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뮤지컬배우 이건명이 4월 11일 일본 도쿄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한다. 지난해 3월 첫 콘서트를 연 이후 벌써 다섯 번째 오르는 무대다. 이번 공연은 의미가 조금 특별하다. 지난해 첫 단독콘서트 후 1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매 공연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공연을 봐주시는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이건명과 함께 일본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4년 3월 28일은 이건명에게 잊을 수 없는 날짜다. 일본에서 첫 단독콘서트를 연 날짜이기도 하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의 열정을 직접 목격한 날이기도 하다. 일본 단독콘서트 첫 공연의 계기는 의외의 곳에서 시작됐다. 일본 최대 티켓판매처인 티켓피아에서 그에게 ‘단독콘서트’를 제안한 것이었다.
“단독콘서트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일본의 티켓판매처인 티켓피아 측에서 콘서트 제의를 해서였어요. 전 받아들인 것뿐이었죠. 속으론 ‘내가 일본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강했어요.(웃음) 몇 곳에서 제의가 왔었는데 티켓피아가 티켓을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고, 가장 규모가 있는 곳이어서 안정적인 콘서트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함께하게 됐어요. 그리고 여기까지 함께하게 됐죠.”
첫 콘서트의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그는 일본에서 했던 첫 콘서트에 대해 묻자 “3월 28일은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는, 잊히지 않는 날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극장에서 화려하게 하는 콘서트는 아니었어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도 이 극장이 과연 관객들로 가득 찰까 하는 의문이 강했죠. 하지만 너무너무 놀랍게도 가득 채워주셨더라고요. 보조석도 조금 깔고 공연을 했었어요. 그때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고, 정말 행복했어요. 이제 1주년이 됐는데, 새로운 노래들을 가지고 만나 뵙고 싶어서 공연하게 됐어요.”
2015년 4월 11일 일본 공연은 이건명이라는 이름을 걸고 여는 다섯 번째 공연이다. ‘20년 뮤지컬 인생의 궤적’이라는 부제를 달고 열리는 이번 공연은 그의 뮤지컬 인생을 녹여내는 콘서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뮤지컬배우 이건명’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신경 써야 할 것도, 신경 쓰이는 것도 많다.
“그 전의 콘서트들은 제가 일본에서 공연을 했었던 뮤지컬 ‘잭더리퍼’, ‘삼총사’, ‘뱀파이어’ 등을 비롯해 한국에서 했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두 도시 이야기’ 등의 노래를 했었어요. 많은 일본 팬분들이 한국에서 관람을 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죠. 이제 일본 팬분들과 만난 지 3~4년이 됐는데 제가 그 분들을 만나기 전까지 어떤 작품을 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번 공연에는 제가 처음 봤던 뮤지컬의 노래, 처음 배역을 맡았던 작품의 음악, 일본을 오가면서 알게 된 일본 뮤지션의 음악도 부를 예정이에요. 조금 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게 될 것 같아요.”
단독콘서트를 결심하게 된 것은 ‘일본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한국에서 공연할 때, 한국으로 건너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팬들에게 무언가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건명은 “가까운 나라지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비행기 티켓도 예매해야 하고, 숙소도 예약해야 하고요. 제가 일본을 오가면서 지내봤지만 힘든 일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수고가 정말 감사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자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분들의 1박을 줄이고, 제가 몇 박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으로 진출하는 한국 뮤지컬배우들이 부쩍 늘었다. 일회성 콘서트도 열리지만, 한국 작품들이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일본 내 한국 뮤지컬의 주목도를 짚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건명에게 한국 뮤지컬배우로서 일본에서 단독콘서트를 여는데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고 묻자 “외려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공연의 이름은 ‘이건명 콘서트’이지만, 그 뒤에는 ‘대한민국 뮤지컬배우 이건명’이라는 무언의 서브텍스트가 붙는 거잖아요. 조금 더 알찬 내용을 갖고 공연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물론 그분들의 시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도 크고요. 자부심을 느낄만한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공연이 끝나고 나면 그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렸다는 행복감이 더 큽니다.”
네 번의 무대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을까. 그는 세 번째 콘서트였던 ‘크루즈 콘서트’ 무대에서의 일화를 꺼내 놨다. 뮤지컬 ‘잭더리퍼’의 요코하마 공연 당시, 그는 크루즈 위에서 보았던 석양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저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노래를 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얼마 뒤 정말 ‘크루즈’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콘서트 당일 하필이면 날씨가 너무 안 좋았어요. 바람도 너무 많이 불고, 파도도 높고, 석양도 볼 수가 없었죠. 배가 흔들거리는 데 그 위에서 노래를 했어요. 가만히 서 있어도 발이 엉킬 정도였거든요. 파도가 높아서 음정도 다 흔들리고요. 공연 전까지 정말 ‘다 망했다’는 마음이었어요. 막상 공연 시간이 돼서 노래를 하는데, 제가 흔들리니까 관객분들이 웃으시더라고요. 그렇게 관객 분들과 깔깔거리면서 웃고 노래하고 그랬어요. 그때는 그게 아쉬움이었는데, 재미있는 추억이 된 것 같아요. 그 콘서트가 끝날 때, 언젠가 석양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날까지 콘서트를 하겠다고 말씀 드리기도 했어요.”
현재 콘서트 연습은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다. 우선 이건명이 자신이 부를 곡목들과 악보․음원을 일본으로 보내면, 일본 측의 밴드가 미리 연습을 한다. 그동안 이건명은 한국에서 피아노 반주자와 함께 노래를 연습하고, 일본에서는 편곡을 끝낸 음악들을 다시 그에게 보낸다. 이건명은 편곡된 음악을 듣고, 다시 자신의 의견을 일본으로 보낸다. 이렇게 최종 조율이 끝나고 나면 함께 리허설을 하며 호흡을 맞추고 무대 위에 오르게 된다. 이건명은 이를 두고 “메일로 연습을 하고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콘서트 연습에 힘든 점에 대해 묻자, 그는 “불러야 하는 노래가 많아서 가사 외우는 게 만만치가 않아요”라며 사람 좋게 웃었다. 이어 “일본 곡들이 섞여 있어서 쉽지가 않더라고요. 영어 가사는 대략 뜻을 알고 외우고 부르지만, 일본어 가사는 제가 일본어를 잘 몰라서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을 때도 있어요.(웃음)”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본 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건명은 “항상 공연 마다 바다 건너 한국으로 찾아와 주시고, 공연을 봐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못 오시는 분들은 SNS를 통해 응원을 해주세요. 굉장히 큰 힘이 돼요”라고 운을 뗐다.
“늘 제가 항상 제가 받는 응원의 힘을 어떻게 되돌려 드릴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지만, 콘서트로 전하는 고마움의 마음이 일본 팬분들에게 잘 전달이 됐으면 좋겠어요. 알차게 준비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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