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그림자 조직화’ 우려‥조직형태 변화 ‘촉각’

박병연 부장 (부국장)

입력 2015-01-22 17:02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주 업무로 하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정책을 주관하는 금융위원회의 ‘그림자 조직’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림자 조직’이란 기관의 독립성 훼손을 의미하는 것으로 금감원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상급기관인 금융위가 추진하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수족 역할을 하는 데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2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진웅섭 금감원장 취임 이후 단행된 임원 인사를 놓고 금감원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로 예정된 조직개편에서도 금융위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번 임원인사에서 나타난 금융위의 금감원 길들이기에 대한 반감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다음 달 단행되는 조직개편 결과를 보고 단체행동 등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금감원 예산과 인사를 금융위가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형태와 기능까지 금융위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편될 경우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금융위는 현재 금감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금감원 조직을 금융위 편제를 반영해 재정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구조로는 효율적인 정책집행이 어렵고 IMF 외환 위기 이후 갖춰진 금감원 조직 체계가 급변하고 있는 금융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위의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받아들여 조직개편 작업을 진행하되, 조직내 반발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조직 통폐합, 조직 신설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금감원은 우선 기술금융, 핀테크 등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금융 정책을 지원할 전담 조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부터 대부업체들과 VAN사에 대한 감독권한이 금융당국으로 넘어오는 만큼 중소서민금융 부문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일부에선 중소서민금융 업무를 총괄할 부원장보 자리가 신설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독립이 사실상 물 건너 간 만큼, 금감원 자체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쌍봉형 감독 체계로의 전환 등은 현시점에서 검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폐지될 것으로 예상됐던 기획검사국, 금융경영분석실 등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일부 기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평소 융합과 소통을 강조해 온 진 원장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금융위의 요구사항을 일정부분 수용하되, 조직내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당근책도 함께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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