙 특기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장그래가 내밀 수 있는 건 컴활 자격증 뿐. 바둑이 전부였던 장그래에게 대기업은 낯설고 버거웠다. 먼저 말을 걸어주지도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지도 않았다.

상사 김동식(김대명)은 “26살이 되도록 뭐 했냐.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이다”라고 면박을 줬고 귀찮은 존재로 여겼다. 그 곳에서 장그래는 ‘일하는 사람’이 아닌 ‘앉아있는 사람’이었다.


장그래는 상사가 시킨 복사 업무조차 제대로 못해 우왕좌왕했고 양복 재킷조차 벗지 못한 채 멍하니 모니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문 용어와 외국어를 사용하며 일하는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낙하산으로 인턴 생활을 시작한, 게다가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장그래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터. 동료들과 상사에게 찬밥 취급을 받으며 주눅 들었고 퇴근길 회식을 하는 직장인들을 보며 자신과 다른 그들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다.

장그래는 상사가 지시하기 전 원하는 일을 척척 해내는 인턴 장백기(강하늘)와 10억 상당의 계약을 성공시킨 인턴 에이스 안영이(강소라)와 비교되며 위축되고 말았다.

‘미생’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장그래를 통해 사회 초년생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몸에 맞지 않는 헐렁한 양복을 입은 장그래의 모습은 자신과 맞지 않는 곳에 있다는 초라함을 부각시켰다.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 상황에 주변 환경 탓이 아닌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며 이를 악물고, 무시당하고 지치고 힘들 때도 담담히 버텨내는 장그래의 모습이 더 큰 공감을 이끌어 냈다.

드라마지만 드라마 같지 않은, 사회 초년생의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낸 ‘미생’이 보여줄 공감 100% 직장인들의 모습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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