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의 본질적인 공부를 위한 제안 - ①

입력 2015-01-28 11:10   수정 2015-01-29 11:01

2015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 국어시험을 치르고 난 뒤 학생들의 반응과 결과를 접하고 나서 생각이 나는 한 단어가 있다.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이라는 뜻으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여 오래 견디지 못할 일이나 물건을 이르는 말이다.


수험생들이 준비하는 시험은 지금껏 치러 온 시험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운명을 걸고 치르는 시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수험생들은 최악을 상황을 가정해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코 수능시험은 수험생들 개개인의 처지와 형편을 고려해주지 않으며 반항을 용납하지 않는다. 수험생들에게 철저하게 ‘을’일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능시험에 순응하고 수능이라는 게임의 룰을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룰을 익히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게임을 하고 난 뒤 본인이 이겼다고 우기는 모습처럼 우스운(?)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2015학년도 수능시험을 치르고 난 학생들(특히 B형 시험을 치른 문과생들)은 대다수가 올 수능시험 국어영역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수능시험이 어려웠다고 반응했던 수험생들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으로 첨부된 표 자료를 살펴보자.




이 자료는 최근 8년 동안 교육과정 평가원에서 출제한 모의평가와 수능시험의 1등급부터 3등급까지의 ‘등급컷’이다. 이 자료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2010년 12월, 2011학년도 수능 시험을 치르고 난 뒤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수능 브리핑장에서 <EBS 70% 연계율>을 체감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를 하며 “앞으로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겠습니다.”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위 자료는 평가원장의 발언을 중심으로 이전의 4년과 이후 4년을 비교해 주는 자료가 된다.



올해(2015학년도) 수능시험 국어영역이 어려웠다고 하는 학생들의 반응으로 돌아가 보면 올해 국어영역 B형 1등급 등급컷은 EBS 연계정책이 실질적으로 나타나기 이전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어려웠던 시험이 아니다. 오히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6월과 9월에 치르는 모의평가에서 1등급 점수가 80점대 초반에서 중반 점수가 될 때가 많았다.



이와 비교해 교육과정평가원장의 말처럼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으려 했던 2012학년도 이후 모의평가 및 수능의 1등급 등급컷은 최선을 다해 수능시험을 준비한 수험생들의 목을 조이는 시험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등급컷이자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인간미(?)가 없는 등급컷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EBS 연계정책을 펼치고 난 후 등급컷이 오른 것만 문제를 삼는 것은 아니다. 그간 지속적으로 변별력이 있는 시험을 출제했고 학생들의 국어능력이 향상되어 고득점자가 많아져 등급컷이 오른 것이었다면 ?이렇다 하더라도 향상된 국어능력을 변별하지 못하는 시험이라는 꼬리표는 달고 다니겠지만 - 오히려 국어선생으로 유쾌하고 행복한(?) 분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결과들을 점검하고 나면 EBS 연계정책 하에서 수험생들은 점점 더 철저한 입시준비가 되어 가야 함이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반대로 본질에서 벗어난 국어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에 유명한 말이 있다. 자신과 상대를 알아야 수많은 전투에서도 위태로움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진부하게 들리는 말이 씁쓸하게도 수능시험, 그 중에서도 국어영역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더 이상 진부할 수 없는 세태가 되었다.




어떤 시험에서라도 그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자신이 준비하는 그 시험의 역사를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험의 역사를 살피며 자신에게 어떠한 부분이 부족한지, 시험의 성격에 맞도록 어떤 학습을 해 나갈지를 점검해야 한다. 이것이 ‘지피지기’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EBS 연계율 70%>의 정책으로 인해 학생들은 EBS와 관련된 것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 자체를 절대화하기 시작하였다. EBS 연계교재를 학습의 재료로 삼는 수준을 넘어 내신공부처럼 그 속에 있는 내용과 관점을 절대시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EBS 교재를 험담하는 것이 아니다. EBS 교재의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수험생들이 EBS 연계교재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모든 학습 교재와 더불어 EBS 교재 역시 존중받을 이유가 있다. 그러나 EBS 연계교재 역시 사설기관에서 수능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학습 교재이다. 수능시험은 그 자체가 전형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설기관에서 그 본질에 맞는 학습을 유도하기 위해 ‘모방과 답습’을 통해 학습교재를 만든다. 엄연히 ‘주’와 ‘객’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입시 과정에서 수험생들을 지켜보면 ‘주’와 ‘객’이 뒤바뀐 소위 ‘주객전도’의 학습현상이 많이 보인다. EBS 연계교재 역시 수능시험이라는 전형을 놓고 모방과 답습을 통해 만들어진 학습 교재임에도 불구하고 전형을 잊고 모방작(?)을 절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들은 선택사항일 뿐 필수사항이 아니다. 자신이 운명을 걸고 상대해야 할 시험, 즉 22년 동안 23번에 걸쳐 치러진 수능시험의 역사를 살피지도 않은 채, 그의 모방작이자 선택사항일 뿐인 학습 교재를 절대시하여 암기하듯 공부해서는 절대로 치를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이러한 ‘주객전도’의 학습을 통해서는 결국 결전의 날에 남는 것이 최선을 다하고 난 뒤의 맛보는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닌 무엇인가를 향한 ‘배신감’이 될 것이다.



국어선생으로 이러한 위험한 학습 모드를 지양하라고 모든 수험생에게 간곡하게 정말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연계’라는 말을 찾아보면 ‘관련하여 관계를 맺다’라고 나온다. EBS는 연계교재일 뿐이다. 즉, 수능시험과 EBS 연계교재를 동일하게 출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능시험에서 연계 교재속의 학습 내용과 관련하여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문제들을 출제하겠다는 것이다.



EBS 문제와 단 한문제라도 같은 문제를 수능시험에서 본 적이 있는가? 분명히 수능시험을 치르고 나면 연계율이 70%를 웃도는 것으로 발표하는 내용들을 접하게 되지만 왜 본인은 그 비율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지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 서 있는 지금 다시금 곱씹어 봐야 할 문제이다. 2편에서 계속

<기고자 : 강남정일학원 한종한 국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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