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시청률 2.7% vs 조회수 100만… ‘간서치열전’ 성공인가, 실패인가

입력 2014-10-24 16:02   수정 2014-10-25 11:40

▲ 지상파 최초의 웹드라마 ‘간서치열전’(사진 = KBS)


기성 가수들의 경합이라는 낯선 포맷의 ‘나는 가수다(나가수)시즌 1’은 심사과정의 공정성 문제 등의 우여곡절에도 평균 시청률은 13.1%를 기록했다. 시즌2로 들어서면서 ‘나가수’는 출연가수를 대폭 늘리고, 녹화 편집이 아니라 생방송 중계방식을 시도하는 등 새로운 면모를 강화했다.

그런데 이런 시도에도 ‘나가수 시즌2’의 평균 시청률은 오히려 하락해 5-6%에 머물렀다. 급기야 제작진은 출연가수를 공개 모집하기도 한다. 물론 가요계의 비난에 직면했다. 결국, 이런 고육지책들에도 예전같은 시청률의 회복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나가수’는 여전히 화제였다. 시청률이 시즌 1과 같이 나오지 않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히든 싱어’나 ‘불후의 명곡’처럼 인기 가수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팬을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내치는 방식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시청률 하강의 이유로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공급이 이유라는 지적이 많았다. 즉, 포털을 통해 ‘나가수’의 가수들이 부른 노래들을 모두 접할 수 있었다. 더구나 노래 한 곡마다 가수들의 노래를 끊어서 볼 수 있었다. 대개 텔레비전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가수라도 전체를 다 보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청률은 유지된다.

하지만 포털에 공급된 나가수 영상은 누리꾼들이 이용하기 좋도록 잘게 쪼개어 올렸다. 인터넷으로 볼 수도 있고, 텔레비전보다 더 간편하게 영상을 즐길 수 있었다. 따라서 애써 ‘나가수’의 본방을 사수할 필요가 없었다. 모바일 특히 핸드폰을 통해서 이동 간에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때문에 정작 방송 시청률은 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가수’가 유튜브에 올리는 뮤직비디오가 아닌 바에야 단지 인터넷 뷰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나가수’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벌어야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웹드라마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자칫 ‘나가수’의 비극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었다. 웹드라마는 말그대로 웹 즉, 인터넷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를 말한다. 본래 방송 드라마와는 달리 분량이 짧고, 내러티브나 장르가 보통 시청자가 아니라 누리꾼들에게 소구하려 한다.

때문에 젊은층의 트렌드한 취향과 정서에 부합해야 한다. 반응도 괜찮은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래의 드라마는 어떻게 바뀔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공중파 방송이 아니라 인터넷 드라마의 활성화는 전대미문의 일이었지만, 예상을 못한 일은 아니었다. 이에 과연, 기존 방송국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사이기도 했다.

드디어 지상파 방송사가 웹드라마에 진출했다. KBS 2TV 드라마 스페셜 ‘간서치열전’이었다. 역시 일반드라마가 아니라 장르 드라마였다. 수용자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전달 방식이었다. ‘간서치열전’은 먼저 인터넷에 드러내고, 이후에 결말을 텔레비전을 통해 공개하는 방식을 취했다. 포털을 통해 순차적으로 웹드라마처럼 콘텐츠를 내놓았던 것이다. 즉 한편의 단막 드라마를 잘게 쪼개어 공개했고, 이러한 점은 추리 스릴러의 코드가 있는 ‘간서치열전’의 성격에 부합해 흥미를 자아냈다. 한편의 장르 드라마를 마치 연속극처럼 방영한 셈이다. 다만, 그 공개가 인터넷이므로 해당 분량이 다른 웹드라마처럼 매우 짧을 뿐이었다.

▲ 지상파 최초의 웹드라마인 ‘간서치열전’은 시청률이 2.7%에 그쳤지만 인터넷 조회수는 100만을 돌파하며 인기를 모았다.(사진 = KBS)


실제로 ‘간서치열전’은 60만여에 이르는 높은 조횟수를 기록했다. 포털 검색어 순위는 상위권에 연일 오르내렸다. 따라서 이런 반응을 고려한다면, 결말을 보고 싶은 이들이 본방으로 몰려들 것이라 생각도 됐다. 열띤 인터넷의 주목을 생각할 때, 텔레비전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을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절박한 제작진의 바람과는 달리 시청률은 2%대였다. 그러나 인터넷 조횟수는 방송 후 80만여를 돌파했다.(※ 편집자 주 : 20일 기준 100만 돌파) 누리꾼들은 본방을 사수하지 않고, 곧 올라온 결말 부분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연일 인터넷 기사들은 호평을 쏟아냈고, 댓글도 칭찬 일색이었다. 웃음은 웃음이지만,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나가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점이 있지만, 누리꾼들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간서치열전’을 소비하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이는 지상파 방송사가 자칫 포털의 콘텐츠 공급처에 불과해지는 것이었다. 시청율이 어느 정도 나와주는 것이 상생하는 길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독자적으로 수익구조를 만들기보다는 인터넷 포털에 의존해 몸값을 올리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모바일 환경에서 애써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포털사이트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그 성격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예컨대, 누리꾼들의 호평에 만족하고 그 작품성에 대한 인정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는 방송사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애초에 이를 위해 웹드라마에 뛰어든 것도 아닐 게다.

그러나 ‘간서치열전’이 지상파 웹드라마의 가능성은 보여주었을지 모른다.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화제를 모은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노우볼 효과’(Snowball effect)를 보여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단막극이 아니라 장편드라마였다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속적으로 이끌어간다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텐데, 정작 잡아야하는 것은 광고주들의 마음이라는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내 최대의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사이트를 통해 존립하는 것이 진정한 웹드라마의 면모이겠지만 말이다. 정말 ‘간서치열전’을 사랑하고 좋아한다면,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현실을 생각해 본방을 사수해줘야 하는데, 실제는 냉혹하기만 하다. 포털에서 돈이라도 많이 받아 제작비에 보탬이 되면 좋으련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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