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흥 기자]중국 특수와 함께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의 지도가 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던 한방화장품 시장이 선두 브랜드들의 이탈 현상과 중국 특수에 따른 중의학 컨셉 화장품 확대로 정부의 지속적인 육성책 발표에도 불구, 위기를 맞고 있는 것.
2013년 정부는 2020년까지 화장품 생산 15조, 수출 60억 달러, 수출비중 40% 달성을 목표로 발표하고 이를 위해 국내 강점 분야인 한방·발효화장품의 체계적인 개발 지원을 통해 글로벌 톱 브랜드 제품을 개발한다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한방화장품 시장 자체가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발표한 한방ㆍ발효화장품 등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을 오는 2020년 6000억원까지 확대하고 정부투자의 확대를 통해 민간 R&D투자 비율을 생산규모의 4%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 역시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다수의 한방화장품 브랜드들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발효와 자연주의, 약초 화장품 등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컨셉 성분도 동의보감 등 한방(韓方) 중심에서 중국의 중의학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추세다.
내수 부진과 중국 특수에 따라 전통적인 한방화장품에서 벗어나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성분 함유 등 한방화장품 전체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는 것.
대표적인 사례로 아모레퍼시픽의 시판 한방화장품 브랜드 한율은 짧은 시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말 여주쌀을 빨간 누룩으로 발효하여 만든 성분을 함유한 `한율 진액 스킨`을 출시하면서 한국의 자연과 민간 처방을 담은 전통 자연 화장품 브랜드로 브랜드 컨셉을 전환 했다.
LG생활건강의 대표 한방화장품 브랜드 후와 수려한의 경우도 한방화장품 컨셉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 전통의 한방에 바이오, 허브 등을 결합해 새롭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변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수려한의 경우는 국내 한방화장품 최초로 남성을 모델로 기용하고 허브 라인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소망화장품의 다나한은 한방화장품 이미지에서 바이오 과학을 결합한 화장품으로 탈바꿈한바 있다.
또한 최근 코리아나화장품의 자인 역시 카라를 모델로 발탁, 젊은 타깃을 겨냥한 변화를 시도 중이며 한국화장품의 산심도 발효 화장품을 선보이는 등 전통적인 한방화장품 이미지를 고수하는 곳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방 샴푸 대표 브랜드인 댕기머리 역시 최근 한채아를 모델로 발탁하며 올해부터는 정통한방 이미지에서 보다 넒은 의미의 자연주의 브랜드로 아이덴티티를 전환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매년 고성장하며 2013년 기준 2조원으로 추산되던 국내 한방화장품 시장 외형은 전체 시장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1위 브랜드 설화수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도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내수 부진과 중국 특수에 따른 전략 변화와 함께 한방화장품이 해외 시장 진출에 갖는 한계성이 표면화된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한방화장품이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으로 기대를 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상 해외 수출을 진행하면서 일본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갖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 현실"이라면서 "국내 화장품들의 해외 수출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현지화 전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이에 따라 최근 주요 타깃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중의학에 주목한 화장품 성분들이 이른바 로또 화장품으로 성장하면서 한방화장품 브랜드들의 전략들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에는 한방화장품은 아니지만 중국 특수 영향으로 본초강목 등 중국의 고전의학서에서 주요 컨셉 성분을 발굴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마유 크림은 중국의 고전의학서 명의별록(名醫別錄) 및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머리카락을 나게 한다`, `손발이 트는 것을 낫게 한다`,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등의 기록에서 유래된 성분으로, 최근 관련 제품들이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당나귀 가죽을 고아서 만든 아교를 주성분으로 한 화장품, 해삼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 동충하초 화장품 등 중국의 고전의학서들이 강조한 성분들이 화장품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