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근로자 4명중 1명, 출근시간 1시간 넘어

이근형 기자

입력 2014-11-24 19:02  

<기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우리나라 경제와 문화, 교육 등 모든 것들의 중심이 되는 이 곳에는 많은 근로자들이 살고 있죠. 근로자들 입장에서도 서울은 너무나도 일하고 싶은 도시입니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있고 또 장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성공할 기회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서울권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행복할까요? 오늘은 수도권 근로자들의 행복도가 염려된다는 몇가지 조사결과들 준비해봤습니다.


<앵커> 수도권 근로자들이 임금은 확실히 많이 받는 게 맞죠? 소득도 높고, 문화나 레져를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으니까 삶의 질은 높지 않을까 예상이 되는데요.

<기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확실히 삶의 질이 높아졌느냐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집값, 턱없이 비싸죠. 일반 근로자가 평생 모아도 빚을지지 않고는 집을 살수 없는 지경인데요. 이렇다보니 서울 근교의 수도권지역 거주자들이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출근이나 퇴근에 1시간 이상 걸리는 근로자 비중이 수도권 지역에서 유난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근 소요시간을 보면, 출퇴근 하는데 1시간이 안걸리는 근로자 비중은 비수도권 광역시는 87%였고, 일반 비수도권 시도는 94%로 거의 대다수였습니다. 반면 서울과 경기, 인천쪽은 10명 가운데 3명이 출퇴근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특히 경기와 인천 지역을 보면 1시간~1시간 반씩 출퇴근 하는 사람이 20%에 육박했는데요. 근로자 5명중에 한명꼴이죠. 비수도권 광역시의 두배, 비수도권 일반도서의 5배 수준으로 많았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직장이 서울 도심에 있을테고, 집은 멀리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일대에 마련을 했을테니까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는 건 당연한 일일텐데요.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자신을 위해 쓸수 있는 시간이 줄게 된다는 얘기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들은 주로 인천, 성남, 고양시 일대에서 유입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출퇴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행복지수도 낮아지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서울 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출근거리가 짧을수록, 환승 횟수가 적을수록 대중교통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시민의 행복지수는 72.4점인 반면, 인천이나 경기지역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경우는 70.2점으로 낮았습니다. 또 교통혼잡시간인 9시경에 출근하는 경우의 행복도는 69점에 불과했습니다.


<앵커> 출근길이 길어지면 사람들과 부딪치는 피곤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행복감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질 수 있겠어요. 그런데 환승 횟수도 행복도에 영향을 미친다니 새로운 결과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환승을 하려면 중간에 내려서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겪게 되기 때문에 피곤한 아침이나 저녁시간에 신경을 계속 곤두세워야 하는 거죠. 서울연구원은 대중교통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승시간을 개선하는 게 가장 현명하고 그 다음이 출근 대기시간, 총 소요시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비교적 출퇴근시간이 긴 수도권 근로자들이 더 행복도가 낮다는 조사결과였습니다. 출퇴근시간만 개선이 된다면 행복도가 높아질까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풀어야할 숙제가 더 있는데요. 바로 비교성향입니다. 서울도심지역에 거주할수록 남과 비교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은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오늘은 연구결과들이 다양하게 소개가 되는데요. 남과 비교하는 문화, 우리 사회에 상당히 팽배해 있잖아요. 그런데 서울 중심가일수록 더 그런 성향이 강하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이번에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보고서인데요. 주변사람과 생활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은가를 놓고 전국 성인 남녀 3천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그 결과 여성이, 또 젊은 사람일수록, 또 자녀가 있을수록, 고소득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비교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응답자들의 비교성향이 가장 강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서울 지역 사람들이 남과 생활수준을 비교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얘긴데, 그게 행복도를 낮추는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기자>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는 일단 풍족했습니다.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삶에서 일을 중시하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전력투구하고 한층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빚을 지면서도 높은 수준의 소비생활을 하려는 과소비 성향도 강했습니다.
또 물질적 행복의 대가로 육체와 정신건강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비교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지난 1년간 입원 경험이 많고 음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또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비율도 낮았습니다.뿐만아니라 불안감,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 고독감이 많고 사소한 걱정과 실패감, 식욕부진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심리건강지수도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비교성향이 강할수록 부유할 수는 있어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더 불행하다 이런 얘기네요. 역시 앞서 출퇴근 시간 얘기와 마찬가지로 삶의 질이라는 게 반드시 소득과 연결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주네요.

<기자> 그렇죠. 남과 비교하려는 성향이 강하면 가족관계가 소원해지더라도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는 게 낫고, 자녀가 좋은 인성을 갖는 것보다 공부를 잘하는 게 더 낫고, 대기업 최고 경영자가 큰 사업의 성공을 위해 범법을 저질러도 관용을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저는 듣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데요. 이런 생각들이 사회에 팽배하면, 자녀들은 모두 유학을 가서 부모와 함께할 시간이 없게 되고, 똑똑하긴 해도 도덕적이지는 못하게 되고, 윤리적으로 많은 갈등들이 유발되지 않을까요?

<기자> 최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OECD 156개국 가운데 56위라고 합니다. 특히 아동들의 삶의 만족도 지수는 OECD 조사대상 34개국 가운데 34위, 꼴찌라고 해요. 경제는 세계 10위권 안에드는 대국인데, 왜 행복도는 이렇게 낮은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의 중심인 서울에 일자리가 많고, 그래서 서울에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인해 수도권 과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만, 남보다 경제적으로 못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과시하기 위해, 비교열위에 놓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큰 집에 빚을 내어 무리하게 산다든지, 과소비를 한다든지 하는 성향들이 개인의 빚을 늘리고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마져 헤친다고 하니까요. 남과 비교하는 습관, 반드시 지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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