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92편. 표상(表象)은 본질에 수렴한다

입력 2015-01-14 09:30  

중국의 고전《한비자. 설난(韓非子 設難)》에 나타난 위국(衛國)의 ‘위령공’과 ‘미자하’의 얘기는 사람의 마음이 변하면 똑같은 행동도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 보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미자하는 위령공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미자하가 모친이 병을 이유로 위령공의 명령을 가장하여 마차를 몰고 나갔다. 이는 당시의 법률로 보면 발을 자르는 월형에 처할 만한 큰 잘못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위령공은 오히려 미자하의 효(孝)를 칭송했다.


이후 어느 날 미자하는 베어 물고 있던 복숭아를 위령공에게 주었다. 이때도 미자하를 총애하던 위령공은 거리낌 없이 복숭아를 받아먹으며 맛있는 것을 자신과 나누는 미자하의 행동을 칭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미자하가 늙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자, 과거 자신의 명령을 가장해 마차를 몰고 나갔던 일, 먹던 복숭아를 자신에게 준 일들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았다.


경제지표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호·악재의 기준이 본질과 무관하게 분석자 시각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저금리와 저유가의 경우에도 자본과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주는 호재성 재료였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하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비용절감으로 얻어지는 몫보다 저성장의 원인 변수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자가 경계해야할 악재가 되고 있다. 과거 미자하가 했던 행동들이 마음이 돌아선 위령공의 눈에 분노의 대상이 되듯이 말이다.


내년 중반기(?)로 예정되어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금리인상은 화폐가치($)가 상승하고 미국경제가 회복(투자회복, 자금수요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대미수출비중이 높은 신흥국의 경우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호재성 재료다.


하지만 이 또한 신흥국의 자금이 미국의 개선된 금리조건을 찾아 빨려 들어간다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신흥국 경제에는 속수무책 악재로 반영되고 있다. 소신 있는 투자자는 이런 다면적 시각과 다양한 해석이 넘칠 때 긴 안목에서 투자하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시장 내 힘센 소수가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양떼효과’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펀드는 중장기 투자를 모토로 하는 투자 상품이다. 겉으로 드러난 표상(表象)은 결국 본질에 수렴한다는 믿음을 갖고 경제지표들의 기본 개념에 충실한 투자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만일 이점이 소홀해 시황에 쫓긴 바쁜 투자를 하다보면 성과 없이 비용만 늘어나는 ‘쭉정이’ 투자가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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