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아래’ 역주행으로 주목 받는 엑시드의 솔지(자료사진 = 한경DB) |
‘무한도전’의 ‘토토가’가 화제를 몰고 왔던 신년벽두에 90년대 음악들이 다시 부활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젊은 세대들도 즐겨 찾는 공감의 음악콘텐츠라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려는 듯싶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토토가’만이 아니라 90년대 문화를 전반적으로 분석하는 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시청률은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고정팬층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평소에 무도를 보지 않던 세대들이 덧붙여졌기 때문에 월등한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당연히 ‘무한도전’은 젊은이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가요순위 차트와 방송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던 노래는 당연히 EXID의 ‘위아래’였다. 지금도 여전하다.
사실상 이 노래와 안무는 방송과 관련이 없었다. 이미 8월에 아웃된 노래와 안무였기 때문이다. 관건은 인터넷 동영상이었다. 이미 내려온 노래의 노골적인 안무에 집중한 동영상이 역주행의 시발점을 이뤄냈다.
노래가사는 들리지 않고 오로지 시각적으로 집중시키는 노골적인 안무는 성행위의 동작을 뜻하는 상하 동작을 담고 있었다. 다른 걸그룹이 노출에 주목할 때 이 걸그룹은 섹스 동작의 포인트를 직접적으로 압축해냈다. 이 때문에 은꼴이라는 인터넷 용어를 화려하게 부활시켜냈다. 남성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에서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거꾸로 세몰이를 해냈던 것이다. 이러한 노래와 안무 앞에 90년대의 노래와 안무는 70년대의 포크송과 발라드 댄싱 분위기에 머물렀다. 결국 ‘위아래’는 역주행이라는 명분적인 가치를 획득하고 예능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 노골적으로 성행위 퍼포먼스를 도입한 안무로 주목 받는 엑시드 ‘위아래’(사진 = 예당엔터테인먼트) |
세대의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해간다. 그 변화는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의 기준과는 거리가 먼 때가 많다. EXID의 ‘위아래’에 의미는 없다. 20년 뒤에 다시금 이 안무를 볼 때 어떤 의미부여를 해낼 수 있을까. 현재는 상상이 안가지만, 아마도 그때는 어떤 담론의 질서가 부여될지도 모른다. 90년대를 바라보는 지금의 시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결국 문화는 그것을 생산 유통 소비시키는 주체들의 판단과 선택 그리고 의미 부여에 따라 다른 상품성을 갖는 셈이 된다.
또한 영화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젊은이들이 많이 보는 영화이며 노부부의 삶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젊은이들에게 통하고 있다는 해석도 많았다. 생각해보면 영화의 이야기는 젊은이와 노인을 가로질러 인간 보편에 걸쳐 공감을 할 수 있는 소재와 내용으로 이뤄져 있었다.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노부부의 죽음은 멀리 있는 이야기다. 젊은이들에게 죽음은 옆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눈물과 웃음의 영화일 뿐 그것이 현대사라거나 아버지의 영화라는 점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만약, 이 영화가 재미없는 영화라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도 영화 ‘나의 독재자’처럼 언제든지 흥행이 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기성세대의 문화에 대해서 가치부여를 하는 현상의 범람,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의문점을 가질 수 있지만, 곧 용이하게 파악을 할 수가 있다. 주로 예전의 문화적 코드에 대해서 가치부여를 하면서 의미의 담론을 구성해내려는 이들은 종편이나 종이 신문들이다. 또한 지상파 방송 중에서도 시청자들을 위해서 과거의 문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이미 방송 시청자들의 연령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시 ‘토토가’로 가보자. 터보의 순간 시청률이 최고치를 기록했어도 EXID의 ‘위아래’의 성행위 퍼포먼스를 따라갈 수는 없다. 인간이 아닌 다른 대상을 통해 욕망을 소비해 갈수록 변태가 돼 대중문화콘텐츠의 수용자 합리화는 그 옳고 그름을 떠나 대세,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육체의 상품에 관한 이미지 소비주의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니 말이다. 더구나 한류열풍에 일조를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 않은가.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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