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엔저 가속화‥기업 타격 불가피

이준호 부장

입력 2014-12-05 16:30   수정 2014-12-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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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데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엔저 공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경제팀 이준호 기자 나와있습니다.

엔·달러 환율이 결국 120엔을 넘어섰는 데, 엔화 약세 현상이 왜 이렇게 심해졌나요?

<기자>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 이어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엔화 가치가 한 때 달러당 120엔대까지 내려갔습니다.

엔·달러 환율이 120엔선을 기록한 것은 7년4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이 예상을 뛰어넘은 금융완화 조치를 시행하면서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데요,

지난 10월31일이죠. 일본은행이 전격적인 금융 추가완화 대책을 발표한 직후 엔·달러 환율은 112.32엔을 기록했습니다.

그 이후 일본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결국 엔저 가속화를 촉발한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발표 이후 1달 사이 엔화 가치가 10엔 정도 급락한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엔저 현상이 당초 예상보다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우선 미국과 일본의 금융정책이 정반대로 펼쳐지는 것이 엔저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현재 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내년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데, 일본의 경우 대규모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소비세 인상이 연기되면서 재정 재건이 늦어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한 몫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는 14일에 열리는 중의원 선거가 엔·달러 환율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고 있는데요,

선거 결과에 따라 아베노믹스의 엔저 유도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럴 경우 엔·달러 환율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밖에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일본의 무역수지 개선 여부도 엔·달러 환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엔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구요?

<기자>

말씀하신데로 무디스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습니다.

무디스는 일본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욱 불확실해져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신용등급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대만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보통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국채 등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통화는 약세를 보이는 데요,

최근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은 한마디로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문제는 S&P와 피치 등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어떻게 평가할 지 여부인데요,

이들이 일본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강등할 경우 엔저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엔화 가치가 워낙 가파르게 하락했던 만큼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후유증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후 일본의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았는 데요,

엔저 추세가 계속 이어져온 만큼 신용등급 강등이 엔저를 추가로 압박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엔저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데, 특히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수출기업이 걱정입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엔·달러 환율이 120엔선을 기록하면서 원·엔 환율도 결국 920원선까지 내려왔습니다.

원·엔 환율이 920원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8년 8월 이후 6년 4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일각에서는 원·엔 환율이 조만간 800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엔저 공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우리 수출기업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엔저로 우리나라 기업의 타격이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독일, 한국, 대만, 중국 등의 수출경합도를 보면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연구원은 유럽 지역에서 독일 제품이 누리는 우위를 고려할 때 한국 제품이 일본 제품과의 경쟁에 가장 크게 노출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전기전자, 화학, 기계 등 품목에서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눈에 띠게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연구원은 지난 9월 이후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기업의 타격이 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습니다.

현재 일본이 수출보다 해외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엔저 현상은 일본 해외거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인데요,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의 제품과의 경합이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어 엔저 가속화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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