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감정이 나를 미치게 할 때] 6편.

입력 2014-11-28 09:30  

이제 우리는 사람마다 제각각인 감정의 구조와 직장에서 나타나는 여섯 가지 기본 감정(분노, 두려움, 불안, 연민, 울음, 행복)의 발화점을 깊이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각자의 기질에 충실하면서도 직장이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청사진을 그려볼 것이다.


우선 모순처럼 보이는 명제 하나를 증명해보고자 한다. 직장에서 느끼는 감정에‘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명제다. 직장에서 당황하거나 불만스럽거나 실망할 때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한 감정이 일어나는 ‘이유’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서 심리적으로, 나아가 생물학적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알아보자는 뜻이다.



직업마다 구체적인 요소는 천차만별이다. 웨이터가 손님 여덟 명으로 왁자지껄한 테이블을 담당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기술자가 풍력발전 지역을 개발하는 데 쓰는 기술이나 기업가가 가정용 인테리어 업체를 세우는 데 쓰는 기술과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어느 직장이든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과 갈등이 거미줄처럼 얽힌 구조는 유사하다.



비록 직장과 감정을 엮어서 논의하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사실 감정은 직장 생활에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를 마치 동떨어진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취급하곤 한다.



감정은 수도꼭지처럼 틀었다 잠그기가 어렵다. 감정은 단순한 x, y그래프라기보다는 다차원의 회전식 3-D 이중나선 구조에 가깝다. 감정은 매순간 변화무쌍하고, 사무실과 복도에서 다르며, 성별과 인종, 교육과 나이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사람들은 감정이 있기 때문에 공감 능력과 비즈니스 명령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감정은 조직의 문화 규범을 만든다. 또한 감정은 경쟁이나 협동을 부추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걱정스럽거나 들뜬 상태로 오밤중에 자다 깨기도 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아침에 침대에서 기어 나오기도 한다.



또한 감정은 강처럼 흐른다. 잔잔히, 넓게 유유히, 좁고 세차게, 아래로 곧장, 때로는 구불구불 굽이쳐 흐르기도 하고, 사납게 물살을 타기도 하고, 후미진 곳에서 소용돌이치기도 한다.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면 나중에 봇물처럼 터져서 거대한 홍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감정의 강이 잘 흐르도록 물길을 잡아주면서 내 뜻대로 농지에 물을 댈 수도 있고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다. 다만 사람마다 감정이 고유하므로 모두 다르다는 것이 걸림돌이긴 하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에게는 감정의 강을 잔잔히 흐르게 만드는 요소가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모든 인간관계는 복잡하다. 특히 성인이 된 이후로 눈을 뜨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각자의 생계가 위태롭게 걸려 있는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더욱 복잡하다. 감정의 강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해주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은 직장에서 ‘인간적 호혜성’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낯선 사람부터 가까운 친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직장 동료, 상사, 부하 직원, 공급업체, 판매업체, 동업자, 고객, 경쟁자 등)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만이 아니라, 내가 그들을 어떻게 보는지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은 직장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무수한 환경을 통제할 힘이 거의 없다. 가령 위태로운 경제 상황, 공황상태에 빠진 구매자, IT 시스템 충돌, SOB 동료, 경쟁사의 영리한 움직임 같은 환경을 개인이 통제하기는 어렵다. 어떤 경우든 맥락과 시기에 따라 감정 반응의 강도나 기간, 방식 등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얼마 전에 저지른 실수를 두고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때 일어나는 감정 반응은, 회의 중에 상사가 최근 보고서를 거론하며 야단을 칠 때 일어나는 감정 반응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주어진 환경에 대한 반응을 ‘선택’할 힘이 있다. 개울에 박힌 바위에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는 에둘러 지나가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망을 안겨주는 일을 통제하고 대응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 개인이 통제력을 키우려면 무엇보다도 직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고민하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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