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우리나라 수출이 석 달째 감소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연간 수출액이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환율 전쟁과 유가 급락, 중국 경기부진 등이 겹치면서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중심축 중 하나인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2일 올해 수출규모(통관기준)가 5천620억 달러로 작년의 5천727억달러보다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줄고 하반기에도 0.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하면 수출은 2012년(-1.3%) 이후 3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은행이 예상한 올해 수출 감소율(1.9%)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았던 2009년(-13.9%)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 수입규모도 4천920억달러로 작년보다 6.4%나 감소해 1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예상한 올해 수입 감소율(6.4%) 역시 2009년(-25.8%)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다.
한은은 지난 1월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수출이 5천910억 달러로 작년보다 3.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3개월 만에 `1.9% 감소`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수출은 1960년대 이후 매년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성장엔진`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수출 감소는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1960년부터 1990년까지 전년 대비 수출이 줄었던 해는 한 번도 없었다. 이후에도 수출이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2.8%)을 비롯해 2001년(-12.7%), 2009년(-13.9%), 2012년(-1.3%) 등 4차례뿐이었다.
올 들어서도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월에 0.7% 줄어든 데 이어 2월 -3.3%, 3월 -4.2%로 감소폭이 점차 커졌고 1∼3월을 합치면 작년 동기 대비 2.8% 뒷걸음질했다.
수출에 대한 이런 암울한 전망은 유가 하락과 각국의 환율 전쟁,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이 겹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유가가 급격히 하락해 석유류 제품 수출 가격이 내려간 데다 유로존과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금리인하로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최근 들어 원화가 다른 나라의 통화에 비해 달러에 대한 절하 폭이 작았기 때문에 수출에서 불리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여러 가지 수출 여건이 금년에 녹록지 않다" 말했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점도 수출전선에서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7.1%에서 최근 6.9%로 낮춰 7% 선에 미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수출의 70%가량을 신흥국이 차지하고 있는데 올해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서 "수출 둔화 추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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