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이기적인 우리들… 신해철의 음악을 들을 자격이 없다

입력 2014-10-29 14:06   수정 2014-10-30 00:16

▲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신해철 노래와 활동 업적에만 빠져있는 것은 그를 과거에 가두는 것일 뿐이다.(사진 = 한경DB)


유명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몇 가지 문화현상이 일어난다. 일단 그와 관련한 문화콘텐츠의 판매나 소비가 증가한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생전에 그에 관한 작품이나 활동 그리고 관련 부가 콘텐츠에 대한 공유와 소비가 늘어난다. 새삼 그 유명인에 대한 가치 평가의 행위와 수준이 폭등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망자에 대한 긍정적 편향 현상은 정서적 미학으로 여겨진다.

또한 문화 부족화 현상이 강화된다. 그 유명인을 중심으로 문화적 정체성이 결집한다. 특히, 마이너 문화에서 유명한 예술인의 경우에는 폭발적인 응집력을 보인다.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그 유명인에게 투영함으로써 존재감을 부각하려 한다. 배타적인 문화적인 경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따라서 문화적 기호나 취향의 드러냄과 배제 그리고 소외감이 교차한다. 때로는 문화적 우월의식으로 그 유명인을 언급하고 소비한다.

아울러 갑자기 복고적인 추억의 콘텐츠에 한동안 매몰돼 버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그 유명인이 현재하거나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는 묻혀 버린다. 즉 과거의 유명했던 작품 대중적인 인기작을 중심으로만 리뷰되거나 평가된다.

갑작스런 유명인의 죽음은 점차 질병 때문에 일어나는 사망보다도 더 공황에 빠뜨린다. 때문에 집단적 우울과 무기력한 심리가 다수 일어난다. 비교적 젊은 나이의 유명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경우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지고 만다. 따라서 더욱 그에 관한 평가는 애틋해진다. 하지만 곧 잊혀진다. 현재와 미래에는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인다. 즉 과거형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가수 신해철의 노래가 온통 디지털미디어에 가득 찼다. 대표곡부터 그가 유언에 언급한 작품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에 대한 가치평가가 스스로 증명이 되는 문화현상이었다. 그의 노래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지표이자 이상이기도 했으며 그는 불합리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이들을 대변하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그의 타개는 새로운 세상의 붕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의 떠남은 30-40대의 수명을 확 줄여주고, 조로(早老)증에 빠지게 했다. 어떠면 문화스타는 그 존재 자체가 살아 있음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의 존재적 가치를 유지하고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겠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노래를 부를 아니 들을 자격이 없다. 그가 요즘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심지어 그가 어떤 고통 속에 있었는지 모르면서 그의 활동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고,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또한 그가 나올 때마다 불합리한 현실을 일갈하는 독설과 기존 주류질서에 저항적인 모습만 기대했다. 이에 신해철은 다른 뮤지션들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지녀야 했다. 그가 어떤 고통 속에 있는지 얼마나 힘든지 전혀 살피지 않았으면서 이제 그가 떠났다며 우린 황망해하고 있다.

우린 이기적이다.

훌륭한 그와 동시대인으로 호흡했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그를 오히려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인터넷에 열렬히 회자되는 그의 노래들은 주로 예전에 불렀던 노래들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에게 신해철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중요한 사람이었는지를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적인 충격은 물론 세계관 차원의 충격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예전일 뿐, 즉 과거형이다. 그의 현재는 어떠했는지 말할 수 없다. 현재에도 정말 중요한가.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노래와 활동 업적에만 빠져있는 것은 그를 과거에 가두는 것일 뿐이다. 70-80세대이든 80-90세대 노래들도 그들을 모두 과거에 가둘 뿐이다.

지금 다른 유명 뮤지션들에게 가해지는 태도나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막상 떠날 때에 그가 얼마나 소중한지 훌륭한지 대단한지 아느냐고 주변에 과시하듯이 말하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우리 자신을 우선에 강조할 뿐이다.

정답은 아니지만 다른 뮤지션이나 아티스트의 예전 노래나 작품, 그리고 활동에 침잠되기보다는 그들을 끊임없이 현실로 불러내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이 현재에 어떤 고통과 고민 속에 있는지 되돌아보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신해철이 갑자기 떠나면서 준 메시지 중 하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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