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가 114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흑자 행진은 33개월(2년 9개월)째 이어졌다.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기보다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114억1천만달러 흑자였다. 10월보다 흑자 규모가 25억7천만달러 확대됐다.
이런 흑자 규모는 종전 사상 최대치인 작년 10월의 111억1천만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다.
올해 1∼11월 누적 흑자는 81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억5천만달러(9.9%) 많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한은의 전망치인 840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는 2012년 3월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986년 6월부터 3년 2개월 동안 이어진 최장 흑자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든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까지 커졌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작년 10월에 승용차·반도체·스마트폰 수출 호조로 수입보다 수출이 더 크게 늘어 흑자 폭이 커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지난달에는 수출이 50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품목별(통관기준)로 철강제품(-17.5%), 디스플레이패널(-14.1%) 자동차부품(-3.7%)의 수출 감소폭이 컸다.
수입은 400억4천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10.4% 감소했다. 이런 감소 폭은 작년 2월(-14.5%)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품목별로는 원유(-8.6%), 석유제품(-7.5%), 화공품(-4.7%) 등의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는 지난달 101억5천만달러 흑자로 10월의 84억9천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커졌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달성한 경상수지 최대 흑자의 `질`은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러시아발(發) 금융불안,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튼튼한 `버팀목`이 돼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서비스수지는 2억달러 적자로, 전월과 비슷한 적자 수준을 유지했다.
급료·임금과 투자소득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배당소득이 늘어 전월의 9억7천만달러에서 16억7천만달러로 확대됐다.
이전소득수지는 2억1천만달러 적자로 10월(-3억6천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줄었다.
상품·서비스 거래가 없는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의 유출초(자본이 국외로 나간 것) 규모는 한 달 새 68억달러에서 99억2천만달러로 확대됐다.
부문별로는 직접투자 유출초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인 21억달러로 집계됐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가 늘어나면서 유출초 규모가 전월의 3억8천만달러에서 28억4천만달러로 대폭 확대됐다.
기타투자는 금융기관의 해외 예치금 증가 등으로 유출초 규모가 40억1천만달러에서 78억달러로 늘어났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