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범모는 21일 LG와의 경기에서 웃지 못할 본헤드플레이를 범했다.(사진 = 한화 이글스)
단순히 본헤드플레이가 아닌 스포츠의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였다.
잠실에서 21일 펼쳐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시즌 4차전, 5회말 LG 공격에서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상황은 2아웃 만루, 타석에는 이진영이 들어서 유먼과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2스트라이크 3볼 풀카운트 접전에서 유먼이 던진 6구째, 투구는 이진영의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갔다. 이에 심판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진영은 1루로, 1,2,3루의 주자들은 다음 루로 진루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한화 포수 정범모가 1루수 김태균에게 볼을 던진 후, 공수 교대를 위해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자 3루에 머물러야 할 정성훈이 그대로 홈으로 돌진, 뒤늦게 유먼이 홈으로 커버를 들어갔다. 하지만 김태균이 송구한 볼을 놓치면서 정성훈은 세이프. 3-0 상황이 4-0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으로 충분히 실수는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범모의 본헤드플레이는 ‘프로’라는 타이틀과 별개로 스포츠의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였다.
최근 몇년 동안, 잦은 오심 발생으로 심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실은 판정은 심판이 하는 일이자, 심판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선수가 자의적으로 판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 이는 아마와 프로의 문제를 떠나 모든 스포츠에 가장 기본으로 적용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가운데 완벽한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다고 해도 심판이 볼로 판정을 하면 그것은 볼이다. 또한 명백한 오심이 내려졌다고 해도 심판이 내린 판정을 선수가 독단적으로 번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정범모의 사례도 실점으로 이어져 이슈가 됐을 뿐. 이미 많은 선수들은 이와 같은 행위에 익숙해져 있다. 물론 모든 선수들을 매도하거나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국내 선수들이 한 번쯤 생각하고 각성할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 경기 중,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보다 앞서 하는 행동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령 타자가 볼넷으로 판단해 1루로 출루하려다가 돌아오거나, 투수가 삼진이라고 생각해 덕아웃으로 향하려다가 마운드로 돌아오는 모습은 매우 흔한 일이다.
선수 본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착각할 수도, 확신할 수도 있다. 유리한 판정을 끌어내기 위한 액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는 엄연히 심판이 존재한다. 심판에 의해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판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바로 잡으려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심판을 불신하고, 심판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범모의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에 심판 판정에 앞서 움직이는 것이 습관화 되지 않았다면 경기에서 이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우리나라의 많은 선수들에게 습관처럼 익숙해진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심판을 존중하고 판정을 존중하는 것은 경기장에서 모자 벗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했던 습관을 버리고, 심판의 판정이 일어난 후에 그 다음 행동을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판정에 앞서는 습관을 버리지 않는다면 정범모와 비슷한 사례 혹은 그보다 더한 사례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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