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패러다임의 전환… 엔리케 체제에서 확 달라진 바르셀로나

입력 2015-03-26 00:53  

▲ 전술적 유연함이 돋보이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사진 = FC 바르셀로나)


맨체스터시티전 56%, 레알 마드리드전 53%. 최근 두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남긴 볼 점유율 기록이다. 바르셀로나가 지속적인 볼 소유를 근간으로 하는 크루이프이즘의 정통 계승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기록지에 나타나는 수치와 달리, 맨체스터시티전과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보여준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은 그 어느 때보다 인상적이었다. 강력함에 유연함을 더한 엔리케 감독의 전술 변화가 바르셀로나를 예측 불가능한 팀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압도적인 경기 지배력에 리오넬 메시의 득점 생산력이 더해진 과거의 바르셀로나는 알고도 못 막는 팀이었다. 수비라인을 하프라인까지 끌어올려 다양한 패스루트를 확보하고, 빠른 횡패스로 수비에 균열을 내며, 볼을 뺏겼을 때는 그 자리에서 곧장 압박을 가해 볼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그들의 플레이는 과감하면서도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바르셀로나는 이전의 강력함을 조금씩 상실했다. 전방 압박이 무뎌진 탓에 높은 수비라인의 약점이 부각됐고, 볼을 갖지 않은 상황에서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공격력도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엔리케 감독은 변화의 칼을 빼들었다. 사비 대신 이반 라키티치를 중용해 중원에서의 활동량을 높이고, 메시를 측면으로 돌려 득점력보다는 스피드와 경기 운영 능력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또한 리버풀에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루이스 수아레즈를 영입해 기존의 메시, 네이마르와 삼각 편대를 구축했다.

이런 변화는 바르셀로나에게 전에 없던 속도감을 부여했다. 이전처럼 경기를 장악하는 운영이 가능한 동시에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를 활용한 종적인 역습도 가능한 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맨체스터시티전 이후 나흘 만에 치른 레알 마드리드전은 ‘달라진 바르셀로나’의 모습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주중 경기가 없었던 레알 마드리드와 달리 맨체스터시티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소화했던 바르셀로나는 체력적인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체력 우위를 바탕으로 전반전부터 강한 압박을 가하며 중원 싸움에 나선 레알 마드리드에게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의 바르셀로나는 볼을 갖지 않고도 승리할 줄 아는 팀이었다. 수비라인을 내리고 촘촘하게 서서 공간을 내주지 않는 수비를 펼치던 바르셀로나는 볼을 뺏는 즉시 메시와 수아레즈, 네이마르에게 빠른 패스를 공급했고,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로 구성된 MSN 트리오는 집요하게 레알 마드리드의 배후 공간을 공략하며 기회를 만들어냈다. 무리하게 중원 싸움을 펼치지 않고 뒤로 물러선 뒤, 메시와 MSN 트리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엔리케 감독의 경기 운영이 빛난 대목이었다.

▲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사진 = FC 바르셀로나)


사비의 노쇠화가 뚜렷하고, 이니에스타의 하향세도 눈에 띄는 상황에서 엔리케 감독이 과거의 철학을 계속 고집했다면 바르셀로나에게 위기가 찾아왔을지 모른다. 게리 네빌의 지적대로, 전성기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축구였기 때문이다.

5~6년 전의 바르셀로나를 따라할 수 없는 것은 현재의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다. 엔리케 감독의 과감한 변화가 인상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많은 성공과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팀에 변화를 주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은 전술의 중심을 MSN 트리오 쪽으로 옮기는 선택을 했고,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과단성 있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물줄기를 돌려놓은 엔리케 감독이 다시 한 번 바르셀로나에 황금기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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