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남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삼시세끼’ 어촌편의 차승원(사진 = tvN) |
‘삼시세끼’ 어촌편을 통해 차승원이 절대 호감으로 거듭났다. 과거 차도남 이미지로 알려졌던 그는, 얼마 전 아들을 감싸온 과거가 알려지며 인간미가 급상승했고 바로 뒤이어 ‘삼시세끼’로 호감도를 폭발시켰다. 지금 그에겐 각종 CF 제의가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그를 절대호감으로 만든 것은 바로 요리하는 모습이었다. ‘삼시세끼’에서 그는 만능 요리왕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처음 만재도에 갔을 때 준비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겉절이를 뚝딱 만들더니 뒤이어 우럭탕수, 깍두기, 김치, 동치미, 막걸리, 홍합짬뽕 등 갖가지 음식들을 힘들이지 않고 만들기 시작했다.
차승원의 요리솜씨에 놀란 제작진은 토스트를 직접 만들어먹으라고 주문했는데, 차승원은 이마저도 해치웠다. 밀가루를 조물조물해서 발효시키더니 노촌 아궁이에서 식빵을 구워낸 것이다. 빵틀은 알루미늄포일을 접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차승원을 ‘요리계의 맥가이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만재도 요리행진은 초밥과 해물피자로 마무리됐다.
이렇게 요리하는 모습에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차승원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하면 연관 심리 키워드로 ‘좋다, 가깝다, 잘하다, 완벽, 맛있다, 감탄, 멋지다, 매력있다’ 등이 등장한다. 맛있게 요리하는 그의 모습이 좋고, 완벽하고, 멋지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뜻이겠다.
요리남 차승원의 인기는 우리 문화의 역사적 전환과 관련이 있다. 옛날엔 남자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절대로 좋게 비쳐지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남자는 밖에서 힘을 써야 하는 존재여서,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남자 힘의 낭비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을 안 쓰는/못 쓰는 남자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랬던 역사에 최근 변화가 일어났다. 산업사회가 고도화되면서 남자 힘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여자들의 사회진출도 시작됐다. 여자들은 옛날처럼 밖에서 힘쓰면서 집안일에 무심한 남자보다, 집안일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남자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가사스트레스, 육아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바로 이것도 집안일에 충실한 남자의 매력이 커진 이유다. 남자가 요리하는 모습이야말로, 그 남자가 집안일에 힘을 기울이는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요리남에 열광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상적인 남성상의 변화다.
그런데 남자의 육체적 강인함에 매력을 느끼는 건 여자의 기본적인 본능이기 때문에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이런 부분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그리하여 강인함과 요리가 합체될 때 여자들이 느끼는 호감도가 극대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그 결정체가 바로 차승원이었다. 차승원의 ‘근육질 기럭지’와 오밀조밀한 요리의 만남이 여자들의 로망에 불을 붙였다.
차승원 한 명이 아니다. 요리남의 전성시대다. ‘아빠어디가’는 아버지가 요리하는 내용이었고, 그 인기를 이어받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아버지가 요리한다. ‘패밀리가 떴다’, ‘정글의 법칙’ 등에서도 남자가 요리하고 여자는 먹는 담당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선 남자 요리사가 등장하고, ‘오늘 뭐 먹지?’에선 신동엽과 성시경이 밥을 차린다.
남자 요리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보면 연관 심리키워드로 ‘잘하다, 귀엽다, 좋은, 괜찮다, 건강한, 근사, 먹고 싶다, 섹시’ 등의 말들이 등장한다. 요리남이 섹시한 시대인 것이다. 남자 요리사로 빅데이터 분석을 할 경우엔 연관 심리키워드로 ‘매력적, 각광받다, 친절한, 인기 있다, 신기하다, 새로운’ 등이 등장한다.
차승원은 과거, 남자가 요리하는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가족을 위해 요리를 시작하게 됐고, 이젠 요리하는 남자가 좋게 보인다고 했다. 차승원이 변화한 것처럼 우리 시대 분위기 전체가 변했다.
특히 여자들의 시각이 크게 변했다. 매력 발산을 원하는 남자들은 이제 요리를 배워야할 판이다. 아령 운동과 요리 연습을 병행해, 탄탄한 근육이 장착된 팔뚝으로 능숙하게 칼질하는 모습을 선보인다면 마성의 매력남이 될 수도 있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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