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리뷰] "두려워 마, 사랑이야" 불멸의 사랑...뮤지컬 '루돌프'

입력 2014-11-12 10:18  



사랑은 불멸하다. 아무리 사랑이란 이름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고 한들 그 명제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 ‘가슴을 후벼 파는 절절한 사랑이야기’는 수세기 지나도 여전히 건재한 소재다. 하물며 그것이 실화라면 말할 것도 없다. 실화를 모티프로 한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출발한 이야기의 전형이 지금까지도 얼마나 굳건한지 다시 한 번 증명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마이얼링 사건’이 배경이다. ‘마이얼링 사건’은 합스부르크의 황태자 ‘루돌프’가 연인 ‘마리 베체라’와 함께 자살한 사건이다. (타살이라는 주장도 있다. 극중에서는 연인이 자살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작품의 이야기는 루돌프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궤를 같이한다. 루돌프의 죽음은 제1차 세계대전의 간접적인 원인으로 꼽힐 정도 중요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할 수 있었던 것은 가명으로 신문사에 칼럼을 기고하는 것밖에는 없었다. 그의 가정사도 복잡하기 그지없다. 루돌프는 평생 여행을 떠나있었던 친프랑스적인 어머니와 자신의 압박하는 친독일적인 아버지 사이에서 외로움과 사투하고 억압받은 채 지내야 했다. 그의 주변 환경이 곧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동력인 셈이다.

작품의 중요한 맥락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선 한 남자, 또 하나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이다. 작품은 두 가지를 아름답게 묘사한다. 여러 상황들은 가엾은 황태자를 압박하고, 죽음도 불사한 사랑은 유려한 발라드 넘버에 섞여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예로, 두 사람이 아름다운 눈발 속에서 키스를 나누는 부분이나, 함께 자살하기로 결심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심장을 두드리는 시퀀스들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루돌프를 둘러싼 주변의 압박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 작품은 정치적 이상향이 처참하게 꺾일수록 두 사람의 ‘죽음으로 하나 되는 사랑’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극은 친절 대신 루돌프의 상황에 대한 간헐적인 정보만을 흘린다. 극 전체를 휘감아야 할 세계 정세의 변화는 스쳐 지나가거나, 띄엄띄엄하다. 그를 고립시키는 상황적 배경이 약해 두 사람의 사랑이 관객의 가슴을 깊이 헤집어 놓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여전히 아름답다. 감성을 자극하는 데 탁월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유려한 발라드는 귀에 착착 감긴다. ‘알 수 없는 그곳으로’, ‘사랑이야’, ‘내일로 가는 계단’ 등은 팝이라 불러도 무색할 만큼 대중적 친화적이다. 사랑의 순간을 극대화한 말랑말랑한 멜로디도 미끈하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에서 영상 효과를 극적으로 사용했던 로버트 요한슨은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에서도 또 한 번 영상의 마법을 선사한다. 그는 제한된 무대에 몇 개의 파티션과 영상만으로 공간의 자유를 얻어냈다.

정통 멜로의 충실함도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의 미덕이다. 억압에 옥죄이던 루돌프가 마리의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하기로 결심하는 모습은 ‘사랑’이 가져오는 ‘변화’를 숭고하게 그려낸다. 세상에서 희미해진 사랑의 가치를 일깨우는 실화의 힘도 작품의 감동에 한몫한다.

임태경은 마치 제 옷인 듯 ‘루돌프’를 소화한다. 클래식한 그의 이미지와 목소리는 고급스러운 음악과 훌륭히 조우한다. 음정 박자는 물론 고음과 저음에서도 유연해 ‘듣는 즐거움’이 크다. ‘마리’ 역의 김보경은 맑고 사랑스러운 연기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강단도 ‘루돌프’와 ‘마리’의 사랑처럼 굳셌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2015년 1월 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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