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경구(46)의 연기에 의심을 갖는 사람은 없다. 영화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연기는 설경구란 배우의 이름에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김일성을 연기하는 아버지가 됐다.
![](https://img.wowtv.co.kr/wowtv_news/20141104/B20141104102849620.jpg)
영화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 제작 반짝반짝영화사)는 대한민국 한복판, 자신을 김일성이라 굳게 믿는 남자(설경구)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린 아들(박해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대 위 주인공을 꿈꾸던 무명배우 성근은 일생 단 한번 찾아온 주인공의 기회를 잡아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자 모든 걸 쏟아 붓는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배역에 빠져들며 스스로를 김일성이라 믿게 된다. 설경구는 성근이 되어 무명 배우와 아버지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 박해일이 아니었다면 시작도 완성도 못했다
김일성의 대역이라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설경구와 성근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성근은 김일성이 되기 위해 연습을 했다. 설경구도 김일성을 연기하는 김성근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김일성의 음성을 들으며 북한 사투리를 두 달 정도 연습했다. 현장에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 왔다. 하지만 사투리보다는 연기에 집중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김일성이 아니었다. 설경구에겐 무명배우 김성근도 중요했지만, 성근과 아들의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부자지간의 이야기는 많아요. 하지만 우리 영화는 색다르게 풀었어요. 실화는 아니지만 실제로 이런 대역을 한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기사 한 줄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어요. 부자 관계를 풀어가는 게 매력이에요. 소재는 배우론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두 가지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배우보다는 아버지 쪽에 더 갔던 것 같아요.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죠. VIP 시사회에는 이창동 감독님이 오셨어요. 사실 시간을 뺏는 게 미안하고 창피해서 연락을 못 드렸는데,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감독님이 삐치셨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보고 나시더니 웃으면서 ‘애썼다. 밥 먹자’고 해주셨죠.”
이창동 감독은 배우 설경구를 있게 해준 ‘박하사탕’의 감독이다.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성대모사를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이던 그가 풀어지던 순간이었다. 설경구는 이내 아들 역으로 나온 박해일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촬영하면서 박해일이 아니면 시작도 못했고 완성도 못했을 거라고 했다. 중심에는 제가 아니라 박해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은교’를 통해 먼저 노인 분장을 경험한 박해일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단다.
“박해일이 먼저 노인 분장을 했어요. 저는 수혜자였죠. 분장 선생님이 (노인 분장을) 배워 와서 처음 시도한 게 박해일이었죠. 초반에는 분장하는데 10시간이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5시간이면 됐어요. 보조하는 사람들까지 프로가 돼서 저는 그나마 좋았죠. 분장하면서 다들 해일이한테 미안해하더라고요.(웃음) 송종희 선생님이 분장을 진짜 잘해주셨어요. ‘난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진정한 완성은 배우의 연기다’라는 명언도 남기셨어요. 거장이죠.”
![](https://img.wowtv.co.kr/wowtv_news/20141104/B20141104102909420.jpg)
◆ 긴장되고 짜증나기도 했던 특수 분장, 극복은?
사실 베테랑 연기자 설경구도 노인 분장을 할 때는 긴장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스태프들에게 “힘들면 이야기해. 분장 찢어버릴게”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분장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날 촬영은 끝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심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조심하면 위축되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했다. 분장 안에서 표정을 조금 과하게 했다. 그래야 표현이 될 것 같았다고.
“특수 분장이 사실 짜증나는 면도 있어요. 잠을 한 숨도 못 자고 분장을 하고 촬영해요. 그래도 해일이 덕분에 저는 시간도 반으로 줄었어요. 박해일은 분장을 해봐서 저의 마음을 정확히 알아주더라고요. 맥시멈 6시간부터는 위험해져요. 한 신 찍고 오후까지 기다려야 될 때도 있어요. 그러면 리듬을 뺏기죠. 해일이 덕분에 위안이 됐어요. 제 마음을 이해해줘서 고마웠죠. 그래서 심리적으로 안정돼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회담 리허설을 기획하는 중앙정보부 오계장 역의 윤제문은 극중 세월이 지난 후에도 늙지 않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최소한의 분장만 한 것. 이는 설경구의 제안이었다. 그는 ‘권력은 안 늙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권력의 상징이자 영화적인 상징으로 건의를 했다고. 설경구는 ‘나의 독재자’를 찍으며 많은 고민에 빠졌다. 시간이 지난 후 성근이 김일성 역에서 못 빠져 나온 건지 아니면 안 빠져 나온 건지 고민이 됐다.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물어봤다.
“연극 톤 대사가 많이 나와요. 사실 성근이 술집에서 난장을 부리는 모습이 있어요. 공연이 무산되면서 연극계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됐죠. 그는 연극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아들에게도 못 돌아갈 것 같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돌아갈 곳이 없는 거죠. 그래서 성근이 이걸 간절하게 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 빠져 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고민이 됐죠. 자기 의지로 안 빠져 나온 건지... 솔직히 지금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성근이 아들 눈을 안 봐요. 힐끔 보죠. 인감도 아들의 보물창고에 숨겨놓고요. 집을 뺏기지 않으려고 그렇게 했다고 생각해요. 뒷부분에 아들에게 ‘연극한다고 하지 않았어’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안 빠져나온 게 70%라고 생각했어요.”
![](https://img.wowtv.co.kr/wowtv_news/20141104/B20141104102924827.jpg)
◆ `나의 독재자`, 큰 짐 지고 살았던 아버지들의 이야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성근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대통령 앞에서 김일성을 연기하게 됐다. 그는 아들이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성근은 그 공연을 위해 22년을 살았다. 설경구는 그 장면을 찍을 때 예민해졌다고 했다. 폭발 직전까지 갔다. 이해준 감독과도 안 좋았다. 그는 이 공연이 망쳐지면 ‘나의 독재자’도 망가진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고 예민해졌던 것 같단다.
“그 장면이 제일 중요했고 제일 어려웠죠. 사실 ‘리어왕’도 뜬금없죠. 그래서 이걸 어떻게 턴을 시켜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요. 감독님이 ‘리어왕’ 독백을 하는데 눈물을 땡겨 달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제가 기곈가 싶었어요. 그래도 나중에 통영에서 감독님이랑 풀었어요. 술 앞에서는 장사 없더라고요.(웃음) 그때 미안하다고 했어요. 감독님도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그랬죠. 믿을 사람이 감독 밖에 없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배우도 감독도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때로는 예민함이 서로를 날카롭게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두 한 마음이었다. ‘나의 독재자’를, 성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설경구는 무엇보다 영화를 찍으며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게 정말 외롭고 섬처럼 만드는 것 같았어요. 아버지가 섬 같았죠. 연기할 때는 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해일이 쪽에서도 와닿더라고요. 딱지 보면서 울 때 아들의 입장이 됐어요. 찍으면서 그 시대의 어른들이 생각이 났죠. 자기 자신이 없던 아버지. 큰 짐을 지고 살았던 아버지들의 이야기 같았어요. 간접적이든 아니든 내 아버지도 그렇고, 감독님도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해줬죠. 우리 아버지 대의 영화 같았어요. 사실 저희 아버지도 무뚝뚝한 편이고 저도 실제로는 다정한 아빠는 아닌 것 같아요. 싹싹하지 못하죠. 그런데 이 영화 찍었다고 달라지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사진=퍼스트룩, 영화 스틸컷)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sy7890@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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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 제작 반짝반짝영화사)는 대한민국 한복판, 자신을 김일성이라 굳게 믿는 남자(설경구)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린 아들(박해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대 위 주인공을 꿈꾸던 무명배우 성근은 일생 단 한번 찾아온 주인공의 기회를 잡아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자 모든 걸 쏟아 붓는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배역에 빠져들며 스스로를 김일성이라 믿게 된다. 설경구는 성근이 되어 무명 배우와 아버지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 박해일이 아니었다면 시작도 완성도 못했다
김일성의 대역이라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설경구와 성근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성근은 김일성이 되기 위해 연습을 했다. 설경구도 김일성을 연기하는 김성근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김일성의 음성을 들으며 북한 사투리를 두 달 정도 연습했다. 현장에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 왔다. 하지만 사투리보다는 연기에 집중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김일성이 아니었다. 설경구에겐 무명배우 김성근도 중요했지만, 성근과 아들의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부자지간의 이야기는 많아요. 하지만 우리 영화는 색다르게 풀었어요. 실화는 아니지만 실제로 이런 대역을 한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기사 한 줄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어요. 부자 관계를 풀어가는 게 매력이에요. 소재는 배우론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두 가지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배우보다는 아버지 쪽에 더 갔던 것 같아요.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죠. VIP 시사회에는 이창동 감독님이 오셨어요. 사실 시간을 뺏는 게 미안하고 창피해서 연락을 못 드렸는데,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감독님이 삐치셨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보고 나시더니 웃으면서 ‘애썼다. 밥 먹자’고 해주셨죠.”
이창동 감독은 배우 설경구를 있게 해준 ‘박하사탕’의 감독이다.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성대모사를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이던 그가 풀어지던 순간이었다. 설경구는 이내 아들 역으로 나온 박해일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촬영하면서 박해일이 아니면 시작도 못했고 완성도 못했을 거라고 했다. 중심에는 제가 아니라 박해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은교’를 통해 먼저 노인 분장을 경험한 박해일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단다.
“박해일이 먼저 노인 분장을 했어요. 저는 수혜자였죠. 분장 선생님이 (노인 분장을) 배워 와서 처음 시도한 게 박해일이었죠. 초반에는 분장하는데 10시간이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5시간이면 됐어요. 보조하는 사람들까지 프로가 돼서 저는 그나마 좋았죠. 분장하면서 다들 해일이한테 미안해하더라고요.(웃음) 송종희 선생님이 분장을 진짜 잘해주셨어요. ‘난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진정한 완성은 배우의 연기다’라는 명언도 남기셨어요. 거장이죠.”
![](https://img.wowtv.co.kr/wowtv_news/20141104/B20141104102909420.jpg)
◆ 긴장되고 짜증나기도 했던 특수 분장, 극복은?
사실 베테랑 연기자 설경구도 노인 분장을 할 때는 긴장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스태프들에게 “힘들면 이야기해. 분장 찢어버릴게”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분장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날 촬영은 끝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심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조심하면 위축되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했다. 분장 안에서 표정을 조금 과하게 했다. 그래야 표현이 될 것 같았다고.
“특수 분장이 사실 짜증나는 면도 있어요. 잠을 한 숨도 못 자고 분장을 하고 촬영해요. 그래도 해일이 덕분에 저는 시간도 반으로 줄었어요. 박해일은 분장을 해봐서 저의 마음을 정확히 알아주더라고요. 맥시멈 6시간부터는 위험해져요. 한 신 찍고 오후까지 기다려야 될 때도 있어요. 그러면 리듬을 뺏기죠. 해일이 덕분에 위안이 됐어요. 제 마음을 이해해줘서 고마웠죠. 그래서 심리적으로 안정돼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회담 리허설을 기획하는 중앙정보부 오계장 역의 윤제문은 극중 세월이 지난 후에도 늙지 않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최소한의 분장만 한 것. 이는 설경구의 제안이었다. 그는 ‘권력은 안 늙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권력의 상징이자 영화적인 상징으로 건의를 했다고. 설경구는 ‘나의 독재자’를 찍으며 많은 고민에 빠졌다. 시간이 지난 후 성근이 김일성 역에서 못 빠져 나온 건지 아니면 안 빠져 나온 건지 고민이 됐다.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물어봤다.
“연극 톤 대사가 많이 나와요. 사실 성근이 술집에서 난장을 부리는 모습이 있어요. 공연이 무산되면서 연극계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됐죠. 그는 연극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아들에게도 못 돌아갈 것 같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돌아갈 곳이 없는 거죠. 그래서 성근이 이걸 간절하게 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 빠져 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고민이 됐죠. 자기 의지로 안 빠져 나온 건지... 솔직히 지금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성근이 아들 눈을 안 봐요. 힐끔 보죠. 인감도 아들의 보물창고에 숨겨놓고요. 집을 뺏기지 않으려고 그렇게 했다고 생각해요. 뒷부분에 아들에게 ‘연극한다고 하지 않았어’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안 빠져나온 게 70%라고 생각했어요.”
![](https://img.wowtv.co.kr/wowtv_news/20141104/B20141104102924827.jpg)
◆ `나의 독재자`, 큰 짐 지고 살았던 아버지들의 이야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성근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대통령 앞에서 김일성을 연기하게 됐다. 그는 아들이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성근은 그 공연을 위해 22년을 살았다. 설경구는 그 장면을 찍을 때 예민해졌다고 했다. 폭발 직전까지 갔다. 이해준 감독과도 안 좋았다. 그는 이 공연이 망쳐지면 ‘나의 독재자’도 망가진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고 예민해졌던 것 같단다.
“그 장면이 제일 중요했고 제일 어려웠죠. 사실 ‘리어왕’도 뜬금없죠. 그래서 이걸 어떻게 턴을 시켜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요. 감독님이 ‘리어왕’ 독백을 하는데 눈물을 땡겨 달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제가 기곈가 싶었어요. 그래도 나중에 통영에서 감독님이랑 풀었어요. 술 앞에서는 장사 없더라고요.(웃음) 그때 미안하다고 했어요. 감독님도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그랬죠. 믿을 사람이 감독 밖에 없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배우도 감독도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때로는 예민함이 서로를 날카롭게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두 한 마음이었다. ‘나의 독재자’를, 성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설경구는 무엇보다 영화를 찍으며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게 정말 외롭고 섬처럼 만드는 것 같았어요. 아버지가 섬 같았죠. 연기할 때는 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해일이 쪽에서도 와닿더라고요. 딱지 보면서 울 때 아들의 입장이 됐어요. 찍으면서 그 시대의 어른들이 생각이 났죠. 자기 자신이 없던 아버지. 큰 짐을 지고 살았던 아버지들의 이야기 같았어요. 간접적이든 아니든 내 아버지도 그렇고, 감독님도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해줬죠. 우리 아버지 대의 영화 같았어요. 사실 저희 아버지도 무뚝뚝한 편이고 저도 실제로는 다정한 아빠는 아닌 것 같아요. 싹싹하지 못하죠. 그런데 이 영화 찍었다고 달라지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사진=퍼스트룩, 영화 스틸컷)
한국경제TV 양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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