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예측가능했던 EPL의 유럽클럽대항전 전멸… 이유는 뭘까?

입력 2015-03-21 14:37   수정 2015-03-22 00:25


▲ 마지막 보루였던 에버튼마저 무너지며 더 이상 유럽무대에서 EPL팀을 볼 수 없게 됐다.(사진 = 에버튼FC)


한국시각으로 수요일에 아스날이, 목요일에 맨체스터시티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고, 금요일에는 에버튼마저 유로파리그에서 고배를 마심으로써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유럽무대 전멸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무대에 두세 팀을 올려놓았던 EPL임을 상기하면, 올 시즌 유럽무대에서의 실패는 충격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유럽무대에서 EPL의 몰락은 예상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1. 전술 트렌드의 변화

올 시즌 초 게리 네빌은 스카이스포츠의 Monday Night Football에 출연해 EPL 팀들의 전술적 후진성을 지적한 바 있다.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시종일관 강한 압박을 가하고, 창의적이면서도 정교한 원터치 패스로 압박에서 벗어나는 프리메라리가 팀들과 달리 EPL 팀들은 한두 팀을 제외하면 간격 유지와 같은 기본적인 전술 수행 능력조차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었다. 이 점이야말로 올 시즌 EPL의 몰락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힌트다.

네빌의 지적대로, 전술적으로 EPL 팀들은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빠르고 직선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리그 특성상 간격 조절이 어려운 면도 있지만, 전술적으로 수비라인을 전진시키지 않기 때문에 전방 압박이 잘 이뤄지지 않고, 전후방 간격이 벌어져 지나치게 많은 공간을 허용한다.

스페인과 독일팀들이 과감하게 수비라인을 올려 팀 단위로 전방 압박을 펼치는 것과 달리, 개별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EPL 팀들의 수비는 개인능력이 탁월하고 잘 조직된 상대를 만났을 때 약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네빌이 말한 것처럼 EPL에서 ‘공간 통제’라는 개념을 갖고 있는 팀은 첼시와 맨체스터시티 정도밖에 없다.

공격도 마찬가지다. 리그에서 매 경기 강한 압박에 맞닥뜨리는 프리메라리가 팀들은 좁은 공간과 강한 압박 사이에서도 볼 소유권을 지켜낼 수 있는 기술과 전술을 발전시켰다. 반면 리그에서 넓은 공간을 갖고 플레이했던 EPL 팀들은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은 유럽 상위권 팀들의 압박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EPL 내에서 수준 높은 압박에 맞닥뜨린 적이 없는 경험 부족이 유럽무대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2. 선수단 구성 문제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본질적 문제는 EPL 팀들의 선수단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축구클럽이 선수단을 구성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유스 육성, 유망주 영입, 스타선수 영입이다. 그런데 최근 EPL 상위권 팀들은 세 방법 모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잉글랜드 팀들의 유스 육성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던 첼시와 맨체스터시티, 아스날과 리버풀의 주전 선수 중 유스출신은 네 팀을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바르셀로나의 유스출신 선수 비율이 60%를 넘고,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도 30%를 상회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EPL 팀들의 유스시스템이 얼마나 낙후돼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자체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을 육성하지 못하다 보니 EPL 팀들은 외부 영입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자한다.

그렇다고 효율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EPL 팀들은 매 이적시장마다 천문학적인 이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처럼 초호화 선수단을 구성하지도, 발렌시아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처럼 알짜 선수단을 구성하지도 못했다.

육성도, 영입도 영리하게 하지 못하면 선수단의 질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논외로 하더라도, EPL 팀들 중 발렌시아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보다 좋은 팀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EPL 팀들의 영입 전략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EPL의 부진이 길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절대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떠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각각 2년차, 3년차 시즌을 맞은 첼시와 리버풀이 아직 변화의 과도기에 놓인 팀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며, 기본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회복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EPL 팀들이 전술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돈 낭비’만 계속한다면, 의외로 반등이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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