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비용아끼려 비정규직 뽑는 관행 개선

이근형 기자

입력 2015-01-14 10:17  


<기자> 올해 우리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가 뭘까요? 바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입니다. 6개 주요 정부부처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년 업무보고를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올해 중점 사안으로 떠오른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 소식 준비해봤습니다.

<앵커> 정부가 올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내걸었죠.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오랫동안 뿌리박힌 문제점들을 개선하겠다는 건데,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왜 필요한 건지 시청자분들은 잘 모르시지 않을까 싶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왜 우리에게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한 것인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다른나라보다 심한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임금교섭, 하도급의 확산, 비용 절감위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거나 간접고용을 선택한 결과, 대기업?정규직의 임금을 100%로 볼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37%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이런 격차를 줄여줘야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완화되고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스펙경쟁과 중소기업이 인력을 구하기 위해 쏟는 노력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앵커>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임금교섭이 이뤄지고 하도급이 늘고, 또 비정규직을 비용절감을 위해서 사용하는 관행들, 이런 이중구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뿐만아니라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변화되는 시대적 흐름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연령층도 고령화되고 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에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더불어서 갈수록 우리 노동시장이 하도급, 외주화되어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직접 고용을 꺼려하고 하도급 업체를 주로 이용하게 되면서 용역 형태로 일을 하는 근로자들이 늘게 되고, 결국 이렇게 용역형태의 근로자들은 본사로부터 제대로 케어받지 못할뿐아니라 대기업이 성장한 과실을 따먹지도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겪게 된 겁니다. 이제라도 노동시장 물꼬를 ‘직접고용’형태로 틀어줘야만 자라나는 청년들이 희망을 본다는 게 이기권 장관의 설명입니다.

<앵커> 좋습니다. 내년에 정년 60세가 의무화되죠? 인구구조의 변화와도 관련이 깊은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올해 안에 노동시장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어떻게 개선한다는 건가요? 소개해주시죠.
<기자> 가장 대표적으로 최근에 속칭 ‘장그래법’으로 불리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에 관한 부분입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단지 비용을 아낀다는 차원에서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뽑고 있는 관행을 지적하고, 이부분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이기권 장관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비정규직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고, 그 비중도 줄여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선진국은 유연화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일정비율 유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유연성 외에 인건비 절감차원에서도 활용해 그 비중이 높은 실정입니다. 앞으로는 비용절감 차원의 남용은 확실히 근절시켜 나가겠습니다.”

<앵커> 비정규직을 뽑는 이유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라는 건 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차별해서 임금을 주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비정규직 임금 수준이 상당히 열악합니다. 대기업 정규직임금이 100이라면 현재 대기업 비정규직은 그 66%를 받고 있다고 하고요. 중소기업 정규직은 그것보다도 적습니다. 54%,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대기업 정규직에 비하면 37%밖에 임금을 못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세명가운데 한명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차별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렇게 기업 규모별로 비교를 하지 않고 같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80%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옵니다.

<앵커> 같은 일을 하는 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적게 받는다면 얼마나 화가 날까요. 기업들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같은 일을 시켜놓고 돈을 더 적게 줘도 되는데 당연히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뽑고 싶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정부는 그래서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차별을 개선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우선 비정규직이 차별을 당할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차별시정명령을 기업에 내리게 되는데, 앞으로는 같은 사업장 내에 한사람이라도 차별사례가 적발되면 나머지 유사 근로자들도 똑같이 시정하도록 시정명령 제도가 강화됩니다.
또 고의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차별을 하는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적용돼서 기업들이 감히 비정규직을 차별할 수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비정규직이 차별을 받는지 알려면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이 있어야할텐데, 비교대상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라도 회사에서 옷이 나온다든지 식사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공통된 복리후생의 경우는 비정규직에게도 반드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앵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문제지만, 사실 비정규직 문제의 가장 핵심은,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된다는 거죠. 여기에 대한 개선책은 뭔가요?
<기자>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습니다만, 정부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가급적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올해까지 공공부문에서는 상시지속업무의 경우에는 무조건 정규직으로 고용해서 6만5천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합니다. 내년에는 전체 정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을 5%로, 또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내후년까지 20~30%수준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앵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바람이 불면 민간에서도 뒤따라 올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임금이 올라가면 그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도 올해 신설됩니다. 또 본인이 희망하면 만 35세 이상 근로자의 경우에는 기존 2년에 2년을 계약연장할 수 있게되고, 그 이후에도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지 않는다면 이직수당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가급적이면 정규직을 뽑는 게 낫다. 비용 아끼려고 비정규직 뽑았다간 정규직보다 돈이 더 들어간다 라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에는 이렇게 비정규직 문제 말고도 다양한 대책들이 담겨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 이기권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에는 국가직무능력표준, NCS를 통해서 능력과 성과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내용도 담겼고, 더불어 근로자들이 언제든 해고된다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든든하게 확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특히 가사도우미들의 경우는 노동시장이 표면에 드러나있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암암리에 운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정부는 가사종사자를 공식화해서 4대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다양한 논의들이 노사간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핵심쟁점들에 대해서 오는 3월까지 반드시 타대협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업무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 어떤 얘기들을 했을지도 궁금합니다.
<기자> 박 대통령은 이번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목적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여성 일자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현장에 직접 방문해서 이야기를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누차 언급했습니다. 뿐만아니라 국가직무능력 표준 NCS 도입을 통해서 직무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점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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