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황은 계속 되고 기업 총수들은 자리를 비우고 재계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한 해를 보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땅콩 회항` 사건까지 터지면서 기업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또한 따갑기만 합니다.
임원식 기자가 올 한 해 재계의 모습을 스케치했습니다.
<기자>
◆ 삼성호 선장, 쓰러지다
<인터뷰> 송재훈 / 삼성서울병원 병원장
"(이건희 회장이) 심장 이상 증세를 보여 적절하고 신속한 응급 조치를 한 후에 관상동맥을 확장하는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고 현재 안정된 상태에서 회복 중입니다."
가까스로 큰 위기는 넘겼다지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 상황은 7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삼성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중국 저가폰들의 공세에 막혀 반토막 나버린 실적은 삼성의 또다른 위기입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했던 지난해의 축제 분위기를 올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임원들의 연말 성과급은 반이나 깎였고 그룹 차원에서 해마다 해왔던 신년하례식도 내년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룹 수뇌부의 내년 경영전략 세미나는 `불확실`과 `위기 극복`, `내실 다지기` 등 어두운 얘기들로 채워졌습니다.
희망보다는 걱정이 더 앞서는 내년이지만 삼성은 올해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성공적인 상장 여세를 몰아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 오너 공백 장기화로 `삐걱`
삼성의 방산·화학 사업 인수.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
한동안 제자리를 맴돌던 한화그룹은 최근 속도경영에 불을 붙이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김승연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나타난 현상들인데요.
한화의 이같은 행보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SK와 CJ그룹이 그 주인공.
재벌 총수로서 역대 최장 기간 복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내일(31일)이면 수감 700일째를 맞습니다.
SK는 최 회장의 공백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SK에너지 등 주력사업들이 계속해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데다 최 회장 구속 전 6조 원이 넘었던 투자규모는 올해 4조9천억 원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2년 전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먹거리 마련을 위한 이렇다 할 인수·합병 실적도 사실상 `제로`입니다.
`리더십 공백`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건 CJ도 마찬가지.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이후 CJ의 올 상반기 투자는 지난해보다 20% 가량 줄었습니다.
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회장의 효성그룹 역시 앞날이 어둡기만 합니다.
◆ 재벌3세 `도덕 불감증` 심각
<인터뷰> 조현아 / 대한항공 전 부사장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인터뷰> 조양호 /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조현아의 아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 번 바랍니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불거진 재벌 3세의 도덕 불감증은 온 국민을 분노케 했습니다.
특히 사건 조사 과정에서 국토부와 대한항공 간의 유착 의혹까지 드러나면서 `땅콩 회항` 사건은 새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운항 정지와 신사업 차질 등 대한항공이 입게 될 피해는 제쳐놓더라도 이번 사건으로 국민 가슴에 새겨진 오너 불신의 상처는 당분간 치유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
다.
<스탠딩>
"내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삼성 사장단 세미나에서 나왔다는 이 말이 비단 삼성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
2015년 청양의 해, 우리 기업들은 여느 때보다 과감한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