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화장품 업계가 `유(遊), 유(油), 유(乳)` 열풍에 빠졌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들이 인기를 모으면서 중국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화장품은 물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동물 유래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유(遊), 유(油), 유(乳)`란 중국인 관광객을 지칭하는 `유커(遊客)`와 마유크림 등 동물의 기름을 지칭하는 `유(油)`, 산양유 등 젖에서 얻어진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인 `유(乳)`를 의미한다.
`중국인들을 잡아라` 국내 화장품 시장 주요 고객 `유커(遊客)`
유커(遊客)는 중국말로 여행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을 통칭하는 의미를 사용되고 있다.
최근 이 유커를 공략하기 위한 국내 화장품 업계의 노력은 절실하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화장품 내수 시장이 부진함에도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중국 관광객들의 화장품 구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 것.
연간 600만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이들의 주요 구매 품목은 화장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거주 중국인들 중 상당수가 화장품을 직간접적으로 중국 내에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직접 한국에 법인을 설립해 전문적인 화장품 도매업을 하고 있으며, 정식 거래 외에도 보따리상, 직구 등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중국 내에서 한국산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마스크팩, 달팽이 크림, 마유 크림 등의 화장품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면세점 입점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명동과 이대, 제주도 등 중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주요 상권에는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 채용, 중국어 POP 등이 일반화되고 있다.
또한 관세청이 인가한 면세점 외에 각 시군구 세무서가 인증한 면세점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여행사나 가이드 영업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곳도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15% 선이었던 가이드 수수료도 최근에는 최대 50%까지 올랐을 정도다.
이와 함께 최근 명동의 경우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화장품을 폅집숍 형태로 오픈해 판매하는 전문숍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표적인 곳은 월 평균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동물성 기름(油) 함유 제품 경쟁 치열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는 때아닌 마유크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마유크림이 폭박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마유크림을 출시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 난 것.
화장품 브랜드숍은 물론, 해외 수출에 주력해 온 도매업체들도 잇달아 마유크림을 자체 브랜드로 개발해 중국에 수출하고 있을 정도다.
마유(馬油)는 사전적 의미로 말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지방성분으로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성분이다. 화장품 성분사전에 한글로 `호오스팻`, 영어로 `Horse fat`으로 등록되어 있다.
중국의 고전의학서 명의별록(名醫別錄) 및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머리카락을 나게 한다`, `손발이 트는 것을 낫게 한다`,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등의 기록이 전해지며, 예로부터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화상이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내에 수입되는 마유 원료 대부분이 일본산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 마유 원료 수출금액의 70%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마유크림은 일본 제품들이 국내에 진입해 판매되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이 국내 시장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1, 2년 전부터 국내에서 제조한 마유를 주성분으로 한 마유크림이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관련 시장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대표적인 마유크림 브랜드인 게리쏭은 유사 제품들이 난립하고, 관련 기업들 간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마유크림 대표 기업의 경우 월 평균 200만개 이상 생산되는 등 관련 제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마유 관련 화장품 상표권 출원 제품만 100개가 넘고 있는 상황이다.
제품도 업그레이드되면서 일본산 마유는 물론, 독일산, 중국산 마유 등 원산지까지 다양해지고 있으며, 관련 패키지도 골드에서 블랙, 화이트 등 진화되고 있다.
마유 화장품은 유형도 확대되며 크림에서 스킨로션, 핸드크림 등 다양한 유형의 제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마유크림 인기를 겨냥한 오소리유 화장품 등 다른 동물 유래 기름을 주요 성분으로 내세운 화장품들이 속속 출시되거나 수입 판매되고 있어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이슈와 함께 화장품 업계에 새로운 논란이 예상된다.
모유와 유사한 동물 유래 젖(乳) 성분 함유 화장품 등장 `눈길`
최근 마유크림 등 동물성 기름 유래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과 함께 모유와 유사한 동물의 젖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들도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모유와 유사한 성분임을 강조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동물성 유래 성분이지만 젖이라는 성분의 특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도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낙타에게서 나는 젖의 일종인 낙타유(駱駝乳)를 주요 성분으로 한 화장품들이 잇달아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으며, 생후 6개월 동안만 하루에 0.5 ~ 1리터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 원료라는 특성으로 홍보 되고 있는 당나귀유를 함유한 화장품, 그리고 모유와 흡사한 원료임을 강조하고 있는 산양유 등 관련 제품들이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당나귀유 함유 화장품은 중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크림은 물론 마스크팩 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토니모리가 3월 초 출시한 산양유 화장품은 출시 1개월만에 6만개가 판매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들 화장품들은 마케팅을 통해 모유와 흡사하거나 경쟁 성분보다 좋은 유효 성분들이 많다는 홍보를 진행하며 경쟁하고 있고, 중국인들의 반응도 좋은 상황이라 향후 큰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 특수에 치중하는 형태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 특수에 의존해 국내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에게 빼앗길 수 있으며, 자칫 외교적인 문제 등으로 중국 수출 및 중국 관광객 판매가 주춤할 경우 국내 화장품 업계의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화장품들 대부분이 중국의 위생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이어서 공식적인 수출이 아닌 편법 유통 되고 있어 지난해 한중 FTA 체결과 함께 올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 정부의 화장품 관련 규제로 국내 화장품 업계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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