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마도이자람밴드' 소극장 공연…"마음이 바닥나기 전까지 즐겁게"

입력 2015-01-06 09:48   수정 2015-01-06 09:51

‘아마도이자람밴드’가 소극장 공연을 한다. 1월 9일부터 1월 11일까지 대학로 해피씨어터에서다. 결성 10년, 여러 공연을 해왔지만 소극장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도이자람밴드’는 독특한 매력으로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밴드다. 2004년 소리꾼 이자람을 주축으로 결성 후, 2009년 첫 EP 앨범 ‘슬픈 노래’를 발매했다. 이후 2013년이 되어서야 정규 1집 앨범 ‘데뷰’를 세상에 내놓았고, 2014년에는 故천상병 시인의 시로부터 시작된 EP 앨범 ‘크레이지 배가본드’를 발매해 눈길을 끌었다. 느리다면 느린 행보지만, 한마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들의 음악들을 듣고 있자면 어쩐지 고개를 주억이게 되는 ‘묘한 밴드’다.

이번 공연은 유독 반갑다. 지난해 여러 사정에 의해 활발했던 활동을 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2015년의 시작을 그들의 음악과 제대로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 해주어서다. 이자람(보컬/기타), 이민기(기타), 이향하(퍼커션/아코디언), 강병성(베이스), 김수열(드럼)과 함께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지난 시간, 그리고 지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지난해 EP앨범 ‘크레이지 배가본드’를 발매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아쉬운 점은 없나?

이향하 : 공연을 좀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강병성 : 아쉬운 건 많이 없다. 아, 제가 2014년에 결혼을 했다. 축가에 드러머(김수열)가 안 왔다. 그것 말고는 괜찮았다.(일동 웃음)

이자람 : 2014년에 故천상병 시인의 시들로 만들어진 ‘크레이지 배가본드’ 앨범을 발매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한다. 어디서 듣기 어려운 가사다. 이제는 잘 들을 수 없는 시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나름 열심히 작업을 했다. 하지만 발매 시기(이들의 앨범은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즈음 발매됐다)도 그랬고, 큰 활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 놓고 누군가에게 권할 수 있는 저희의 상태, 사회의 상태가 안됐었다. 그게 가장 아쉽다. 그렇게 태어난 앨범이라 자기가 입을 수 있는 것보다 옷을 얇게 입은 것 같다.

2014년에 ‘아마도이자람밴드’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드러머가 바뀌었다. 이유야 어쨌건 새로운 드러머인 수열이가 반갑고 좋다. 연말에 술 좀 먹고 훅 친해진 것 같다.(웃음) 다섯 명의 멤버가 이제야 같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느낌이 든다. 2015년에는 2집에 들어가는 노래들을 자박자박 만들고 싶다. 하나는 아쉬운 점이고, 하나는 포부다.

- 김수열 드러머는 어떤가. 새롭게 합류한 소감이 있을 것 같은데.

김수열 : 아쉬운 점은 아직 없다. ‘아마도이자람밴드’가 생각보다 공연표가 잘 팔린다.(일동 웃음) 저는 활동을 많이 안 해서 표가 잘 안 팔리는 밴드인 줄 알았다. 사실 얼마나 공연 표가 나갈지 내기를 했는데, 제가 제일 적은 관객수를 말하는 바람에 졌다.

- 2014년 발매한 앨범 ‘크레이지 배가본드’는?

이민기 : ‘천상병 예술제’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왔다. 故천상병 시인의 시로 노래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전까지는 故천상병 시인의 유명한 시 정도만 알고 있었다. 작업을 하기로 한 다음에 공부를 시작했는데 좋더라. 우리 밴드가 곡 만드는 게 참 느린데, 그런 것 치고는 곡이 쑥쑥 나왔다. 당시 공연을 했을 때도 내부적인 평가가 좋아, 앨범으로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2010년이다. 그런데 이 앨범을 내려고 보니까 우리가 발매한 앨범이 하나도 없었다. 일단 ‘우리 것부터 앨범으로 낼까’ 해서 정규 1집을 내게 됐다. 1집을 내고 나서 해왔던 음악들을 다듬다보니, 2014년에 ‘크레이지 배가본드’ 앨범을 발매하게 됐다.

- 시를 음악으로 만드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이자람 : 생각보다 안 어려웠다. 우리 노래는 1년에 세 개 나오면 많이 나오는 편이다. 이 앨범은 작곡부터 편곡까지 한 달에 한 개씩 했다. 故천상병 시인이 형이상학적인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의 ‘말 값’하고 가깝게 시를 쓴다. 그래서인지 노래로 하기에 전혀 어려운 시들이 아니었다. 이분의 시가 워낙 자유로워서 우리가 노래를 만들 때 구성을 바꾼다거나, 앞뒤를 바꾼다거나 해도 ‘괜찮다’고 해주실 것 같았다. 우리가 느끼기에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작업을 편하게 했다.

- 천상병 시인의 시나 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나.

이향하 : 故천상병 시인이 쓴 수필 중에 좋아하는 글이 있다. 우리가 공연할 때 간혹 관객에게 읽어주기도 한다. 만남에 대한 글인데, 참 좋더라.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라는 내용이다.

이민기 : ‘노래’라는 시가 있다. 뒷산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른다는 내용이다. 별 다른 내용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즐겁게 노래하는 것 같은 순진한 느낌이 글에 딱 있더라. 글만 읽어도 이 사람이 노래를 엄청 즐겁게 부르는 것 같았다.

강병성 : 어쩔 수 없이 ‘귀천’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이지 않나. 그 시에서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같은 거룩한 느낌이 컸는데, 앨범 작업하면서 접한 시들은 거룩함 보다는 소박하고 담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곡을 들었을 때도 알고 있던 그 분의 글과 달라서 신기했던 것 같다.

이자람 : 저는 故천상병 시인의 시 중 좋았던 것들을 노래했다.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의 시를 좋아한다고 보면 된다.



- 이번 공연은 어떤 방식으로 꾸며질 지 궁금하다.

이민기 : 비밀이다.(웃음) 모든 것은 이자람 머릿속에 있다.

이자람 : 우리는 발매한 앨범이 많이 없는 밴드라 내용이 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오는 곡들도 추가해서 할 거고, 카피 곡도 할 것 같다. 단독 공연을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는 계속 생각 중이다. 공연을 자주 하지 않아서 단독 공연을 할 때 마다 늘 생각이 많다.

- 소극장에서 3일 내리 공연을 해야 한다. 공간이 좁고 밀도가 높지 않나.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이민기 : 오히려 더 편하지 않을까?

이자람 : 완전 좋을 것 같다. 소극장 공연은 처음이다. 일전에 ‘제비다방’에서 공연을 했었다. ‘무진장’ 좁은 곳인데, ‘무진장’ 좋았다. 사람이 밀도 있게 모여 있으면 공기가 함께 가게 돼 좋은 것 같다. 우리는 록 밴드도 아니고, 퍼포먼스로는 감각이 거의 제로다.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지, 멘트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공연의 성패가 갈린다. 그래서 소극장 공연을 어떻게 임할지, 각 날짜마다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에 대해서는 프론트맨으로서 고민이 많다. 우선은 있는 노래 잘하는 게 목표다.(일동 웃음) 정말이다. 그게 진짜 쉽지 않다.

- 의견 조율은 어떻게 하나.

이민기 : 조율할 정도로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면 좋겠다.(웃음)

강병성 : 우리는 정말 안 싸운다. 어느 날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정말 안 싸우는구나’ 싶었다. 이게 사람들이 착한건지 뭔지는 모르겠다. 기본적으로는 다들 착한 것 같다.

이민기 : 강력하게 자기주장을 할 만한 깜냥을 가진 사람이 없다. 누가 옆에서 뭐라고 그러면 ‘아, 그런가?’ 한다.(일동 웃음) 자기가 곡을 써왔는데 옆에서 별로라고 하면 금방 치워버린다. 그래도 리더가 제일 낫겠지 싶어서 이야기하면 따르는 편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것만 말한다.

이자람 :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다들 말하는 편이다. 병성이도, 수열이도, 민기도 말한다. 향하는 주로 따라온다.

이향하 : 제가 말하기 전에 오빠들이 다 말을 한다.

이민기 : 보통 ‘나보다는 감각이 낫겠지’ 싶으면 그걸 믿는다. 앨범 작업할 때도 프로듀서가 뭐라고 하면 ‘그런 가보다’하고 전적으로 따라가는 스타일이다. 밴드의 고집 같은 게 별로 없다. 누군가 우리를 막 휘둘렀으면 좋겠다.(웃음)

- 처음 밴드 결성은 어떻게 하게 됐나.

이자람 : 민기가 저한테 전화를 했다.

이민기 : 전화가 아니라 메신저였다. 메신저 타이틀이 ‘나랑 밴드할 사람’이었는데, ‘나 할래요’ 그랬더니 ‘안 된다’고 하더라.(웃음)

이자람 : 원래 ‘청년실업’이라는 팀의 이기타와 같이 밴드를 시작을 했다. 그 친구가 군대를 가면서 같이 밴드할 사람을 구하게 됐는데, 그때 민기가 들어왔다. 그 다음에 향하가 들어오고, 병성이가 들어왔다.

-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가 있나.

이자람 : 예를 들어, 된장찌개가 끓인다고 치자. 된장이 있다고 바로 끓이는 게 아니지 않나. 끓일 마음이 들어와야 끓이게 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곡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녹음해야 하는 지 정말 몰랐다. 그냥 부스에 들어가서 하나씩 녹음하면 된다고 알려줘도, 마음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와 닿지 않았다. 이제야 녹음을 한다는 게 뭔지 조금 알 것 같다. 레시피가 있어도 내 손으로 하기 전까지가 참 어려웠던 것 같다.

이민기 : 밴드 시작하고 초반 4년까지는 우리가 앨범을 낼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꿈꾸는 것처럼 언젠가 앨범을 내면 좋겠다는 말은 했었다. 남들 앞에서 공연만 할 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밴드들의 앨범이 다 너무 좋아서, 우리는 당연히 ‘이런 거 못만들지’라고 여겼다. 이후 붕가붕가 레코드가 생기고 수공업 앨범들을 발매하기 시작하면서 약간 고무 됐던 것 같다. 주변의 친한 밴드들도 하나둘씩 그렇게 앨범을 냈다. 일단은 ‘잘 될 리 없지만, 한 번 내야 그 다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앨범을 냈다.(웃음) 그 앨범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정규까지 이어졌다. 정규 1집을 내는 건 예상보다 어려웠다. 쉽게 할 수 있는 노래들은 싱글 앨범들을 내면서 많이 털었는데, 남은 곡들을 살펴보니 좀 까다로운 곡들이더라. 그래서 늦어진 것도 있다.



- 밴드의 정체성이나,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이자람 : ‘하고 싶은 음악’과 ‘할 수 있는 음악’은 좀 차이가 있다. 이를 테면, 저는 블루스록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제가 쓰는 노래들은 그렇지 않다. 좋아하는 음악과 만들어 내는 음악이 일맥상통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강병성 : 보통 많은 밴드들이 ‘우리 이 장르 한 번 해볼래?’ 해서 모인다. 생각해 보면 이 밴드는 모일 때부터 장르적인 게 없었던 것 같다.

이민기 : 장르도 없고, 모델도 없다.

강병성 : 그래서 편곡이 늦어지는 것도 있다.

이자람 : 저희는 가사가 먼저 나오고, 곡을 만들고, 편곡을 하는 시스템이다. 가사가 정체성이라면 정체성인데,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가사를 쓰는 것 같지도 않다. 시를 계속 할까?(웃음)

이민기 : 아직 한 두 문장으로 표현할 정체성은 없는 것 같다.

강병성 : 그런 밴드가 많을까? 장르적인 정체성을 가진 밴드는 많지만.

이민기 : 그런 밴드도 있긴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 같은 경우엔, 한국말로 된 록을 한다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강병성 : 우리는 주로 3박을 좋아하는 밴드?(웃음)

이민기 : 밴드 스타일을 아직 만들어 가는 중이다. 수열이가 들어오면서 많이 바뀔 것 같기도 하다.

- 김수열 드러머가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김수열 : 팀이 아니었을 때는 ‘아마도이자람밴드’를 조용한 음악을 하는 밴드로만 생각했다. 와서 보니까 그렇지만도 않더라. 노래도 생각보다 좋은 게 많았다.(일동 웃음) 같이 하자고 해서 음악을 들어보니 좋더라. 왜 이제까지 몰랐나 싶고. 제가 세게 칠 때는 또 세게 친다. 결국 제가 이 팀에 들어와 바뀌는 건 ‘다이나믹’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웃음)

- 앞으로 이 밴드를 하면서 이뤄나가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이민기 : 오래 했으면 좋겠다. ‘완성판이 나왔으니까 이제 더 할 게 없을 것 같다’하고 그만하는 밴드보다는, 조금씩 나아가더라도 오랫동안 하는 밴드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이향하 : 앞으로 하면서 점점 더 깊게 잘하고 싶다. 지금은 하다가 얻어걸리는 것도 많고, 편곡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강병성 : 좋은 프로듀서는 언제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서가 바뀌기 전 단계의 작업에서 자체 편곡을 하는데, 그때 내부적인 프로듀싱이 조금 더 편해지길 바란다.

이향하 :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웃음)

이자람 : 편곡도, 잘 노는 것도 다른 밴드들이 다 잘한다. 어떤 밴드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가 없어지는 것 같다. 오랫동안 밴드를 하려면 계속 덜 마무리 된 것 같은 이 상태, 어디로 가고 싶은 데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지금이 더 나은 것 같다. 무책임하지 않게만 한다면 계속 같이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마음이 바닥나기 전까지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

김수열 : 개인적으로는 아직 팀에 적응을 하고 있는 단계다. 우선 적응을 잘했으면 좋겠다. 단기적으로는 페스티벌을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장기적으로 다 같이 음악을 하면서 버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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