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행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속내는 곪아들어가고 있습니다.
달러화와 엔화와 비교해 원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며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부진으로 수입은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불안감만 커지고 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 이주비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시름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상품과 서비스를 많이 팔아 수출이 늘어난 흑자가 아니라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드는 가운데 수입 감소폭이 더 큰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입니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가 유입량이 많아지면서 원화가치의 상승 속도가 빨라진 겁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2.8% 절상돼 세계 32개국 중에 대만 달러(3.9%)와 스위스 프랑(3.5%)에 이어 상승률이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수출기업에는 불리하지만 수입업체는 유리한 환경이 됩니다.
수입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경상수지가 줄어들고 수출은 늘어나게 되는데 문제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수입은 급감하면서 본래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원·엔 재정환율이 7년 2개월 만에 100엔당 800원선으로 떨어지는 등 엔저가 지속되면서 일본 기업과 경합도가 높은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우리 경제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올해 초 경상수지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최경환 경제부총리 (1월 26일)
"경상수지 흑자가 너무 많이 나면 원·달러 환율 하락이 압력이 생기기 때문에 올해 흑자 폭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
하지만 당국도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주요국들은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비해 원화가치가 낮게 평가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미국 재무부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나친 경상 흑자를 관리해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너무 빠르게 절상 될 견우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같고요. 인위적으로 원화를 계속 낮은 가치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들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해 나가야..."
이와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등 내수를 부양시킬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며 내수 활성화를 통해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국경제TV 이주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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