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은행권, 좀비 부실기업 구조조정 '딜레마'

김정필 부장

입력 2015-03-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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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대로 비단 경남기업 뿐 아니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을 처리하는 문제는 올해 우리경제의 최대 현안중 하나입니다. 부실기업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며 정부와 은행권의 딜레마는 커져만 가는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의 개편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어서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회생을 위해 자금을 더 투입할 것인가, 정리를 통해 또 다른 부실의 근원을 잘라내야 하는 것인가, 경남기업을 신호탄으로 부실기업 처리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입니다.
자원외교 비리 문제로 사정당국의 수사 강도가 거세지면서 실상이 드러나고 있는 경남기업 등 부실기업 문제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진작에 환부를 도려냈어야 한다는 하소연 일색입니다.

부실기업들의 경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신청 이후 건설·조선 업황 부진 지속에다 자생력마저 취약해 지며 이익 창출은 커녕 빌린 돈도 제때 갚지 못하는 등 총제적 난국 그 자체였습니다.
정리수순이 순리였지만 웬일인 지 여느 건설사나 조선사의 구조조정과 달리 책임을 져야할 CEO들은 대부분 자리를 보존했고 은행권은 계속 자금을 쏟아 부어야만 했습니다.
시장논리보다 정치 논리, 이해관계에 따라 회생불가 기업에 계속 산소 호흡기를 달아 준 셈입니다.
<인터뷰> 채권은행 구조조정 전문가
“부실기업 구조조정 그중에 제대로 된 것 하나도 없었다고 본다. 정부가 (직간접적 개입을 통해) 너무 나서면 향후 위험이 높아질 경우 금융권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의혹 짙은 금융 지원이 경남기업 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남기업 외에 대한전선, SPP, 성동조선 뿐 아니라 정치권과 금융권이 현재 쉬쉬하고 있을 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중견·대기업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냅니다.
<인터뷰> 금융권 고위 관계자
“추가 부실기업 외부에 알리는 것 중단하라고 지침 나왔었고 이것만 놓고 판단할 사안은 아니지만 금융사 원칙 지켜질 수 있도록 최대한 모든 조치를 다한다는 원칙은 있다 ”
은행권이 지난해 부실 종합선물세트였던 대한전선과 모뉴엘 등으로 입은 손실만 1조원대. 올해 경남기업을 필두로 추가지원, 그 가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만 1조3천억대에 달합니다.
은행들은 절차만 따지면 당장의 손실을 감내하면서 까지라도 향후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 손을 떼는 것이 맞지만 자금 투입·회수 여부, 정부의 입김이 강한 국책은행 여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집니다.
쉽게 말해 국가 전체경제나 기업 회생 자체가 아닌 주채권단이냐 부채권단이냐, 어느 은행이 더 자금이 물려 있고 그동안 더 많이 회수했느냐, 누구의 입김이 더 센 것인가 등 상호 이해관계 따라 구조조정의 희비가 엇갈려 왔다는 것입니다.
정부 역시 안고 가거나 털고 갈 기업을 명확히 해야 하지만 온갖 부양책을 내놓은 마당에 고용과 성장률 등 숫자에 얽매이고 정치논리로 구조조정을 다루며 되레 부실을 키워 왔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손실이 뻔한 기업 지원은 중단을 하는 것이 맞지만 윗선에서 고용, 하도급, 경제 파장 등을 내세우며 직간접적으로 지시가 내려진다”며 현 상황을 전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회생 가능성, 경쟁력 등에 근거해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정부의 의중만 살피는 형국이라며 구조조정의 방향성을 새로 정립해야 할 때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구조조정 전문가/학계
“구조조정 체계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판을 만드는 것이 현시점에서 우리 부실기업 구조조정 개혁하는 데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부진 지속, 저금리 시대에 건전성, 수익성 강화 조차 버겁기만한 은행들은 원칙에서 벗어나 부실기업을 지원해 온 것은 아닌 지, 정부는 보여지는 성과 만을 위해 기업의 부실을 덮고 가려고만 한 것은 아닌 지, 다시금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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