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800원 시대 '눈 앞'‥엔저 공포감 커진다

이준호 부장

입력 2015-04-23 16:34  

<앵커>

원·엔 환율이 한 때 900원선이 붕괴되면서 100엔당 800원 시대가 눈 앞으로 다가오게 됐습니다.

아베노믹스 여파와 몰려드는 외국인 투자자금, 외환당국의 소극적인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준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원·엔 환율 800원 시대가 눈 앞으로 다가오게 된 것은 무엇보다 아베노믹스의 여파가 가장 큽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며 막대한 돈을 푸는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엔저 현상이 가속화됐기 때문입니다.

원·엔 환율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된 이후 계속 하락했고 불과 3년도 안돼 원화값은 엔화에 비해 무려 60% 정도 절상됐습니다.

특히 최근 한달 동안 원화의 절상폭은 아시아 주요 10개국 가운데 가장 컸고 속도도 엔화 대비 3배 이상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인터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4월 금통위)
"원화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기간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들어 다른 나라의 통화에 비해 우리가 달러에 대한 절하 폭이 작았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급격히 몰려들고 있는 점도 증시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외환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달 들어 국내 주식을 3조원 이상 사들이면서 달러화 자금이 갑작스럽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외국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데, 달러가 넘치다보니 원화 가치도 높아져 환율 하락으로 이어진 겁니다.

원·엔 환율의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됐지만 외환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결국 원·엔 800원 시대를 앞당겼다는 지적입니다.

그동안 당국은 외환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일종의 방어선을 정하고 미세조정에 나섰는 데, 최근에는 미국의 압력으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0일 환율 보고서를 통해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며 개입을 중단하라고 압박한 바 있습니다.

<인터뷰>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
"당국의 개입 스탠스가 약화됐다..미 재무부 환율 보고서 문제도 있었고 3월부터 강달러 속도에 대해 미국이 우려하는 발언을 했는데 당국의 개입속도가 주춤해졌다."

앞으로 엔저 현상이 장기화 되면서 결국 원·엔 환율이 800원 중반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엔저 공포감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이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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