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유가 하락이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에 즉각 반영되도록 정부에 지시했습니다.
조만간 전기요금이 내릴 것이란 국민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몇가지 이유를 들어 전기요금 인하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첫째, 두달마다 원료비연동제를 반영하는 가스요금과 달리 전기요금은 연료비(원가)를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
둘째, 전기생산에 있어 연료비 비중을 보면 석유(8%)가 차지하는 게 크지 않다는 것(실제로 LNG가 50%로 가장 높음).
셋째, 내년부터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송전선로 주변지역 보상,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 등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많다는 것.
무엇보다 국내 전기요금이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현 정부는 요금현실화(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부 입장이 한국전력 관계자들의 얘기와 한치의 어긋남이 없습니다. 산업부가 한전 입장을 대변해주는 느낌마저 듭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연결결산 기준 순이익이 전년대비 105.7% 증가한 1743억 원으로 6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만년적자 공기업인 한전이 흑자전환한 배경은 지난해 1월(4%)과 11월(5.4%)에 두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전기요금을 내리면 한전 실적은 또다시 나빠질 게 분명합니다. 최근 한전 주가도 전기요금 인하 우려로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개선을 포함한 `공공기관 정상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을 산하에 둔 산업부가 전기요금 인하를 두고 한전과 뜻을 같이 한 게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현재 전기요금은 한전이 산업부에 인가를 신청하면 관련 세수 문제를 다루는 기획재정부 협의 등을 거쳐 결정됩니다.
국민들이 유가하락에 따른 즉각적인 전기요금 인하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대통령 지시를 어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산업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인하라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명분찾기에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