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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국제꽃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김준수가 이날 행사의 진행을 맡은 SBS 박상도 아나운서의 문제 발언에 불쾌함을 드러냈다.(자료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23일 오후 6시 일산 호수공원 한울광장 수변무대에서 열린 ‘2015 고양국제꽃박람회 개막식’ 진행을 맡은 SBS 박상도 아나운서의 김준수와 팬을 향한 도를 넘은 발언이 순식간에 잔칫집에 잿밥을 뿌렸다.
김준수는 이날 개막식 참석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사회자님 누군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예의는 좀 차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를 떠나서 저에게나 팬분들에게나 참 무례하시군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렇다면, 이날 꽃박람회 개막식장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박상도 아나운서의 어떤 언행이 김준수와 팬들의 격분을 샀을까. 이날 박 아나운서의 발언과 태도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수위를 넘은 일부 발언에서 연예인과 팬을 향한 그의 평소 인식이 어느 정도로 편협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우선 팬들을 대하는 왜곡된 사고다. 박상도 아나운서는 김준수를 보러 온 팬들에게 “김준수의 노래를 듣고 싶으면 잘 해라. 수틀리면 돌려보낼 수도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김준수를 되돌려 보내겠다는 다분히 ‘협박성’ 발언으로 들린다.
물론 김준수가 식장에 등장하자 객석이 잠시 산만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걸 왜 무조건 팬의 잘못으로 규정했는지 의문이 따른다. 현장에는 이미 4000여명의 관람객이 자리하고 있었고, 팬보다 일반인이 더 많았다. 김준수가 단상에 오르자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객석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술렁임이 일었다. 그런 ‘반응’을 모두 팬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진행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시각이다.
오히려 팬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에 어떤 악영향이 미치는지 잘 알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한다. 특히 JYJ 팬덤은 이런 점에 더욱 조심한다. 김준수가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을 때, 일반 관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뮤지컬 관람법까지 공부하고 극장에 갔던 그들이다. 하지만 박상도 아나운서의 말 한 마디로 현장의 팬들은 한 순간에 질서도 지키지 않는 극성팬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그는 “수틀리면 (김준수를)돌려보낼 수도 있다”는 경악스런 말을 했다. 진행자가 어떤 권한으로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는지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호응을 유도하는 차원을 넘어선 발언이다. JYJ 팬에게는 더더욱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들은 지난 6년 간 여느 가수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숱한 (원인 불명의)출연 취소 아픔을 겪어야 했다. 때문에 아직도 갑자기 출연이 취소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트라우마’가 있다. 다른 연예인의 팬이라면 우스갯소리로 들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에겐 아니다. 박상도 아나운서는 결코 건드려선 안 될 상처를 건드렸다. 그는 이날 차라리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소모적인 애드리브는 하지 말고, 그냥 대본에 적혀있는 대로 읽기나 하고 돌아가는 편이 더 나았을 듯싶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건 ‘홍보대사’를 대하는 그의 자세다. 그는 바쁜 스케줄에도 국제적인 행사의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어렵게 자리한 손님을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이죽거렸다.
박상도 아나운서는 김준수가 자신의 순서를 마치고 식장을 떠나자 “한 번 더 불러볼까요? 잠깐 나와서 노래를 못 부르면 인사라도 좀 하고 가셨으면 좋겠는데”라며 무대 아래로 내려간 김준수를 불렀다. 이어 “정말 가셨어요? 시간도 남는데?”라고 말해 듣는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미 김준수는 개막축하 인사와 공연 등 자신의 역할을 다 한 후였다. 그나마도 애초에는 고양시 홍보대사로서 인사만하기로 예정된 것이었으나, 계획에 없던 노래까지 부탁해서 부른 후였다. 그런 그에게 이런 멘트는 진행자로서 예의가 아니었다.
“한류 열풍이 무섭네요”라는 말은 누가 봐도 김준수를 향한 조소다. 듣기에 따라서는 마치 김준수가 주최 측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하며 거들먹거리면서 행사장을 떠난 것처럼 호도될 위험성이 있는 빈정거림이었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다 하고 가는 사람에게 한류스타 운운하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 건 진행자로서의 자질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품위 없는 행동이었다.
발언 중 언급된 “국회의원님 세 분씩이나 축사도 포기하고 기다렸는데?”라는 말은 그의 권위적인 인식을 엿보이게 해 우려를 자아낸다. 마치 연예인을 높으신 양반네들 앞에서 노래나 부르는 어릿광대로 여기는 것 같아 불쾌하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당초 예정됐던 국회의원의 축사는 시간이 지체되면서 사정에 의해 현장에서 급히 취소된 것이었다. 자신의 순서를 마치고 돌아가는 김준수와 하등의 상관없는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건 무슨 의도였을지 궁금케 한다.
“예산이 많아지면 내년에는 세 곡쯤 부르시겠네요”라는 비아냥은 결정타였다.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하는 저급한 이 한 마디는 지난해 고양시 홍보대사 위촉 후 지금껏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금전적 거마비를 받은 적도 없고, 이번 자리 또한 공공적인 국제 행사를 알리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참석한 김준수를 한순간에 돈 받고 행사 무대에 오른 연예인으로 격하시켜 버렸다.
김준수는 이날 초청가수가 아닌, 홍보대사 자격으로 고양시의 공식 초청에 따라 단상에 올랐다. 박상도 아나운서 역시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이런 막말을 했다는 건 결례를 넘어 무례다. 설혹 출연료를 지급하고 섭외한 초청가수라 하더라도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말이었다.
결국 단순한 말실수라고 보아 넘기기엔 매우 치명적인 박상도 아나운서의 조롱 섞인 막말 진행으로 인해 고양 꽃박람회는 개막 초장부터 국제 행사로서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하고 말았다. 고양시가 애써 준비해놓은 잔칫상에 진행자가 단단히 코를 빠뜨려 놓은 볼썽사나운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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