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살인의뢰’ 경찰의 사적 복수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입력 2015-03-18 18:14   수정 2015-03-19 10:26

▲ 연쇄살인범에 대한 경찰의 사적 복수를 다룬 영화 ‘살인의뢰’(사진 = ‘살인의뢰’ 스틸컷)


‘사적인 복수를 해야 되는가 말아야 하는가.’

이런 물음에 모범적인 대답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 모범적인 대답을 무조건 소용하라는 말에는 망설일 것이다. 이 때문인지 현실의 대리충족을 반영하는 대중문화콘텐츠에서는 이런 망설임을 투영해낸다. 하지만 불문율이 있다. 보통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지만, 이를 ‘잘한 짓’이라 극찬하지는 않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사적 복수의 트렌드를 실천하는 주체는 경찰이 돼버렸다.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2014),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2014) 등이 이에 속한다. 물론 경찰만 그런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공권력의 단위 구성원인도 있다. MBC 드라마 ‘오만과 편견’(2014)과 SBS 드라마 ‘펀치’에서는 검사가 사적 복수를 위해 공권력을 사유화 한다. 여기에서는 민생의 측면에서 실제적 현실감을 생갈할 때 경찰로 좁혀보기로 한다.

왜 영화와 드라마에는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경찰이 자주 등장하게 된 것일까. 우선 그 전제 조건을 따져야 한다.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경찰이란 관객이나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인물이어야 좋다. 공무원시험 열풍 때문인지는 몰라도 경찰은 부정부패나 민중의 통제자로 등장하지 않고, 직장인으로 투영되기에 이르렀다.

다만, 국가의 공권력을 시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공공서비스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이 약간 다를 뿐이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는 경찰(검찰)의 사적 복수는 보여주지 않는다. 직업적인 한계 때문에 사적 복수를 하지 못하는 점에서 일어나는 비극 미학을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의 케이블이나 영화에서는 이러한 결말에서 벗어나고 있다. 가장 핫한 영화 이야기를 통해 더 풀어보자.

최근 개봉영화 ‘살인의뢰’는 관객들의 기대를 멋지게 배반한다. 멋진 배반이란 기대를 벗어나면서도 충족감을 줄 때 사용할 수 있다. 연쇄살인범이 쉽게 잡힐 때부터, 그 배반은 시작된다. 영화의 목적은 연쇄살인범이 누구인지, 어떻게 잡는지, 그 과정에 포인트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피드한 전개와 명확한 선악구도로 분노감을 일으키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사적 복수의 실현에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가족이 연쇄살인범에게 희생됐을 때, 총기에 쉽게 노출돼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적 복수가 갖는 정당화가 설득력 있게 가능해지려면, 복수의 대상이 절대 강자이거나, 제도나 법률적인 처벌로 그에 상응하는 죄값을 치러내지 못할수록 좋다.

예컨대 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른 연쇄 살해범에게 사형집행을 내리지 않는 행형의 상황적 요건이 설정될 수 있다. 또한 이를 알고 살인범이 악용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반성을 하지 않는 상황의 구축도 가능하다. 더구나 경찰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일수록 더욱 비극적인 이야기를 구성해낼 것이다.

이는 현실에서 범죄의 희생양이 된 가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앞으로 잠재적인 피해를 우려하는 뭇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독특하게도 일반인의 사적 복수와 경찰의 사적 복수를 모두 등장시키고 있다. 그래도 영화 ‘방황하는 칼날’(2014)에서는 경찰이 사적 복수를 감행한 아버지(정재영 분)를 두둔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범죄자와 수사관(이성민 분)으로 분리돼있었는데 말이다.

물론 ‘살인의뢰’는 한 희생자를 둘러싸고 남편과 오빠라는 두 인물이 나름의 사적 복수를 통해 원한을 풀려 한다. 물론 사적 복수의 마무리는 경찰이 담당한 셈이 된다. 어쩌면 한국적인 정서에서 원혼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말려야 할 사람(경찰)이 말릴 수 없이 자신도 그 사적 복수에 동조하는 마음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결국 영화의 주인공은 경찰임에도 나름의 사적 복수를 감행하고 만다.

하지만 사적 복수는 공감 여부와 관계없이 주관적인 판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들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연쇄살인범도 원한의 대상을 대상으로 복수할 수 있다.

특히 경찰의 사적 복수는 언제든지 공권력의 남용이나 과잉을 낳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민이나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단골메뉴로 사용하기에는 특수하기만 하다. 경찰이 우리나라에서는 권총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있기 때문에 사적 복수의 단골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은 갈수록 일반 시민들의 법감정에서 분리되는 것이겠다.

대중이 즐기는 드라마와 영화까지 공권력을 객관적으로 절제해야할 이들까지 사적 복수에 나서게 하고 있으니 곧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형벌적 원칙이 다시 부활할 듯 싶다. 그것이 진실인지 자신 있게 말하는 것과 달리 독일 법학자 예링(Jhering, Rudolf von, 1818~1892)이 말하는 법 감정이라는 것이 분명히 법의 역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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