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도 개그로 승화하는 그는 진짜 개그맨이었다.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신사옥에서 2014 MBC 방송연예대상이 생중계됐다. MBC 방송연예대상은 방송사상 최초 시청자들이 참여하는 문자 투표 100%를 통해 대상 수상자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생방송 직후 공개된 대상 후보는 김구라, 김수로, 박명수, 서경석, 유재석.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 MBC 방송연예대상 1부에서 유력한 대상 후보 김구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김구라는 얼마 전 공황장애로 병원에 입원했다. ‘라디오스타’, ‘세바퀴’ 등 굵직한 프로그램에서 아낌없이 독설을 날리던 그가 공황장애를 앓는다는 건 새삼 놀라웠다. 하지만 이후 개인사가 공개됐고, 김구라의 소속사 측은 “개인사 공개로 김구라가 힘들어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초 MBC 방송연예대상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김구라는 검은 재킷에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했다. MC 김성주는 대상 후보자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위해 김구라의 자리를 찾았고, 그는 수척한 얼굴로 “혼자 유난 떠는 거 같아 죄송하고요. 자업자득입니다”라며 “연말에 여러분들 가정 행복하시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 대상 후보 중 본인보다 표가 적을 거 같은 후보는 누가 있냐”는 MC의 질문에 “지금 내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김구라스러운 답변을 내놓아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그는 뮤직 토크쇼 부문 특별상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 위로 올랐다. 김구라는 독설을 날리던 때와 달리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내게 방송 선배이자 공황장애 선배인 이경규 씨가 문자를 보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거운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내가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는 ‘세바퀴’, ‘라디오스타’는 내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다. 녹화는 4시간 안으로 끝이 나야 힐링이 되는 거지만”이라며 천천히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어 “호강도 못시켜드리는데 39년생 어머니가 뒤늦게 종교도 가지고 항상 기도를 하신다. 하늘에서도 나 때문에 편히 못 쉴 거 같은 아버지. 또 남다른 부모를 둬서 고생하는 A.K.A MC 그리 동현아! Turn up!”이라고 외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여곡절 속에 내가 얻은 작은 깨달음은 항상 겸손해야 하고, 그러나 방송만큼은 내 효용가치에 맞게 내 식대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수개월 째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던 독설가 김구라는 참된 개그맨이었다. 비록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지 못 했지만 면도도 하지 않은 채 수척한 모습으로 시상식 자리를 빛낸 개그맨 김구라의 용기 낸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는 공황장애 증상으로 방송출연을 일시 중단했지만 jtbc ‘썰전’ 녹화에 참여하면서 방송에 복귀했다. 11일만 복귀를 선언한 김구라의 통쾌하고 시원한 독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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