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토대 빈약 기술금융 '드라이브'‥은행·학계 "기형적 지원 양산"

김정필 부장

입력 2015-01-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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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학계 “제반 인프라 취약”
-“지속가능한 기술금융 한계”
-기술평가 모델·인력 `태부족`
-임기內 기술금융 성과 ‘무리수’
-실리콘밸리式 매칭·매각 주목
-향후 부실·사고 책임 은행 몫
-기형적인 기술금융 지원 양산

정부와 금융당국이 보신주의 질타, 성과 줄세우기 등에 나서며 은행권의 기술금융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은행 일선현장과 학계에서는 향후 부실과 금융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21일 국내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양적으로 늘고 있는 기술금융과 관련해 “현재 시스템, 인력, 제반여건 등을 감안하면 지속 가능한 기술금융 지원이 힘들다”며 “이렇게 하다 사고라도 날 경우 책임은 고스란히 은행 몫”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기술을 평가해서 자금 지원해주고 성장시키는 것이 취지인 데 적어도 기술평가 모델과 전문인력, 매출과의 연관성, 시장성, 위험요인 등에 대한 데이터가 최소 5년~8년 치는 있어야 하는 데 당국이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어 “은행 자체적으로도 기술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만약 기술평가를 외부 평가기관에 맡기는 경우도 현재 당국이 한 곳을 추가한다고 하지만 현재 한국기업데이타, 나이스평가정보, 기술신보 등 3~4곳만 가지고는 이를 모두 소화해 내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은행 고위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다년 간의 기술 평가자료와 평가모형에다 위험요인이 있으면 그에 따른 위험 관련 금리 등을 붙이고 수익과 손실 등을 감안해야 해야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한 데 무작정 기술력과 신용만 가지고 지원에 나서라고 하면 일선 현장에서는시쳇말로 멘붕이 된다”고 현장의 최근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당국과 은행권이 논의하는 자리에서 제기하면 ‘보신주의’ 등으로 행여 낙인이라도 찍혀 다른 불이익을 살까봐 은행들은 지원에 나설 수 밖에 없어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식 지원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이와 관련해 관료 출신의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기술금융이 미국의 실리콘밸리 형태로 바람직한 데 토대가 미약한 상황에서 임기 내에 뭔가 성과를 내려다 보면 분명 문제가 생기고 성공 가능성도 없다고 봐야한다”는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기술 금융과 관련해 3년내에 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 했다가 혹독한 질타를 받은 뒤 1년 내에 하겠다고 했는 데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도 결국은 종합적인 기술이 아닌 만큼 이를 상품화하고 매출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에서 실리콘밸리 처럼 벤처캐피탈 등이 다른 기술과 연계하고 성장시켜 대기업에 매각하는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화된 여러 개의 개별 기술을 하나의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매칭하고 여기에 투자해 이를 중견기업으로 육성한 뒤 이를 대기업 사업부문으로 매각해 수익을 창출하고 지원한 금융사는 수익과 원금을 회수하는 선순환 구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의 모델로 가야하는 데 현재 국내 여건은 기술을 팔고 사고 , 매칭할 수 있는 시장도 없고 이런 기관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설령 매칭이 되고 기술과 하나의 제품으로 성장하더라도 이 기술과 제품을 사려는 대기업이 터무니 없이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해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법적 장치가 없어 기술을 개발해도 제값을 받고 지원한 금융사는 자금 회수나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의 기술금융은 은행 등이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기업들이 특허나 관련 제품의 양산과 시장성 향상을 위해 생산설비, 판매 유통망 등을 갖춰야 해 성공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은행권에서는 기존의 어느정도 성장한 기업들과 신규 벤처와는 구분을 둬야 하는 데 이에 대한 구분없이 기술과 신용만 갖고 지원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한 구분과 벤처나 창업 기업 등 근거가 미약한 신규 기업 지원을 꺼리는 금융사를 보신주의로만 몰아갈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신용을 보강하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제시됐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와 당국이 은행들의 기술금융 실적에 순위를 매겨 공시하는 등 사실상 압박에 나서는 상황에서 외형상으로는 늘어난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시늉내기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한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기술신용 대출 잔액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오고 당국도 올해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는 등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데 이를 공급기준으로 보느냐 순증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은행들이 기술금융 지원과 대출 잔액의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것에 대한 기한 연장, 신규 대출, 지원 회수를 감안해도 공급기준으로만 하면 지원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급기준으로만 하면 매년 지원이 늘어난 것으로 잡히지만 순증 기준으로 하면 지원이 사실상 제로거나 크게 늘지 않는 집계가 나온다”며 “공급기준이냐 순증기준이냐로 놓고 보면 은행들이 실제로 얼마나 지원에 나서고 늘렸는 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계와 경제연구소 안팎에서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실리콘밸리 형태로 기술금융이 단계적인 준비를 거쳐 추진돼야 하는 데 생태계 조성이나 기술평가 모델 수립, 전문인력 공급 등 요건이 마련되기 지원 수치에만 급급하는 등 임기내 치적용으로 서두르고 있어 향후 부실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전부터 금융정책과 이를 시행하는 은행 사이에서 보면 정작 드라이브를 걸어 놓고 향후 부실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당국이나 정부는 발을 뺀 채 모든 책임을 은행에 전가해 왔다”며 “은행들이 면피용에 급급할 수 밖에 없는 기형적인 기술금융 양산에 그칠 공산이 높다”며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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